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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 공동묘지 - 상 밀리언셀러 클럽 33
스티븐 킹 지음, 황유선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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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탈자에 매우 예민한 편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받고 목차를 훑어보는 순간
2권 3부 제목인 ‘위디한 오즈의 마벗사’를 보면서
아, 이 책도 내용을 기대하기는 틀렸구나 생각했다.
오탈자도 잡아내지 못하는 출판사라면
내용에는 더욱 신경을 못 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내 오해가 다행이었다는 것을 느끼면서 이틀 동안 책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지금까지 불면증, 로즈매더, 토미노커 등
다른 책들에 비해서는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스티븐 킹의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그 두근거림과 목을 서서히 조여 오는 유쾌하지 않은 느낌까지 그대로였다.

이 책은 죽음과 부활에 대해 다루고 있다.
주인공인 루이스 크리드는 의사라서 그만큼 죽음과 닿아 있는 생활을 한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겪어본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루이스에게 죽음이란 자신과는 별다른 관계가 없는
담담하게 객관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아이에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법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는 정도의 일이었다.

그러나 어린 시절 언니 젤다의 고통스럽고 비참한 죽음의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마침내 언니를 죽이고 만 아내 레이첼에게는
죽음이란 결코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끔찍한 기억일 수밖에 없다.

위와 같은 전제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아들 게이지의 죽음을 앞에 두고 각각 죽음을 부정하거나 힘들지만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나뉘는 것에는 예상과는 다른 상당한 아이러니가 있었다.

(상)권에서는 루이스 일가가 그 집에 이사를 오고 저드와 알게 되는 과정에 대해 묘사했고,
(하)권은 게이지의 죽음에서 시작하여 4일동안 루이스 일가에 일어난 일에 대해 루이스의 사고의 흐름을 주로 따라가며 쓰여졌다.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에서 불러올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생각하기에는 축복과도 같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선택해야 했던 루이스의 고통과 고뇌가 선명하게 느껴지도록 심리 묘사가 탁월했다.
아버지인 줄 몰랐지만 루이스의 아버지였던 저드와 루이스, 게이지로 이어지는 3대의 삶과 죽음이 섬뜩한 결말과 함께 많은 생각을 남겨 주었다.

루이스 가족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었고,
추악한 현실은 이제부터 시작인 것이다!
몸부림칠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수렁에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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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가이드(www.readersguide.co.kr)와 엠파스가 뽑은 2005년 후반기를 빛낸 명불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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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인물들의 재구성 - 웃음과 감동이 교차하는
고지훈 지음, 고경일 그림 / 앨피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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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1990년대 초에 대입 학력고사를 본 세대이다.

그때만 해도 교과서는 국정 교과서뿐이라 아무래도 당시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극우 보수 세력이 그들의 시각에 맞추어 기술한 내용들이었을 것이다. 암기 과목에는 젬병이었던 나는 그런 이유 때문에도, 국사와 역사, 사회 과목에 대해 흥미가 없는 채로 지냈다.

그러다가 대학에 들어간 이후 처음으로 5.18 광주민중항쟁에 대해 알게 되었고, 대학생의 필수 코스인, 조정래 선생님이 쓰신 '태백산맥'과 '아리랑'을 접했다. '태백산맥'을 통해서는 해방 이후 한국전쟁을 지나 분단이 고착될 때까지, '아리랑'을 통해서는 일제 강점기 직전부터 해방까지의 역사를 알게 되었다. 특히 아리랑에서는 과연 내가 알던 '이승만 대통령'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전혀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에, 교과서에서 배운 역사와 실제 역사와 얼마나 차이가 많은지 깨닫게 되었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은 내 눈을 새로운 방향으로 확실하게 틔워 준 내용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한국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인 이승만 대통령의 곁에서 맞수로 존재하다가 제거된 '저돌적 반항아 김구', '롤러코스터 인생 조봉암', '외로운 늑대 신익희', '못다 핀 사쿠라 조병옥'을 통해 이승만에 대해 더 많은 모습을 알 수 있었고, 절대권력의 2인자 되기의 '명 짧은 대역스타 이기붕'과 '2인자의 탈을 쓴 1인자 김종필'을 통해서도 이승만과 박정희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한국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산주의와의 대결을 위해 3장 절대권력의 조력자 되기 (해방기 법조인들, 김용무, 이인, 오제도, 선우종원)과 4장 북으로 간 사람들 (박헌영, 홍명희, 문익환, 임수경), 5장 '전향'의 세 가지 스펙트럼 (양한모, 류근일, 김문수)를 설명하였다.

6장 변혁의 불씨들에서는 남북이 고착된 이후 사회 개혁을 위한 큰 발걸음인 김주열, 전태일, 박종철 열사에 대해 지면을 할애하였다.

국사와 사회, 정치에 관심이 없었으므로 이름도 못 들어본 사람도 다수였고, 내가 알고 있는 것과 일치해서 으쓱한 느낌이 드는 사람도 다수였다. 못 들어본 사람들의 인생을 통해서도, 다시 알게 된 사람의 인생을 통해서도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면 좀 억지일까.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이렇게 사람에 촛점을 두어 어쩌면 단편적으로 보이는 방식 외에, 현대사의 흐름에 따라 시간의 순서로 기술한 진보 관점의 역사책을 한번 읽고 싶다. 그런 다음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어야겠다. 그러면 띄엄띄엄 떨어져있는 단편적인 지식이 유기체처럼 어우러질 수 있을 것 같다.

군데군데 인용된 사진과 당시의 보도자료들, 총천연색 캐리커처들은 역사의 무거움, 새로운 눈을 뜨는 힘겨움에서 조금이나마 해방시켜 주었기에 이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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