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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인물들의 재구성 - 웃음과 감동이 교차하는
고지훈 지음, 고경일 그림 / 앨피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나는 1990년대 초에 대입 학력고사를 본 세대이다.

그때만 해도 교과서는 국정 교과서뿐이라 아무래도 당시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극우 보수 세력이 그들의 시각에 맞추어 기술한 내용들이었을 것이다. 암기 과목에는 젬병이었던 나는 그런 이유 때문에도, 국사와 역사, 사회 과목에 대해 흥미가 없는 채로 지냈다.

그러다가 대학에 들어간 이후 처음으로 5.18 광주민중항쟁에 대해 알게 되었고, 대학생의 필수 코스인, 조정래 선생님이 쓰신 '태백산맥'과 '아리랑'을 접했다. '태백산맥'을 통해서는 해방 이후 한국전쟁을 지나 분단이 고착될 때까지, '아리랑'을 통해서는 일제 강점기 직전부터 해방까지의 역사를 알게 되었다. 특히 아리랑에서는 과연 내가 알던 '이승만 대통령'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전혀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에, 교과서에서 배운 역사와 실제 역사와 얼마나 차이가 많은지 깨닫게 되었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은 내 눈을 새로운 방향으로 확실하게 틔워 준 내용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한국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인 이승만 대통령의 곁에서 맞수로 존재하다가 제거된 '저돌적 반항아 김구', '롤러코스터 인생 조봉암', '외로운 늑대 신익희', '못다 핀 사쿠라 조병옥'을 통해 이승만에 대해 더 많은 모습을 알 수 있었고, 절대권력의 2인자 되기의 '명 짧은 대역스타 이기붕'과 '2인자의 탈을 쓴 1인자 김종필'을 통해서도 이승만과 박정희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한국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산주의와의 대결을 위해 3장 절대권력의 조력자 되기 (해방기 법조인들, 김용무, 이인, 오제도, 선우종원)과 4장 북으로 간 사람들 (박헌영, 홍명희, 문익환, 임수경), 5장 '전향'의 세 가지 스펙트럼 (양한모, 류근일, 김문수)를 설명하였다.

6장 변혁의 불씨들에서는 남북이 고착된 이후 사회 개혁을 위한 큰 발걸음인 김주열, 전태일, 박종철 열사에 대해 지면을 할애하였다.

국사와 사회, 정치에 관심이 없었으므로 이름도 못 들어본 사람도 다수였고, 내가 알고 있는 것과 일치해서 으쓱한 느낌이 드는 사람도 다수였다. 못 들어본 사람들의 인생을 통해서도, 다시 알게 된 사람의 인생을 통해서도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면 좀 억지일까.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이렇게 사람에 촛점을 두어 어쩌면 단편적으로 보이는 방식 외에, 현대사의 흐름에 따라 시간의 순서로 기술한 진보 관점의 역사책을 한번 읽고 싶다. 그런 다음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어야겠다. 그러면 띄엄띄엄 떨어져있는 단편적인 지식이 유기체처럼 어우러질 수 있을 것 같다.

군데군데 인용된 사진과 당시의 보도자료들, 총천연색 캐리커처들은 역사의 무거움, 새로운 눈을 뜨는 힘겨움에서 조금이나마 해방시켜 주었기에 이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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