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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후 더 뜨겁게 살아라 - 정년 후를 위한 생생 교과서
가토 히토시 지음, 김성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정년퇴직을 하고 나면 갑자기 아프고 무력해지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갑작스러운 퇴직을 맞은 사람들도 삶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사람을 회피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어쩌면 평생 외부에서 주어지는 일, 남들과 더해야 하나가 되는 부분적인 일을 하다가 온전히 주어지는 하루 24시간이 버거운, 학습된 무기력감 때문일 수도 있고, 직장에서 이미 평생의 에너지를 소진해 버려서 그 이후의 삶을 시작하기조차 어려울 수도 있다.
직장을 다니는 것은 가족의 생계를 꾸려 간다는 책임감이면서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안정감, 아직은 자기에게 가치가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하나 보다. 그래서 노년층을 위한 직업박람회에는 그렇게 많은 분들이 모이고, 어떻게든 직장을 구하고자 하는가 보다. 예전 같으면 정년퇴직 이후에는 손주들을 돌보며 자식들의 부양을 받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은 가정이 많아지다 보니 당장 생계부터 걱정해야 하는 이들도 많은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일단 직장을 다녀서 정년퇴직을 하고 어느 정도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봐야 맞겠다.
<정년 후 더 뜨겁게 살아라> (2008, 가토 히토시 지음, 국일미디어 펴냄)는 '정년 후를 위한 생생 교과서'라는 설명을 달고 있다. 정년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고,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앞으로는 정년 후에도 3~40년의 삶이 펼쳐질 거라고 한다. 그러니 인생 3막 또는 4막으로 정년 후의 계획을 세우는 것도 참 중요하다. 어떻게 직장 생활을 했는가에 따라 정년 후를 바라보는 시각과 준비가 달라질 것이다.
저자는 잡지 편집자를 거쳐 논픽션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벌써 25년째 3000명이 넘는 정년 퇴직자들을 인터뷰하면서 축적된 많은 경험과 사례들을 통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조직이 아닌 객체, 타인 본위가 아닌 자기 본위의 삶을 살아야 하는 이들 정년퇴직자들을 위해 저자는 여섯 가지 항목을 제시한다. 그것들은 바로 홀로 떠나는 여행, 일을 창출하라, 배움을 즐기자, 가족을 직시하라, 지역사회에서 살자, 마지막 거처이다. 이 여섯 가지 항목은 순차적으로, 또는 병행하며 진행할 수도 있다.
각 항목들 아래에 실린 10여 개의 작은 이야기들은 그간 저자가 인터뷰했던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라서 생생하고 현실적이다. 정년퇴직을 한 이후 또다른 직장을 찾으려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된다면, 자신이 그동안 바라던 일을 시작하게 된다면 가장 바람직한 경우겠다. 목적을 정해서 하나에 집중하는 '일점돌파'의 예로 저자는 메이지시대에 기술자로 일했던 이를 든다. 정년퇴직을 하자마자 아내가 세상을 떠나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그는 해외여행을 하기로 65세에 마음을 먹는다. 목적지를 정하면 여행이 가능할 정도의 언어를 배우고 그 나라에 대해 공부하고 모든 준비가 끝나면 여행을 다녀왔으며 그 후기를 책으로 엮어 자비 출간했다. 70세부터 시작해서 그는 총 5권의 책을 냈다. 정년퇴직 후의 인생은 그렇게 즐길 수도 있다. 또는 요리를 좋아해서 주부가 될 수도 있고 그간의 기술을 이용해 창업을 할 수도 있으며 자원봉사를 할 수도 있다.
정년 퇴직 후에 자기 책임, 일의 창출, 배움, 가족, 지역 사회, 삶의 마무리라는 커다란 틀에서 생활을 다시 재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은 우리와 문화가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자기계발서도 많이 들어오는데, 정년 후의 생활에 대해서도 이제 슬슬 준비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퇴직 전에 어떻게 준비하는가에 따라서 퇴직 후의 생활은 아주 많이 다를 것이다. 그러니 미리 읽어 두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