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무림고수를 찾아서 - 궁극의 무예로써 몸과 마음을 평정한 한국 최고 고수 16인 이야기
박수균 지음, 박상문 사진, 최복규 해설 / 판미동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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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김용의 <소오강호>, <정무문> 등을 필두로 하여 무협소설에 빠졌던 적이 있다. 막내뻘의 낮은 제자로 시작해서 수련을 하고, 동굴에서 만난 미지인에게서 육십갑자의 내공과 무가의 비전을 얻고, 적의 공격에 의해 오히려 금강불괴지신이 되는 우연이 겹치면서 결국 한 문파의 장문인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들은 한 편의 성장소설과도 같았다. 주인공 앞에서는 어떤 강적도 버텨낼 수 없었다. 한 걸음을 떼면 수 미터를 이동하고 한 초식으로 상대의 목숨을 끊는 장면들은 그 안의 수많은 암투와 정치와 사랑을 아우르며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이다. 내게도 한때의 바람으로 끝났지만 무협소설은 많은 사람들이 거쳐가는 관문인 듯하다.
그래서 소림사의 승려를 연상케 하는 인물이 휘영청 밝은 달 아래 둥실 떠 있는 표지 사진을 보면서 <한국의 무림고수를 찾아서> (2008, 박수균 지음, 판미동 펴냄)에도 그런 이야기들이 나올지 모른다 생각했다.

저자인 박수균 씨는 자신이 십팔기 공인 4단으로, 2003년부터 문화일보에 [박수균 기자의 무림고수를 찾아서] 시리즈를 연재했다고 한다. 그리고 무술연구소를 운영하며 연구와 저술, 교육에 전념하는 무술 전문가 최복규 씨가 해설을 맡았다. 이들 한 팀은 2003년에 연재된 시리즈물에 보충 자료를 첨부하여 <한국의 무림고수를 찾아서>를 출간했다고 한다.
자신을 버리다, 자신을 이기다의 두 장으로 이루어진 책에는 모두 16인의 고수를 싣고 있다. 이름도 생소한 십팔기, 선관무, 팔괘장, 형의권, 아이키도, 대동류 유술, 거합도 등에다, 홍콩 영화에서 이름은 들어본 당랑권, 태극권, 우리에게 익숙한 태껸과 태권도, 합기도, 가라테까지 다양한 무술의 고수들이 망라되어 있었다. 사범, 노사, 선생, 교수, 관장, 또는 호로 지칭되는 고수들의 나이도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했다.
저자는 이들 고수를 찾아가 현재의 삶과 함께 그들의 무술의 역사를 청해 들었다. 그들이 하는 무술의 특징을 들었고 시연 사진과 함께 동작을 하나하나 분석해서 전달했다. 각 무술은 수련 방법이 다른 것처럼 추구하는 바도 모두 달랐다. 각 이야기의 끝에는 이들의 무술에 대한 정보를 박스 안에 넣어 자세하게 설명한다. 

'무엇이건 어느 하나를 평생 하다 보면 만물을 두루 관통하는 깨달음에 도달하게 된다 (一達之道)' (50쪽)를 몸소 보여주고 있는 한국 최고 고수 16인의 이야기는 그 정직한 몸의 수련 뿐만 아니라 마음의 공력까지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점점 더 바쁘고 빨라지는 현대에서, 한두 초식을 완벽하게 연마하는 데 평생을 바친 당랑권의 이덕강 노사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간 들인 시간과 공력을 정직하게 보여주는 몸을 통해, '무술武術과 무도武道의 경지를 넘어서서, 아름다운 움직임의 완성도를 추구하는 예술로서의 무예武藝'를 보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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