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삶의 시작

인생의 동반자들 - 곤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새 삶을 선사하는 동반견들 이야기
제인 비더 지음, 박웅희 옮김, 니나 본다렌코 그림 / 바움 / 2006년 3월

우리 나라에는 개의 분류를 크게 세 가지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애완견과 일하는 개, 식용개가 그것이다. 이 중에서 일하는 개로 경찰견과 맹인안내견이 생각난다.

TV에서 맹인안내견에 관한 어느 기업의 광고를 본 적이 있다. 맹인을 안내하는 맹인안내견들은 많은 훈련을 통해, 발을 밟혀도 짖지 않았다. 요즘 맹인안내견에 대한 이해가 많이 늘어서 버스에도 맹인안내견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붙어 있다.

TV에서 본 맹인안내견은 주로 골드 리트리버종이었고, 조끼를 입고 네모난 손잡이를 통해 시력 말고는 육체적인 장애가 없어 보이는 사람을 인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들이 있어서 안전하게 길을 건너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는 등, 정상적으로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에서는 맹인안내견과는 조금 다른 개념으로 다양한 종의 개들이 다양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돕는 13가지 이야기를 싣고 있다. 이 개들은 곤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새 삶을 선사하기 때문에 ‘동반견’이라고 불린다.

동반견으로 선발되려면 천성적으로 호기심이 많고 영리하며 어떤 어려움이라도 부딪쳐 이기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선발되면 강아지부모에게 맡겨져서 일년 정도 가정의 안정감과 따뜻함을 배우면서 일주일에 한번씩 수업을 받는다. 그런 다음 조련센터에서 3개월 이상의 집중훈련을 통해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돕기 위한 100여 가지 기술들을 배운다. 바람직한 행동은 보상을 통해 강화하고, 그렇지 않은 행동은 모른체하는 ‘실수 없는 학습’을 통해 개들은 본능보다 학습된 결과를 우선으로 한다. 그후 ‘개가 사람을 선택하는’ 과정을 통해 사람과 개가 짝지어지고, 실생활에서 서로 동반하여 살아가게 된다.

나는 동물을 곁에 두고 키워본 적이 없어서 몰랐지만, 사람이 다 각각의 개성이 있듯 개들도 모두 달랐다. 과잉행동증에 걸린 듯한 녀석으로부터 심드렁하고 뚱해 보이며 습관적으로 한숨을 쉬는 녀석까지 참으로 다양하고 재미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개들의 한결 같은 모습은 동반자로 선택한 사람을 전적으로 믿고 따르며 봉사하는 것이었다. 개가 도와주는 것이 간병인보다 낫지는 못하겠지만, 정신적인 안정과 휴식 측면에서는 동반견이 훨씬 낫다고 한다. 주인을 자기 목적에 따라 이용하는 고양이와는 다르게 주인에게 헌신하고 주인을 우선으로 하는 개가 인생의 동반자가 된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책에 나온 많은 이야기들을 통해 잘 훈련된 동반견과 함께 새로이 독립적인 인생을 시작하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감동적인 과정을 같이 할 수 있었다.

이런 책들을 통해 점점 더 많은 동반견들이 그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같이 인생을 즐겼으면 하고, 우리 나라에서도 많이 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