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적 - 위장이 굳어지는 새로운 위장병의 발견과 치료법
최서형.하나한방병원 지음 / 헬스조선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대학을 졸업할 즈음 한동안 소화가 안 되었었다. 당시 현미로 밥을 지어먹기 시작했던 때여서, 소화가 잘 안 되나 보다 생각했는데, 기말고사를 끝내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씻은 듯이 나았다. 아마 기말고사와 졸업 논문,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나 보다. 그 이전이나 그 이후로는 소화가 안 되어서 불편한 적이 없었으니, 그것만 해도 얼마나 복 받은 것이랴. 그렇지만 고모 두 분이 모두 위암 수술을 받으신 터라, 이제는 나도 위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신경을 쓰고자 한다.
<담적> (2009, 최서형 지음, 헬스조선 펴냄)은 그런 배경에서 읽기 시작한 책이다. 건강을 잃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것의 효용성을 알기 때문이다.
저자인 최서형 박사님은 양의와 한의의 합작인 하나한방병원을 건립하였고, 난치성 질환을 포함하여 84개 질환에 대한 동서협진 연구 보고서를 펴냄으로써 의료계 신지식인 1호로 선정되신 지 벌써 10년이 되었다고 한다.  

이야기는 위 질환 검사의 가장 선봉인 내시경 검사의 한계에서부터 시작된다. 금식을 하고 식도를 통해 위 안에까지 카메라를 밀어넣음으로써 붓거나 헐거나 출혈이 있는 곳을 알아보는 내시경 검사로 위 점막 표면의 문제를 알아낼 수는 있겠지만, 위액이나 위산의 분비에 문제가 없어서 점막은 건강하나 위를 구성한 근육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가려낼 수 없다. 또한 바륨과 발포제를 먹고 식도에서 위, 십이지장까지의 상부 소화관을 X-레이로 촬영하는 위장 조영술도, 염증이나 궤양, 종양 등 형태의 변화나 이상 정도를 알아내는 것일 뿐 그 기능의 발휘 여부를 알아보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형태나 점막에 이상이 없지만 위에 계속 문제가 있을 경우 신경성 또는 과민성이라고 통칭했다고 한다. 그런 이들을 검사하다 보니 공통적으로 위와 장의 외벽이 붓고 굳어지는 현상이 있었고, 이 부분을 미들 존(middle zone)이라고 명명하여 관찰하였다고 한다.  

3~8 밀리미터의 얇은 근육으로 만들어진 주머니인 위는, 단순히 들어온 음식을 주물러서 부수면서 산과 펩신으로 단백질을 소화시키는 역할만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장과 더불어 위에는 위장 림프 조직이라는 고도의 면역계가 있어서 음식물과 함께 들어오는 수많은 병원균과 유독 물질을 막아내고, 외인과 내인 신경계가 척수보다 더 많이 내재되어 있어서 제2의 뇌라고도 불린다. 호르몬과 분비, 근육과 혈관 등 많은 기능을 가진 구조들이 모여 있는 위가 오염되어 굳어진다면, 그 많은 기능들이 조금씩 손상되어 결국 전신에 그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위가 굳어지는 과정을 소개하면서 그런 질환을 '담적'이라고 이름 지었고, 담적으로 인해 발생하거나 악화되는 질병으로 거의 대부분의 대사질환을 들었다. 외부의 병원균에 의한 전염병 감염 말고는 대부분이 대사 질환이니, 두통, 어지럼증에서 시작해서 당뇨병, 간경화, 동맥경화, 건망증, 치매, 신장증후군, 관절염, 우울증, 알코올 중독, 음식 중독, 자가면역질환, 아토피까지 하나하나 기전과 증상을 들어가며 설명한다. 어떤 것은 너무 끼워맞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있었지만, 그만큼 위의 기능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이런 담적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방법을 설명한 다음, 예방을 위한 섭생을 안내한다. 폭식, 과식하지 않기, 하루 3끼니를 규칙적으로, 한 입에 30회씩 침을 섞어가면서 꼭꼭 씹어, 30분간 천천히 식사하기, 밥은 질게 먹고 소식하기, 찌거나 삶는 조리법 선택하기, 야식은 피하고 식사 후 바로 눕지 않기, 설탕과 탄산음료 멀리하기, 술은 적당히 마시고 담배는 끊기, 항산화 성분 음식을 많이 먹기, 스트레스틑 바로바로 관리하기, 규칙적인 생활과 가벼운 운동 하기 등이 담적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소식과 운동은 어느 책에서나 권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위장에 집중하여 그 구조와 기능, 중요성을 설명하였기 때문에, 구체적이면서 자세했다. '우리가 먹는 것이 바로 우리'라는 포이어바흐의 말처럼, 바르게 먹고 바르게 우리 몸을 대접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그래서 이로운 음식과 삼가야 할 음식 리스트를 주의 깊게 보았다. 한때로 그칠 것이 아니라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어서 온 몸의 건강을 이루어야겠다. 우선 커피와 밀가루 음식부터 줄여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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