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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공주 ㅣ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35
김승희 지음, 최정인 그림 / 비룡소 / 2006년 7월
평점 :
딸 일곱의 막내로 태어나 버려진 버리데기 바리공주.
언제 지어진 설화인지 모르겠다. 단지 그와 비슷한 내용의 설화가 꽤 여럿 있고, 모든 희생자는 다 딸들이었다는 것. 심지어는 딸들과 아들을 경쟁시키고 아들을 살리려고 딸들 아홉을 희생시킨 설화도 있으니, 이런 경향은 꽤 오래 되었나 보다.
그런데 요즘은 더하다. 남아 선호 사상은 무뎌졌다고 하지만, 셋째, 넷째의 남녀 성비는 127명, 133명으로 여전히 남아를 선호한다. 버리데기는 태어난 이후 버려졌지만, 이제는 아예 태어나지도 못하는 세상인 것이다.
책으로 돌아오자. 이 책은 초등학생 이상은 되어야 내용과 분위기를 이해할 수 있겠는데, 아이들은 바리공주가 버려지는 이유도, 아버지의 약을 찾으러 그 무서운 길을 떠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겠다. 어른이 읽기에 좋은 수준인 것이, 글의 분량도 꽤 되고 시 특유의 운율이 느껴진다. 게다가 유아 취향의 단순화되고 파스텔톤의 그림이 아니라, 강렬한 오방색을 이용하여 무속인의 활옷을 보는 듯 화려하고 강렬하다.
사실 나는 바리공주가 왜 아버지의 약을 찾아 떠났을까 이해가지 않는다. 태어나게 해 주는 것이 그렇게 목숨을 걸 만큼 큰 은혜일까? 요즘처럼 부모를 경시하는 세상에서는 아이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라고 본다. 30대 중반인 나도 사실 바리공주의 희생을 이해하지 못하고, 왕비가 먼저 아이를 버리라고 하는 모습을 보며, 딸아이를 낳은 엄마로서 더욱 바리공주가 안쓰럽다. 그리고 이런 슬픈 설화가 동화로 나오는 것도 안타깝다. 버리데기처럼 천시되어도 자기를 버리고 희생하라는 뜻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