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입학전 읽기능력이 평생성적을 결정한다
이정균 지음 / 미르북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아이가 이번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학년별 권장도서를 구입해서 돌려 읽는 숙제가 생겼다. 지난주에는 <행복한 우리 가족>이라는 책을 읽고, 아이, 엄마, 아빠가 느낀 점을 적어 내는 것이었다. 아이가 먼저 읽고 느낀 점을 쓴 다음 내가 읽고 느낀 점을 적다 보니, 아이가 참 피상적이고 표면적으로 책을 읽는구나 하고 깨달았다. 소연이네 가족이 봄나들이를 가는 것을 따라가며 장면장면이 연결되어 있는데, 이 가족은 아주 행복해 보이지만 교통 신호 위반, 잔디밭 출입 금지, 음식 반입 금지, 다른 사람 기다리게 하기 등 아주 다양한 불법을 자연스럽게 저지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은 아이에게는 그런 것이 보이지 않고 단지 꽃이 만발한 길의 드라이브로, 미술관으로, 식당으로 이어지는 소연이네 봄나들이가 행복하게만 보이는 것이다. 내가 먼저 읽었더라면 아이에게 다시 한번 읽어 보라고 권했을 텐데, 그러면 이 책이 실제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이도 깨달았을 텐데. 5살때 한글을 깨치고 나서는 아이는 아이 책을, 나는 내 책을 읽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있다 보니, 200쪽이 넘는 책까지 술술 읽는다고 안심하면서 아이에게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을 번쩍 하게 된 일이었다. 

<초등 입학 전 읽기 능력이 평생성적을 결정한다> (2009, 이정균 지음, 미르북스 펴냄)는 '취학 전 연령별 독서교육 지침서'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책읽기와 논술 관련해서 단체들이 늘어나면서 권장 도서라든가 지침서 등이 많이 나오는데, 아이 교육에 무심한 나는 작심하고 독서교육 지침서를 읽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참 많은 것을 배웠다.
저자는 6, 7차 초등 국어교과서 집필위원으로 참여했으며, 지속적으로 독서 지도에 대한 공부를 해 오면서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의 운영진이시라고 한다. 아이들의 독서 지도에서 쌓인 경험과 지식들이 이 책 안에 잘 녹아 있다.
저자는 잘 읽은 아이들이 잘 듣고 잘 표현하여 결국 좋은 성적을 거둔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잘 읽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 세상의 수많은 책 속에 나 있는 수많은 길들 중에서 그 가치가 인정된 70권의 책을 소화해서 우리에게 보여 준다. 그런 책읽기에도 아이의 발달 상황에 따라 등급이 있어서, 출생에서 2세까지, 3세에서 4세까지, 5세에서 6세까지, 7세부터 초등 입학 전까지로 나누어, 책들을 소개한다. 누가 쓰고 그렸고 어떤 상을 수상했으며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책소개' 코너에서 이야기한 다음, 이 책을 어떤 아이들에게 읽히면 좋은지, 그러면 어떤 것을 얻게 되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책을 읽는 분위기까지 섬세하게 이야기하면서, 마지막으로 독후 활동의 예시를 들어 마무리한다.

책을 읽다 보니 우리 아이에게 읽힌 책이 서너 권밖에 없는 것이 참 미안하다. 그래서 엊그제 권장 나이가 3~4세로 나와 있지만 앤서니 브라운의 <터널>을 구입했다. 그리고 다음주에는 가까운 도서관에 회원 등록을 할 예정이다. 사서 읽히기에는 나이가 지났지만, 그래도 함께 읽으면서 그간 못다한 발달을 이제라도 보충할 셈으로 말이다. 다행히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랐으니, 엄마와 함께 하는 책읽기 시간은 행복한 기억이 될 거라 믿는다. 따뜻한 율무차 한 잔과 함께라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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