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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달리는가 - 동물들이 가르쳐준 달리기와 진화에 관한 이야기
베른트 하인리히 지음, 정병선 옮김 / 이끼북스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달리기야말로 인생에 대한 가장 위대한 은유이다.

벗어나려면 몰입해야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인생이기 때문이다

- 오프라 윈프리

 

1. 달리기에 대한 기억 (초등학교)

초등학교 운동회에는 꼭 달리기가 있었다.

대여섯명씩 죽 서 있다가 출발 신호와 함께 달리는 것.

공부를 꽤 잘 했기 때문에 항상 자부심을 가지셨던 부모님이

그때만큼은 되도록이면 뒤켠에 서 계시게 되는 때이다.

달리기 잘 해서 손목에 1, 2등 도장받는 아이들을 보면 어찌나 부러운지.

차라리 넘어지기라도 해서 탈락하면 덜 창피할텐데

키는 멀쑥하니 커서 꼴찌하는 내 모습이 너무 창피했다.

 

2. 달리기에 대한 기억 (, 고등학교)

이때에는 체력장이라는 복병이 있다.

100미터 달리기와 400~600미터 달리기,

이 책에 의하면 단거리와 중거리 달리기이다.

체력장의 다른 종목들 성적을 잘 받으면 으레 중거리 달리기는 면제받는다.

그래도 연습할 때는 세 바퀴, 네 바퀴를 달리게 되는데

그렇게 달리고 나면 숨이 턱에 닿도록 차오르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이렇게 운동 신경이 젬병인 나는 달리기에는 정말 마음붙일 수가 없는데

우리는 왜 달리는가의 저자 베른트 하인리히는

원래 달리기를 좋아하고 장거리 달리기에 소질이 있었으며,

전공인 생물학에서 장거리 달리기(또는 비행)를 타고난 동물들에게서 여러 지식을 얻어서 결국 100킬로미터 울트라마라톤에서 우승하게 된다.

그는 모든 걸음이 중요하다. 각각의 발걸음은 아름다운 행동이다. 이 걸음들이 모여 보폭을 만들고, 전체로서 속도가 된다는 마음으로 달리기를 진실과 아름다움, 조화가 자리잡은 신성한 행위로 격상시켰다.

그는 중거리 달리기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그 특기로 대학에 진학했지만

부상을 입어 운동을 포기하고 생물학을 전공하여 생물학자가 된다.

그렇지만 그에게 있어서 달리기는 놀이와 같았다. ‘많은 동물들에게 놀이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놀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숙련된 기능이 완성되는데, 그 원동력은 재미이다. 재미는 다수의 궁극적 이익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직접적인 메커니즘이다라는 생각으로 마라톤과 울트라마라톤을 수행하였다.

그는 달리는 것이 즐겁기 때문에 달렸고, 더 잘 달리기 위해 박각시나방 (체온과 운동능력과의 관계), 가지뿔영양 (달리기 속도와 지구력), 낙타 (수분 및 에너지 고갈과 관련된 과열 상태 해결), 철새들 (장거리 비행 전에 지방을 축적하는 것) 등에서 얻은 지식들을 자신의 1981년 전미 100킬로미터 울트라마라톤에서 시험하였고, 41세에 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얻었다.

이 책은 그의 인생에서 달리기가 차지하는 의미와, 울트라마라톤에서 우승하기까지 사용한 전략들을 얻게 된 과정에 대해 설명한 책으로 볼 수 있다. 그 전략들은 생물학자로서의 전문 지식에서 얻어진 것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지식들도 많았고, 고대 인류의 직립 보행에 이르기까지 폭이 넓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모습, 목표를 성취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멋지고 부러웠다.

달리기에 한해서는 나와 다른 세계를 맛보는 즐거움도 컸다. 이제 달리기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어쩌면 나는 단거리 달리기보다는 장거리 달리기에 알맞은 체질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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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니피그 사이언티스트 - 자기를 생체실험한 과학자들
레슬리 덴디 외 지음, C. B. 모단 그림, 최창숙 옮김 / 다른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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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과학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발전하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있었던 가설을 뒤엎는 획기적인 발견이나 발명으로 인하여 몇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도 있는 그런 학문이다.

이 책에서는 1770년부터 1989년까지 세계 곳곳에서, 화학과 생물학, 생리학 등 여러 분야에 걸쳐서 자기 자신을 실험 동물로 활용하여 가설을 증명하고 과학의 발전을 가져온 10명의 과학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책의 소개를 잠깐 보았을 때에는 도대체 신사들이 무모하게 왜 통구이가 되었을까, 이런 실험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 책은 전혀 그렇게 웃어넘길 수 있는 가벼운 책이 아니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그들이 실험을 하게 된 이유와 과정을 이해할 수 있었고, <이제 우리는 안다> 코너를 통해 이 실험에서 얻어진 결과의 해설과, 그 이후와 과학에 미친 영향을 알게 되면서 이 과학자들에 대해 다시 보게 되었다.

지금처럼 정밀한 분석 기기들이 사용되면서도 감히 시도되지 않는 그런 위험한 일들을, 이 과학자들은 새로운 지식을 얻고자 하는 지적 욕구 때문에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목숨을 걸고 시도한 것이다. 그 중에서는 정신을 놓치거나 목숨까지 잃는 등의 커다란 피해가 많았기 때문에 더욱 애석하고 숭고한 희생이 된 것이다.

현재 제약회사 연국원으로 근무하면서 아무런 과학적 호기심과 열정이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 참 죄송스러웠다. 이분들처럼 커다랗고 위험한 일은 시도할 수 없겠지만, 앞으로의 생활에서 좀더 열정을 가지고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리를 추구하는 과학자가 아니라 지식과 명예를 추구하는 과학자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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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 공동묘지 - 상 밀리언셀러 클럽 33
스티븐 킹 지음, 황유선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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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탈자에 매우 예민한 편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받고 목차를 훑어보는 순간
2권 3부 제목인 ‘위디한 오즈의 마벗사’를 보면서
아, 이 책도 내용을 기대하기는 틀렸구나 생각했다.
오탈자도 잡아내지 못하는 출판사라면
내용에는 더욱 신경을 못 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내 오해가 다행이었다는 것을 느끼면서 이틀 동안 책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지금까지 불면증, 로즈매더, 토미노커 등
다른 책들에 비해서는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스티븐 킹의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그 두근거림과 목을 서서히 조여 오는 유쾌하지 않은 느낌까지 그대로였다.

이 책은 죽음과 부활에 대해 다루고 있다.
주인공인 루이스 크리드는 의사라서 그만큼 죽음과 닿아 있는 생활을 한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겪어본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루이스에게 죽음이란 자신과는 별다른 관계가 없는
담담하게 객관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아이에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법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는 정도의 일이었다.

그러나 어린 시절 언니 젤다의 고통스럽고 비참한 죽음의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마침내 언니를 죽이고 만 아내 레이첼에게는
죽음이란 결코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끔찍한 기억일 수밖에 없다.

위와 같은 전제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아들 게이지의 죽음을 앞에 두고 각각 죽음을 부정하거나 힘들지만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나뉘는 것에는 예상과는 다른 상당한 아이러니가 있었다.

(상)권에서는 루이스 일가가 그 집에 이사를 오고 저드와 알게 되는 과정에 대해 묘사했고,
(하)권은 게이지의 죽음에서 시작하여 4일동안 루이스 일가에 일어난 일에 대해 루이스의 사고의 흐름을 주로 따라가며 쓰여졌다.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에서 불러올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생각하기에는 축복과도 같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선택해야 했던 루이스의 고통과 고뇌가 선명하게 느껴지도록 심리 묘사가 탁월했다.
아버지인 줄 몰랐지만 루이스의 아버지였던 저드와 루이스, 게이지로 이어지는 3대의 삶과 죽음이 섬뜩한 결말과 함께 많은 생각을 남겨 주었다.

루이스 가족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었고,
추악한 현실은 이제부터 시작인 것이다!
몸부림칠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수렁에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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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가이드(www.readersguide.co.kr)와 엠파스가 뽑은 2005년 후반기를 빛낸 명불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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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인물들의 재구성 - 웃음과 감동이 교차하는
고지훈 지음, 고경일 그림 / 앨피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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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1990년대 초에 대입 학력고사를 본 세대이다.

그때만 해도 교과서는 국정 교과서뿐이라 아무래도 당시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극우 보수 세력이 그들의 시각에 맞추어 기술한 내용들이었을 것이다. 암기 과목에는 젬병이었던 나는 그런 이유 때문에도, 국사와 역사, 사회 과목에 대해 흥미가 없는 채로 지냈다.

그러다가 대학에 들어간 이후 처음으로 5.18 광주민중항쟁에 대해 알게 되었고, 대학생의 필수 코스인, 조정래 선생님이 쓰신 '태백산맥'과 '아리랑'을 접했다. '태백산맥'을 통해서는 해방 이후 한국전쟁을 지나 분단이 고착될 때까지, '아리랑'을 통해서는 일제 강점기 직전부터 해방까지의 역사를 알게 되었다. 특히 아리랑에서는 과연 내가 알던 '이승만 대통령'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전혀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에, 교과서에서 배운 역사와 실제 역사와 얼마나 차이가 많은지 깨닫게 되었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은 내 눈을 새로운 방향으로 확실하게 틔워 준 내용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한국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인 이승만 대통령의 곁에서 맞수로 존재하다가 제거된 '저돌적 반항아 김구', '롤러코스터 인생 조봉암', '외로운 늑대 신익희', '못다 핀 사쿠라 조병옥'을 통해 이승만에 대해 더 많은 모습을 알 수 있었고, 절대권력의 2인자 되기의 '명 짧은 대역스타 이기붕'과 '2인자의 탈을 쓴 1인자 김종필'을 통해서도 이승만과 박정희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한국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산주의와의 대결을 위해 3장 절대권력의 조력자 되기 (해방기 법조인들, 김용무, 이인, 오제도, 선우종원)과 4장 북으로 간 사람들 (박헌영, 홍명희, 문익환, 임수경), 5장 '전향'의 세 가지 스펙트럼 (양한모, 류근일, 김문수)를 설명하였다.

6장 변혁의 불씨들에서는 남북이 고착된 이후 사회 개혁을 위한 큰 발걸음인 김주열, 전태일, 박종철 열사에 대해 지면을 할애하였다.

국사와 사회, 정치에 관심이 없었으므로 이름도 못 들어본 사람도 다수였고, 내가 알고 있는 것과 일치해서 으쓱한 느낌이 드는 사람도 다수였다. 못 들어본 사람들의 인생을 통해서도, 다시 알게 된 사람의 인생을 통해서도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면 좀 억지일까.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이렇게 사람에 촛점을 두어 어쩌면 단편적으로 보이는 방식 외에, 현대사의 흐름에 따라 시간의 순서로 기술한 진보 관점의 역사책을 한번 읽고 싶다. 그런 다음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어야겠다. 그러면 띄엄띄엄 떨어져있는 단편적인 지식이 유기체처럼 어우러질 수 있을 것 같다.

군데군데 인용된 사진과 당시의 보도자료들, 총천연색 캐리커처들은 역사의 무거움, 새로운 눈을 뜨는 힘겨움에서 조금이나마 해방시켜 주었기에 이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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