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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식 통일, 현재진행형
백낙청 지음 / 창비 / 2006년 5월
평점 :
저자가 보는 한반도의 분단 역사는 다음과 같다. 1945년부터 한국전쟁이 교착 상태로 휴전되는 1953년까지가 분단체제의 형성기, 1987년 6월항쟁까지를 분단체제의 고착기로 본다. 1987년을 기점으로 분단체제는 동요단계로 접어들어서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과 6.15 선언을 통해 본격적인 통일로의 진행을 예고한다.
우리의 통일은 독일의 흡수 통일, 그동안 많이 들었던 베트남식 무력 통일, 처음 들어본 예멘식 담합 통일과는 달라야 한다. 저자는 일정 기간의 준비 기간을 거친 일회성 통일과는 다른 '과정으로서의 통일', '상당한 기간에 걸친 지속적 과정으로서의 통일'을 주장한다. 좀더 자세히 말하면 남북 현 정권의 일정한 안정성을 보장하고 남북간 주민 이동의 적당한 통제를 인정하는 국가연합 형태를 취하고, 남북간의 신뢰 구축과 교류 협력을 통한 실질적 통합을 진전시켜서, 그러한 성과가 상당 정도 축적되었을 때 어느 날 문득 "어, 통일이 꽤 됐네, 우리 만나서 통일됐다고 선포해버리세"라고 남북이 합의하여 통일을 이루자는 것이다.
목표 달성 기간으로 나눈다면 남북 각각의 사회가 분단된 상태에서도 가능한 일상적인 삶의 개선을 최대한으로 추구하는 '단기 목표'와 분단체제 극복으로서의 통일인 '중기 목표', 이를 통하여 세계 체제 전체를 좀더 나은 체제로 바꾸는 '장기 목표'로 볼 수 있고, 중기와 장기 목표는 아직 요원하므로 우리 개인은 현재 이 자리에서 한반도를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 더 나은 사회로 만드는 운동을 벌이자고 한다.
통일의 한쪽 날개인 북한에 대한 이야기가 그다지 많이 나오지 않아서 좀 아쉽기는 했지만, 한반도의 위상과 주변국들의 관점, 통일이 되었을 때의 성장 가능성 등 세계 정세를 보는 눈을 조금은 틔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환경이나 사회에 대한 나름대로 깨어 있고자 노력하고 있었지만, 우리 나라의 모든 운동이 통일과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은 그다지 한 적이 없다. 다른 사람이 지적한 것처럼 너무 과도하게 통일과 연관시킨다는 느낌도 받긴 했으나, 이는 그만큼 저자가 통일을 준비하고 노력하며 염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5년까지 쓴 글을 옮겨서 펴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을지, 특히 새만금 간척 사업이 강행으로 판정된 지금, 이전의 희망적인 기대에 어긋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내 자신과 가족, 회사, 마을만 생각하며 살아도 머리가 아픈 현실에서 우리 나라를 염려하고 걱정하며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은 정말로 감동적인 현실이었고, 이분들의 준비로 인해 정말 멋지고 세계사에 남을 통일이 오래지 않아 반드시 이루어질 거라고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