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바조 : 빛과 어둠의 대가 마로니에북스 Art Book 8
로사 조르지 지음, 하지은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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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카라바조를 처음 만난 것은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장님이 쓰신 <꽃미남과 여전사>(2006, 이명옥 지음, 노마드북스) 1편에서였다.  '남성과 여성의 미를 칵테일한 카라바조'라는 소제목으로 카라바조의 그림이 아홉 점이나 실려 있었다. 다양한 그림들 중에서도 카라바조를 기억하게 했던 것은 비슷하게 생긴 소년들이었으니,쌍꺼풀이 진하게 지고 머리에 꽃을 꽂고 둥글고 짙은 눈썹과 교태스러운 몸짓으로 각인되었다.
그런 카라바조를 이제 한 책의 주인공으로, 그가 살았던 삶과 사회와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만난 시간이 <카라바조 : 빛과 어둠의 대가> (2008, 로사 조르지 지음, 마로니에북스 펴냄)이다. 이탈리아 몬다도리 출판사의 'Art Book' 시리즈를 번역 출판하고 있는 이 시리즈는 카라바조로 8권째를 맞고 있다. 지금까지 빛의 대가라고 하면 렘브란트를 기계적으로 떠올렸는데, 이 책에서 카라바조의 빛과 어둠을 보았다.

한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품 자체만이 아니라 작품이 제작되던 당시의 사회 상황과 작가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카라바조에 대해 아주 충실하다. 1572년에 태어났고, 5살에 페스트로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여읜 카라바조는 열세 살부터 밀라노에서 시모네 페테르차노에게서 미술을 배운다. 르네상스에서 마니에리스모로, 다시 라파엘로와 미켈란젤로의 방식으로 바뀌던 미술 사조들은, 카라바조가 여행했던 밀라노와 로마와 안트워르펜 등에따라서도 많이 달랐다. 그가 영향을 받은 화가들과, 그가 영향을 준 화가들이 각자의 작품들과 함께 등장하여 설명을 돕는다.  

한 사람의 생애를 정리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그를 둘러싼 인물들이 많을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사회와 삶, 작품을 연계하기 위해 정보를 많이 실음으로써 우리에게 도달하는 정보량은 꽤 많지만, 보통 책보다도 약간 작은 도판에 그림을 한 페이지에도 여러 개씩을 싣다 보니 그림 각각의 질이 떨어지고 특히 페이지가 겹치는 가운데에 실린 그림은 알아보기조차 어려워서 아쉽다.
그리고 카라바조의 생애 또는 화풍에 따라 1592년까지, 1600년까지, 1606년까지, 1610년까지의 네 시기로 나누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데, 각 시기 안에서도 삶과 작품, 역사, 문화적 배경, 주요 작품 분석이 여러 편씩 혼재되어 있어서 일렬로 줄을 세우기가 어려웠다는 단점이 있다. 모두 내가 미술에 문외한이기 때문에 어렵게 읽은 것일 게다.

내게 처음 각인되었던 짙은 쌍꺼풀과 교태스러운 몸짓만이 아니라 다양한 종교화와 정물화들을 만나게 되어서, 이제야 카라바조의 일부를 알았다는 생각이 된다. 그리고 이렇게 오래된 작품과 삶이 상세하게 전해지는 기록에 대한 부러움을 또한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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