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음식 여행 끝에서 자유를 얻다 - 마음으로 몸을 살린 어느 탐식가의 여정
데이나 메이시 지음, 이유미 옮김 / 북돋움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우리 집 냉장고며 싱크대에는 당장 난리가 나도 한 달은 족히 먹을 수 있을 만큼의 식재료가 쌓여 있다. 안 읽은 책이 산처럼 쌓여 있어도 책을 샀고, 마음에 두고는 있었지만 당장 필요하지 않았던 것들을 질렀다. 가족에 문제가 생기고 십여 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후 한동안의 일이었다. 광풍이 지나간 다음 돌아보니, 내 빈자리를 메우고자 했던 보상 작용이었다.
먹는 것도 그렇다. 보통 배가 고파서 먹는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의 허기를 배고픔으로 착각하고 먹는 일도 많다. 그래서 내 마음의 허기를 들여다보기 위해 선택한 책이 <음식 여행 끝에서 자유를 얻다> (2012, 데이나 메이시 지음, 북돋움 펴냄)이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2/0703/pimg_702208133771608.jpg)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가정 불화 때문에 아버지가 집을 나갔고, 뒤에 남겨진 열 살의 아이는 냉동 피자를 데워 배가 터질 듯 부를 때까지 욱여 넣은 후 작은 안도감을 얻었다고 했다. 이렇게 과식이 시작되었지만 30대 초반까지는 M 사이즈의 체형을 유지하다가 결혼하던 33살 L 사이즈, 아이를 낳은 39살 XL 사이즈로 늘어난다.
일 때문에 만난 요가의 대가 패트리샤 월든에게서 들은 "당신은 왜 이런 몸 안에 들어 있나요? 당신 몸이 당신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게 뭐죠?"라는 질문은 저자의 마음을 강하게 흔들어 놓는다. 이 질문으로부터 저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찾아가는 음식 여행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마침내 '음식 여행 끝에서 자유를 얻는다'.
<음식 여행 끝에서 자유를 얻다>에는 소시지, 치즈, 초콜릿, 올리브, 야생 식재료, 빵, 고기라는 식재료 자체뿐 아니라 음식 만들기, 수확, 만찬, 단식, 요가 같은 행동, 더 많이 가지려고 하지 않기와 오렌지로 대표되는 소박한 즐거움 찾기 같은 정신적인 면이 들어 있다.
더 환경 친화적으로 생산된 식재료를 더 건강에 좋은 방법으로 요리해서 먹으라는 지침서가 아니라, 먹는 양을 조절해서 살을 빼라는 다이어트 책이 아니라, 마음으로 몸을 살리는 방법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특별하다. 각 장의 끝마다 실려 있는 레시피의 마지막이 단순하게 '새콤달콤 신선한 오렌지'를 까서 '입과 심장을 즐거움으로 채'우는 것임은, 이제 음식이 몸과 마음의 허기를 채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감사와 즐거움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2/0703/pimg_702208133771607.jpg)
책을 다 읽고서 다시 앞표지를 대하니 '자유'라는 단어가 특히 눈에 들어온다. 이제는 나도 강박에서 벗어나 마음의 허기를 치유할 때가 되었나 보다. 그녀처럼 자유를 얻기를 바라며.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2/0703/pimg_702208133771606.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