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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힘이 세다
이철환 지음 / 해냄 / 2009년 8월
평점 :
이 책 제목처럼 정말 눈물은 힘이 쎌까?
우리집 작은 내 방을 차지하고 있는 책장에는 이철환님의 연탄길 세권이 나란히 꽂혀있다.
그 글을 읽으며 때로는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슬퍼지기도 하고 무엇인지 모를 헛헛한 마음이 되곤 했다.
사람냄새 가득나는 글을 쓴 작가의 첫 소설이라고 하여 눈길이 머물렸다.
게다가 '눈물은 힘이 세다'라는 제목 또한 나의 마음을 머물게 했다.
소설이라고 하지만 다 읽고 난 나의 느낌은 웬지 이 책의 주인공인 유진이 작가 이철환 본인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니라고 하면 웬지 섭섭할 정도로 자신의 성장과정을 마치 겪은 일들을 적어놓은 것처럼 거짓됨이 없이 소설이 허구라고하는데, 허구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진솔했다.
이 소설속 주인공인 유진이는 우리네 평범한 이웃이다. 나도 어쩌면 유진이의 모습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다.
유진이처럼 인문계고등학교를 나와 남들처럼 대학에 진학하고 싶었으나 그가 가난한 살림살이에 가기싫었던 공고를 가야했던 처럼 나도 여상을 나와서 취직을 해야했다.
나도 그처럼 대학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남몰래 입시준비를 하며 야간대학을 졸업했다.
나도 유진이처럼 가난한 부모를 원망하고 라라처럼 부자인 부모가 있었으면 하고 바란 적이 있었다.
이처럼 이 소설속 유진이도, 유진의 친구이며 매사 긍정적이고 다소 엉뚱하기도 했던 달수도, 유진이의 첫사랑 라라도 우리주변 이웃들이다. 요즘 TV드라마속에 주인공들처럼 정원이 딸린 큰 집에 살고 외제차를 몰고, 재벌인 사람이 아니라 하루하루 먹고사는 일에 목매여사는 우리네 모습과 꼭 닮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유진이가 그렇게 이해하지 못했으며 원망했던 아버지, 어머니도 우리네 부모님 모습과 닮아 있다.
어릴 적 두번이나 새엄마가 바뀌면서 학대를 받아 사랑을 표현할 줄 몰랐지만 자식을 위해 가정을 위해 평생을 일을 하다가 어떤 날 힘들고 지치면 술로 몇 날 몇 일을 보내 아내와 자식을 절망하게 한 아버지도 우리네 아버지 모습이며, 그런 남편을 원망하지 않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안쓰러워했던 자식에게 늘 미안해했던 어머니도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이다.
이 소설속에 등장하는 눈 먼 아저씨는 유진이가 오랜 동안 의지하며 소설가의 꿈을 꾸게한 사람이다. 가난 속에서 늘 긍정적이고 배우지 못했지만 어떤 철학자, 석학 못지 않는 삶의 해안을 가진 사람으로 등장한다.
아저씨가 하는 말들은 유진이에게 힘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힘이 되었을 것이다.
구절구절 마음에 와닿고 무심한 듯 세상을 바라보는 아저씨의 모습이 상상이 되곤 했다.
특히, 68페이지에서 유진이게 해주는 말은 나의 마음에 뭔가 뭉클하게 느끼게 했다. 앞서가는 사랑미 이기는 게 아니라 멀리 보는 사람이 이기는 거라고. 눈앞에 급급하지 말고, 아주 멀리 바라보고 가난한 사람들의 꿈은 막연해서는 안된다고.
또한 구절은 현대로 갈수록 사람은 정신적으로 병들어 가고, 그런 이유중에 하나는 대인관계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나도 그런 대인관계로 적잖이 힘든 적이 있었고 지금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한 상태여서인지 아저씨의 이 말이 더욱 마음에 와닿는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은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건 욕심이고, 그래봐야 자기만 힘들다고.
나 또한 한사람의 직장인으로서, 딸로서, 친구로서 완벽하고 싶어 어디 가서나 누구에게나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판을 듣고 싶었다. 더욱이 가난한 집에 홀어머니 밑에 큰 자식이라는 편견과 맞서 싸우며 더욱 전투적으로 내 자신을 다그쳐가며 살아온 것 같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 수록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상처받고 힘들어져갔다.
사회생활을 10년쯤하고 서른을 앞둔 아직은 젊은 나이이지만 이제는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누구나 완벽할 수는 없다고 어느정도 포기할 건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면 된다고. 그리고 아저씨의 말처럼 동물원의 원숭이가 행복한 이유는 밀림의 자유로운 원숭이들이 보이지 않아 비교할 대상이 없기 때문이라는 말도 공감이 갔다.
다른 사람과 나보다 돈 많은 부자와 나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과 비교하지 않으면 우리는 행복할 수 있는 것 같다. 남들보다 내가 가난할 때, 남들보다 내가 뒤쳐지는 것을 느꼈을 때만큼 불행한 것도 없으리라.
사람마다 인생의 시계를 갖고 있다고 한다. 빠르고 느리다는 것의 잣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내 삶을 멀리보며 완벽하진 않지만 열심히 살아가면 되는 것이 아닐까.
이 소설은 소설이지만 그 소설속에서 우리네 삶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우리 부모님과 친구, 내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그리고 가난하고 앞 못 보는 철학자인 아저씨의 말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었지만 잊고 살았던 것을 다시한 번 깨우쳐주는 고마운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