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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치는 강가에서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반짝반짝 빛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평범한 여고생 마리코는 평소 예쁘다고 생각하며 동경하던 가스미 선배에게서 여름 합숙 초대를 받고 아주 기뻐한다. 집으로 가는 길마저 예쁘게 보일 정도로 기뻐하는 마리코의 모습에 덩달아 기분이 들뜰 정도로 사춘기 소녀의 눈에 비친 광경은 눈부시다. 그렇지만 들뜬 마리코에게 경고를 하는 마리코의 친구 나오코와 쓰키히코, 침대 시트 사이로 언뜻 보게 된 회색 가면 때문에 마리코의 마음은 무거워지고, 합숙에 모여든 가스미와 요시노, 마리코, 아키오미, 쓰키히코 사이에는 긴장이 고조된다. 가스미가 어렸을 때 겪은 어머니의 죽음과 아키오미 누나의 죽음에 대해 이들은 서로 일정 부분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1장은 마리코, 2장은 요시노, 3장은 나오코, 4장은 가스미의 시선으로 상황이 서술되고, 그에 따라 각자 합숙과 상대방, 사건을 보는 방식이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사건에 관한 내용이 없었다면, 여름 방학을 그림과 함께 보내는 하이틴 로맨스가 떠오르기도 했을 분위기이다. 정원에 놓인 테이블에서 레모네이드와 쇼트케이크를 먹는 소녀들, 같이 만들면 단순한 카레라이스도 거창한 요리처럼 맛있고, 내내 그림에 빠져 지낸 오후, 자는 시간이 아까워서 밤 늦도록 이야기하는 것 등은 학창 시절이 아니면 느끼기 어려운 재미이다. 거기에다 동경했던 가스미와 요시노 선배를 독차지한 마리코의 기쁨은 더욱 컸다.
그렇지만 중반에 아키오미가 사건에 대해 마리코를 추궁하면서부터 분위기는 우울하게 변하고, 결국 사건의 진실은 알게 되었으나 뜻밖의 파국을 맞게 된다.
우리 주변에 있는 사소한 것들이 사실은 행복이라는 것, 아름다운 표면 뒤에는 무서운 진실이 숨어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작가는 여고생의 시선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책을 덮으면서 가스미는 왜 마리코를 합숙에 초대했는지, 가스미의 엄마는 왜 그랬는지, 작가는 왜 이런 결말을 내려야 했는지 궁금했다. 작가는 아이들에게 어떤 것을 기대했을까? 그것을 알아내지 못한 것은 내가 너무 쉽게 읽어서일까? 남겨진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요시노는 수갑에서 풀려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을까? 마리코는 가스미에 대한 가책 없이 살 수 있을까? 쓰키히코는? 아키오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