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몽 - 전2권 세트
박혁문 지음 / 늘봄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작년과 재작년을 풍미했던 이순신 장군의 열기가 잦아들고, 중국의 고구려 역사 왜곡이 발단이 되어서인지 이제는 TV 드라마부터 책에 이르기까지 주몽 열기가 대단하다. 학교 다닐 때 암기 과목에 소질이 없다 보니 국사와 지리 등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아서 주몽이 누구인지 생각할 정도였으니 내가 봐도 한심하다.
사실 생물학 계통의 일을 하는 나로서는 알에서 사람이 나와서 나라를 세웠더라 하는 건국신화들 때문에, 신성시하기는커녕 허무맹랑하다는 생각이 먼저였으나, 이 책 ‘주몽’의 책 표지에 써 있는 ‘알’의 유래인 ‘아리’에 대해 듣고서야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그렇게 해석해야겠구나 머리를 쳤다. 국사 교과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설명이고 국사 선생님도 말씀해 주시지 않았던 이야기라서 이제서야 깨닫게 된 사실이다.
게다가 해모수, 주몽, 대무신왕 등이 살았던 시기가 소크라테스, 공자보다도 후세였다는 것도 충격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렇게 먼 옛날도 아닌데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나 공자의 사상에 대해서는 많이 배우면서, 그보다 후세인 우리 나라의 고대사에 대해 이렇게 무지했다니 하는 자책이 들었다. 이는 암기 과목을 멀리했던 내 잘못도 있지만, 고대사를 연구하고 전파하지 않은 전문가들의 탓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제사장이자 정치가였던 단군은 칼을 든 정치가 위만조선에 의해 밀려난다. 제사장으로서 마지막 단군인 해모수는 나라를 세웠으나 정치가에게 밀려 나라를 잃었고, 해모수의 아들인 주몽은 결국 칼과 활을 들고 강한 단군, 힘의 단군으로 고구려를 건국한다. 에필로그로는 주몽의 손자인 대무신왕이 부여를 멸망시키고 한사군 중에서 현도군을 물리침으로써 예맥조선을 통일하게 되어 주몽의 유지를 실현하게 된다.
우여곡절이 많은 주몽의 탄생에서부터 종살이를 하며 크는 과정, 집을 나와서 선비를 만나고 아버지인 해모수를 만나 자신에 대해 눈을 뜨게 되는 모습, 선비들이 세운 터전 위에서 고구려를 건국하는 과정은 매우 현실적이다. 게다가 부여국의 후계자가 되었으나 여자에 빠져 기회를 잃고 마는 모습은 안타까우면서도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원리가 세상을 지배했던 시절, 고구려 무용총의 벽화처럼 말을 타고 활을 쏘는 주몽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책은 어렵지 않게 읽힌다. 역사를 이렇게 이야기로 들으면 이해가 잘 되고 기억도 오래 나련만, 굳이 건국 연도와 마가, 구가, 저가, 우가를 외우고 하다 보니 역사에서 손을 떼고, 자신의 뿌리조차 모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전쟁을 하는 것이 많이 나오는데 ‘칼의 노래’에서의 전쟁을 앞둔 긴박감이나 초조함 등은 느낄 수 없는 것이 약간 아쉽지만, 신화에서 내려와 인간적인 왕이 된 주몽을 만나게 된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