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있는 암자를 찾아서
이봉수 지음 / 자연과인문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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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라는 단어에서는 고독과 자유라는 느낌이 풍겨 나온다. 제대로 된 섬에 가 본 적이 없는 내게 섬은 꿈과 같은 곳일 뿐, 그 안에서 느끼는 단절감과 그만큼의 자유는 사실 실감 나지 않는다. 한 치 건너 두 치라고나 할까.
참, 그러고 보니 작년 이맘때쯤 강화도 옆의 석모도에 갔다온 적이 있었다. 회사의 단체 야유회를 석모도로 갔는데, 차들도 함께 타는 엄청 큰 배를 타고서 저기 보이는 섬까지 십여분 간 것이 고작이라서, 섬이라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런 데다 사람은 또 어찌나 많은지 보문사에 가는 길은 인산인해를 이루어서, 가도 가도 끝없는 돌계단을 올라가면서 사람에게까지 지쳐버렸다. 그러니 굳이 맨 위에 올라가서 돌에 새긴 마애석불좌상을 보았으면서도, 마애석불 좌상이 석실 나한전과 함께 보문사가 관음기도 성지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조각상임을 알지 못했고, 약수가 나오는 샘과 수령이 600년 된 거대한 향나무를 보지 못했다.  

<섬에 있는 암자를 찾아서> (2009, 이봉수 지음, 자연과인문 펴냄)는 섬기행 칼럼니스트인 이봉수 님이 '낯설고 아득한 길 위에서 무소의 뿔처럼 홀로 찾아가는 길' 20곳을 소개한다. 섬을 여행하다 만난 이순신 장군의 흔적, 그 흔적과 사적을 찾아 섬들을 여행한 것이 벌써 10년째인데, 그런 섬 여행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은 경남 통영에 있는 오곡도에 섬 여행을 위한 베이스캠프를 마련할 정도로 섬과 여행에 대한 저자의 사랑이 크다. 그렇게 섬을 여행하다 보면 숙박시설이 없을 정도의 작은 섬에도 가게 되는데, 그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찾은 곳이 암자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처럼 섬과 암자가 연결되는 것이다.
연화도 보덕암, 미륵도 용화사, 사량도 옥련암, 완도 신흥사, 오곡도의 명상수련원, 거금도 송광암, 흑산도 광조암과 관음사, 남해도 운대암, 욕지도 용천사, 거제도 신광사, 백령도 연화정사, 강화도 전등사, 울릉도 성불사와 독도, 석모도 보문사, 마라도 기원정사. 널리 알려진 섬들도 있고, 처음 들은 곳도 있었는데, 홀로 가뿐히 떠나는 여행의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번잡하지 않고 단출하다.
절이나 암자에 대해 간략한 역사를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하나하나 세세하게 묘사하지는 않는다. 염화미소를 요구하는 것일까, 스님들과 나눈 대화도 중요하지 않은 듯 생략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섬도, 암자도 아닌, 바로 그 길들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섬에 찾아가기까지의 길과 섬에서 암자를 찾아가기까지의 길, 암자에서 다시 속세로 돌아오는 길의 느낌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그리고 각 글의 마지막에는 저자가 지은 시들이 실려 있어서 여운을 더한다.

도시의 절은 규모가 크다 보니 분업화된 기업 같은 곳도 있다. 그러나 저자가 다녀온 섬들의 암자는 규모가 정확하게 나와 있지 않아서 확실치 않지만 스님 혼자서 화두를 붙잡고 계시는 곳도 있을 정도로 고즈넉했다. 밤 깊도록 차를 마시며 나눈 말씀들이나 정성스런 점심 공양을 들면서 나눈 말씀들이 궁금했다. 여백의 미를 추구하신 것인지, 암자와 섬에 대한 설명이 미진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암자와 섬에 대해 나는 이미 매료되었나 보다. 어떤 인연으로 해서 이 책을 만나게 되었는지 궁금해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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