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살의 남자 평사리 클래식 1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김숙희 옮김 / 평사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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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살의 남자와 스무 살의 여자가 서로 사랑할 수 있을까? 더구나 이들은 삼촌과 조카 사이이다. 현대에 이런 소재로 책이 나왔더라면 참으로 통속적이고 대중적인 인기만을 위한 저질이라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랑에 대해 현대보다 더 자유로왔던 1700년대, 괴테는 자신의 상황 - 일흔 넷의 괴테가 열 아홉의 처녀에게 구애하면서 - 을 토대로 하여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쉰 살의 소령이 아들과 결혼하기로 했던 스무 살의 조카딸 힐라리에의 사랑 고백을 듣고 마음이 끌린다. 연인으로서 마음을 굳히면서 조카의 젊음에 비추어 나이 많은 자신에 대해 실망하고, 연극인 친구에게 화장술을 배워 외모를 가꾸고자 한다. 시와 라틴어 공부에 몰두하는 등 내면적인 삶에 충실하던 그가 거뭇거뭇한 피부와 흰 머리카락 몇 올, 주름살에 신경쓰게 된 것이다. 친구의 도움을 받으면서 그는 다시 젊음을 회복한 듯한 자신감을 얻게 된다. 그러던 중에 그는 그의 시를 인정하고 칭찬하면서 내면을 이해해 주는, 아들의 연모 상대인 아름다운 과부를 만나게 되고, 그 부인에게 버림받은 아들은 다시 힐라리에를 만나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하여 소령과 아들, 힐라리에, 아름다운 과부는 사각형의 네 꼭지점처럼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쓰여진 이 글은 주로 소령의 시선에서 사건의 변화를 보고 있다. 사랑이 시작되는 것은 아주 단순한 사랑 고백일 수도 있고, 단순한 호감에서 건네지는 눈짓 한 번일 수도 있다. 사랑은 머리 속에서 더 빨리 커져 나가는 반면, 쉽게 사그라들 수도 있고 상대가 바뀌기도 하는 것이다. 사랑의 감정 변화에 대한 심리 묘사가 은근하면서도 탁월한 이 작품은, 괴테의 현실처럼 스무 살 조카와 엮어지지는 않고 현실적으로 무난한 결말을 짓고 있다. 괴테도 소령처럼 힐라리에가 실제로 아들을 선택한다면 그는 영원히 상처받았다고 느끼게 될 것이었다. 그러나 힐라리에가 그를 선택한다 하더라도, 자기는 그녀의 손을 뿌리쳐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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