나는 유럽에서 광을 판다 - 문화와 자연이 공존하는 동유럽
오동석 글 사진 / 두루가이드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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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사람들의 로망은 유럽이 아닐까 한다.

만만찮은 경비와 넉넉해야하는 여행기간을 고려한다면 일반 월급쟁이 직장인에게는 평생 여행하기 힘든 곳도 유럽으로 생각된다. 내가 대학생활을 남들과 같이 했더라면 방학기간을 이용하여 배낭여행을 해보았을 것 같은 곳이 유럽이다.

이 책을 처음 받아보았을 때는 450페이지가량이 되는 다수 두꺼운  두께와 하드보드지로 단단해보이는 이미지의 책이었다.

읽으면 읽을 수록 지금까지 읽어왔던 많은 여행서적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다. 저자의 약력이 광학을 전공하고 물리학의 깊이를 알고자 떠난 유학에서 유럽의 매력에 푹 빠져 여행전문가로 살게 된 남다른 저자가 쓴 여행서적이다보니 정말 색다른 면이 많았다. 

첫번째 CHAPTER에서는 우리 동양인의 눈으로 본 유럽에 대해서 전반적인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이단원이 다른 책에는 보기힘든 부분이었고 전문가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것 같다 .석양식 실용주의라든지 인지 밤문화와 낮문화, 인심 좋은 우리식당, 인심 사나운 서양 식당, 국물이 있는 우리 음식, 국물 없는 서양음식의 부분에서는 실용적이면서도 재미있게 기술해놓아 흥미를 유발하였고, 전문적인 지식도 쌓게 해주는 면이 있었다. 같은 사실을 알려주어도 그 사실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된 배경이나 유례도 함께 알려주어 역사공부데도 도움이 되는 여행서적으로는 깊이감이 느꼈다.

 

그 뒤에 CHAPTER에는 오스트리아와 체고, 헝가리, 폴란드, 독일, 크로아티아에 대해서 멋진 풍경사진들과 함께 심도 있게 기술하였는데, 꼭 학창시절 세계사를 공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책을 읽고 여기 나온 여행지를 여행한다면 같은 사물을 보아도 좀 다르게 느끼지 않을까 한다. 물론 여행전 너무 여행지에 대한 지식을 갖고 가면 순수하게 바라볼 수 없는 선입관에 생긴다는 단점이 있기도 하지만 유럽은 우리나라만큼이나 긴 역사를 가진 여러 나라들이 모여 있는 역사의 산실이 아닌가. 아무런 지식이 없이 보고 오기엔 경비와 시간, 그 역사적 깊이가 아까운 곳도 유럽이 아닐까 한다.

 

여기서 기술된 곳들 중 내가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는 체코! 그중에도 프라하이다. 웬지 프라하를 여행하고 나면 유럽을 다 여행한 것 같은 느낌이 들 것같다. 그래서 유럽의 축소판이라고 하는 걸까? 지난 두세기에 걸친 세계대전에서도 큰 피해를 껶지 않고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주고 있다니 후세인 우리들에게 얼마나 큰 은혜일까? 몇 년전 시리즈물 영화로 대히트를 기록한 반지의 제왕의 무대도 바로 프라하라고 한다. 책속에 사진에 바츨라프광장이 나오는데, 정말 내가 당당하게 깃발을 들고 달리고 있는 저 동상아래에 잇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책의 곳곳마다 상식이나 관광이라는 제목으로 TIP도 실려있고 사진하나에도 꼼꼼히 설명이 적혀있어 정성들여서 만든 책임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오랜만에 아주 정성껏 양심적으로 만들어진 여행서적 더하기 유럽사공부하기게 된 것 같아서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책가격이 19,000원으로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가격이지만 읽어본 사람이라면 그 가격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여행서적을 좋아한다면, 유럽을 사랑한다면, 전문가에 의해서 정성껏 깊이감있게 씌여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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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의 즐거운 인생
줄리아 차일드.알렉스 프루돔 지음, 허지은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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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지를 보는 순간 미국드라마 같은 느낌이 들었다.

머리가 뽀글뽀글하고 풍채(?)가 넉넉한 아줌마가 환하게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줄리아는 남편인 폴과 함께 프랑스로 갔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지금 세계의 중심이다. 어느 나라이건 미국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어떤 분야이든 미국이 일등이 아닌 분야가 몇 분야나 될 것인가.

그러나 이런 미국도 약한 면이 있다면 역사가 짧다는 것이 아닐까?

유럽인들이 건너와 개척한 나라 미국인 것이다. 여러나라 혼혈인들의 나라이며 이민자들의 나라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역사가 짧다. 고작 이백년 역사인 것이다.

우리나라나 유럽처럼 역사가 길고 길어 문화재같은 것들이 있는 나라와는 다른 것이다.

그래서 미국인들이 동양의 오리엔탈적인 것에 매력을 느끼고, 유럽의 역사 깊은 문화와 예술에 어떤 자격지심을 갖을 수 도 있을 것 같다.

 

줄리아는 프랑스요리를 맛보며 그 매력에 빠진다. 프랑스요리들을 배우며 미국식 가정에 어울리게 개발하는 것에 심혈을 기울인다. 책의 곳곳에는 줄리아가 직접 요리를 배우는 사진도 실려 있으며, 요리를 배우며 느꼈던 것들을 소소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 소설이 아니라  작가가 직접 배우고 겪은 내용을 적은 것이라서인지 현실감이 느껴졌다. 책으로보다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영상매체로 제작되었다면 더욱 현실감이 있고, 잘 전달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벌써 영화로 제작되었단다. 책도 읽었으니 영화도 기회가 되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줄리아가 만든 요리들이 화면 가득 나와서 나의 식욕을 자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은 줄리아는 평범한 미국여자가 프랑스에 가서 7년동안 살면서 프랑스 요리에 반하여 배우고 익히는 과정과 한 단계 넘어서서 미국식으로 좀더 만들기 편하게 개별하는 과정을 단백하게 적고 있다.

환하게 웃고 있는 책속의 줄리아처럼 이 책을 읽어보면 그런 웃음을 짓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사람의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이렇게 줄리아처럼 우연한 기회에 프랑스요리를 접하게 되고 미국의 전략정보부에서 일하던 줄리아가 요리사로 직업을 바꾸며 인생의 큰 변화를 겪을 수도 있는 것이 또 인생이 아닐까.

 

다소 이책에서 아쉬운 점은 책이 생각보다 너무 두껍고, 읽을 양이 많았다. 그리고 장문인 관계로 읽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다소 어려운 요리용어라든지 프랑스어가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정도 페이지에 전문적인 용어가 나오는 책이라면 주석을 첨가하여 프랑스 요리를 잘 모르는 독자들의 이해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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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레시피 Slow Recipe - 천천히 걷고 싶은 당신에게
휘황 글.그림 / 나무수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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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레시피

 

이 책은 표지와 제목만으로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요즘 들어 몸과 마음이 지쳤지만 그래도 열심히를 외치는 나에게 항상 빨리 뛰지 않아도 때론 천천히 걸어도 된다고 이야기해줄 것 같은 책이었다.

책의 겉표지에는 강아지를 데리고 천천히 걷고 있는 사진과 ‘천천히 걷고 싶은 당신에게’ 라는 부제목과 함께 실려 있다. 나도 천천히 걷고 싶다. 그러나 숨이 차도 빨리 뛰지 않으면 남들보다 뒤처질 것 같은 조바심에 나를 채찍질하게 된다. 비단 이런 행동은 나만 해당되는 행동은 아닐 것이다.

고용이 불안한 시기에 20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느끼지 않을까? 그래서 새벽같이 일어나 출근을 하고 야근까지 한 다음에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와도 어학 책이나 업무관련 자격증공부를 하는 직장인들이 많다고 하니까. 그러나 이 책의 지은이는 천천히, 천천히를 외친다.

재미교포3세라서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래서인지 사고방식도 고정되어 있지 않고, 자유로운 것 같다. 물론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부모님의 영향도 클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고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지금 30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 나이로는 올해가 서른이 되는 해이지만.

휘황이라는 특이한 이름만큼이나 그는 우연힌 기회에 모델로 캐스팅이 되었고 그것을 시작으로 유명한 패션쇼나 화보작업을 하게 되는 프로 모델이 되었다. 그러나 모델 하나로는 부족했는지 DJing에도 관심을 보여 집에서 DJing기계를 구입하여 연습하다가 작은 클럽을 시작으로 DJ활동도 하게 된다. 이 책까지 출판했으니 그는 이제 작가로의 영역까지 자신의 능력을 펼친 것이다.

이 책은 지은이가 전문작가가 아니라서 더욱 재미있는 것 같다. 휘황이라는 사람의 일기장을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만큼 재미있는 것이 또 있을까? 호기심이 가득 찬 일이 아닌가.

책 곳곳마다 인간다운(?) 사진들이 속속 들어있고, 일본에서 음식점을 하고 계신 요리사 엄마를 둔 휘황답게 멋진 요리 실력도 선보이며 요리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흰 피부에 여자처럼 긴 머리, 큰 키. 그는 책속의 사진으로만 보이도 일반인보다는 연예인이나 예술인의 분위기가 풍긴다. 게다가 여행을 자주 다닌 것과 다양한 직업을 가진 친구들을 둔 덕으로 다채로운 문화를 접하며 살아서인지 나처럼 남들에 비해서 어떠하다는 것을 핑계로 스스로를 힘들게 하지 않는다.

인생을 진정으로 즐기며 자신을 사랑하고 주변사람들을 사랑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것이지 남들이 살아주는 것도 아닌데, 왜 남들보다 뒤쳐질까봐 전전긍긍하는 건지.

사람마다 지문과 외모가 다르듯이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도 다를 뿐인데 왜 다르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안절부절 하지 못할까?

이 책에서는 휘황이라는 사람의 일상을 볼 수 있다. 모델로서 일하는 모습, 친구들과 하우스파티를 즐기며 요리하고 DJing하는 모습, 새로 이사한 집의 인테리어를 스스로 하며 기뻐하는 모습. 그런 일상적인 모습을 통해 나만의 삶을 천천히 느끼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에 내가 가졌던 선입관은 모델은 젊을 때밖에 못하는데 불안한 직업을 하면서 반년을 일해서 번 돈으로 반년을 여행을 다니는 휘황이 철모르는 부잣집 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의 나의 선입관, 나의 시계대로 그의 삶을 본 것이다. 그는 충분히 휘황만의 방법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따름이다.

요즘 입술 양가가 헐고 터지는데도 신경 쓰지 않고 더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는 게 내 자신 스스로에게 불만이며 불안해했던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나는 우리집에 작은 화분하나 사서 기르려는 생각도 못하고 그럴 만한 여유도 없었던 것이다. 스포츠 댄스처럼 슬로우, 슬로우, 퀵퀵. 나의 삶도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천천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휘황도 휘황의 시계로 삶을 살 듯. 나도 나만의 시계로 남들을 의식하지 않고 내 삶을 즐기며 사랑하며 느끼고 살아가야겠다.

P.S : 책과 함께 동봉한 음악시디도 이 책을 선택한 독자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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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똥을 누는 사나이
전아리 지음 / 포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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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똥을 누는 사나이

 

구슬똥이라니? 구슬똥이 뭐지? 무슨 소설제목이 이래? 아이들 동화제목도 아니고.

내가 이 책을 읽기 전에 느낀 여러 가지 호기심들이었다.

그런데 디지털작가상 중에 대상을 차지했다고 하니 호기심을 들지 않을 수가 있는가?

톡톡 튀는 감각의 신인작가 작품이라고 하니 기대만발이었다.

그 기대는 책을 읽는 내내 계속 되었다. 세상에 여기에 등장하는 주인공 나는 정말 독특한 사람이다. 실제로 이런 사람이 있다면 TV에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시작은 지금 우리 현실처럼 고용불안한 시기로 주인공은 어느 날 갑자기 해고통고를 받는다. 말은 권고사직처럼 보이지만 결국 해고다. 욱하는 성격과 자존심으로 한 번 사정해보지도 않고 그만두고 나와 그날부터 백수로 아니, 토끼로 지낸다. 토끼 옷을 매일 입고 동네 이곳저곳을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돌아다닌다.

그런 남편을 어느 부인이 좋아하겠는가? 그러나 그의 부인인 유정은 여느 아내보다 인내심이 약한(?)여자였던지 그가 실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능력 좋은 연하의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 당당하게 그 연하남을 사랑하게 되었으니 이혼하자고 말한다.

열열히 사랑해서 한 결혼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주인공 나는 아내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혼은 하지 않겠다고 하였지만 결국 이혼해주고 더욱 철저하게 토끼로써 삶을 살아간다.

토끼로 살던 중 예상치 못한 인물들을 줄줄이 알게 된다. 포르노야설을 쓰는 오세리와 그의 후배 정은, 북극곰으로 살던 사나이. 이들 또한 범상치 않은 인물들이라서 인지 아무도 왜 멀쩡한 남자가 토끼옷을 입고 다니냐고 말하지 않는다. 그냥 토끼로 주인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특히 오세리의 후배 정은과 주인공인 나는 서로 사랑한다는 표현을 대신하여 토끼토끼한다고 한다. 사랑하는 것은 아니고 토끼토끼한다니? 이건 또 무슨 말인지.

이 책은 읽는 내내 만화책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할 만큼 기존의 소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었다.

결말이 애매해서 읽는 독자들에게 끝까지 호기심을 놓지 않도록 하고 있다.

시대가 변해가면서 소설이라는 장르가 다양해지고 그 주제나 내용, 문체들이 틀 안에 규정되지 못할 만큼 도특한 것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감각이 남다른 신인작가의 특이한 작품을 읽으며 유쾌한 시간이 되어서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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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힘이 세다
이철환 지음 / 해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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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제목처럼 정말 눈물은 힘이 쎌까?

우리집 작은 내 방을 차지하고 있는 책장에는 이철환님의 연탄길 세권이 나란히 꽂혀있다.

그 글을 읽으며 때로는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슬퍼지기도 하고 무엇인지 모를 헛헛한 마음이 되곤 했다.

사람냄새 가득나는 글을 쓴 작가의 첫 소설이라고 하여 눈길이 머물렸다.

게다가 '눈물은 힘이 세다'라는 제목 또한 나의 마음을 머물게 했다.

 

소설이라고 하지만 다 읽고 난 나의 느낌은 웬지 이 책의 주인공인 유진이 작가 이철환 본인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니라고 하면 웬지 섭섭할 정도로 자신의 성장과정을 마치 겪은 일들을 적어놓은 것처럼 거짓됨이 없이 소설이 허구라고하는데, 허구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진솔했다.

이 소설속 주인공인 유진이는 우리네 평범한 이웃이다. 나도 어쩌면 유진이의 모습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다.

유진이처럼 인문계고등학교를 나와 남들처럼 대학에 진학하고 싶었으나 그가 가난한 살림살이에 가기싫었던 공고를 가야했던 처럼 나도 여상을 나와서 취직을 해야했다.

나도 그처럼 대학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남몰래 입시준비를 하며 야간대학을 졸업했다.

나도 유진이처럼 가난한 부모를 원망하고 라라처럼 부자인 부모가 있었으면 하고 바란 적이 있었다.

이처럼 이 소설속 유진이도, 유진의 친구이며 매사 긍정적이고 다소 엉뚱하기도 했던 달수도, 유진이의 첫사랑 라라도 우리주변 이웃들이다. 요즘 TV드라마속에 주인공들처럼 정원이 딸린 큰 집에 살고 외제차를 몰고, 재벌인 사람이 아니라 하루하루 먹고사는 일에 목매여사는 우리네 모습과 꼭 닮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유진이가 그렇게 이해하지 못했으며 원망했던 아버지, 어머니도 우리네 부모님 모습과 닮아 있다.

어릴 적 두번이나 새엄마가 바뀌면서 학대를 받아 사랑을 표현할 줄 몰랐지만 자식을 위해 가정을 위해 평생을 일을 하다가 어떤 날 힘들고 지치면 술로 몇 날 몇 일을 보내 아내와 자식을 절망하게 한 아버지도 우리네 아버지 모습이며, 그런 남편을 원망하지 않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안쓰러워했던 자식에게 늘 미안해했던 어머니도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이다.

 

이 소설속에 등장하는 눈 먼 아저씨는 유진이가 오랜 동안 의지하며 소설가의 꿈을 꾸게한 사람이다. 가난 속에서 늘 긍정적이고 배우지 못했지만 어떤 철학자, 석학 못지 않는 삶의 해안을 가진 사람으로 등장한다.

아저씨가 하는 말들은 유진이에게 힘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힘이 되었을 것이다.

구절구절 마음에 와닿고 무심한 듯 세상을 바라보는 아저씨의 모습이 상상이 되곤 했다.

특히, 68페이지에서 유진이게 해주는 말은 나의 마음에 뭔가 뭉클하게 느끼게 했다. 앞서가는 사랑미 이기는 게 아니라 멀리 보는 사람이 이기는 거라고. 눈앞에 급급하지 말고, 아주 멀리 바라보고 가난한 사람들의 꿈은 막연해서는 안된다고.

 

또한 구절은 현대로 갈수록 사람은 정신적으로 병들어 가고, 그런 이유중에 하나는 대인관계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나도 그런 대인관계로 적잖이 힘든 적이 있었고 지금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한 상태여서인지 아저씨의 이 말이 더욱 마음에 와닿는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은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건 욕심이고, 그래봐야 자기만 힘들다고.

나 또한 한사람의 직장인으로서, 딸로서, 친구로서 완벽하고 싶어 어디 가서나 누구에게나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판을 듣고 싶었다. 더욱이 가난한 집에 홀어머니 밑에 큰 자식이라는 편견과 맞서 싸우며 더욱 전투적으로 내 자신을 다그쳐가며 살아온 것 같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 수록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상처받고 힘들어져갔다.

사회생활을 10년쯤하고 서른을 앞둔 아직은 젊은 나이이지만 이제는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누구나 완벽할 수는 없다고 어느정도 포기할 건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면 된다고. 그리고 아저씨의 말처럼 동물원의 원숭이가 행복한 이유는 밀림의 자유로운 원숭이들이 보이지 않아 비교할 대상이 없기 때문이라는 말도 공감이 갔다.

다른 사람과 나보다 돈 많은 부자와 나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과 비교하지 않으면 우리는 행복할 수 있는 것 같다. 남들보다 내가 가난할 때, 남들보다 내가 뒤쳐지는 것을 느꼈을 때만큼 불행한 것도 없으리라.

 

사람마다 인생의 시계를 갖고 있다고 한다. 빠르고 느리다는 것의 잣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내 삶을 멀리보며 완벽하진 않지만 열심히 살아가면 되는 것이 아닐까.

이 소설은 소설이지만 그 소설속에서 우리네 삶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우리 부모님과 친구, 내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그리고 가난하고 앞 못 보는 철학자인 아저씨의 말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었지만 잊고 살았던 것을 다시한 번 깨우쳐주는 고마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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