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가미 일족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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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에서 끊어져 나와 피를 묻힌 거문고 줄, 피 묻은 국화 꽃봉오리, 도끼, 검은 바탕 위에 크게 부각되어 있는 하얀 가면까지, 뭔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표지는 섬뜩하다. 제목인 '이누가미 일족'조차도 뭔가 끈적한 것이 흐르고 오염되어 있다.
1950년부터 51년까지 일본의 잡지에 연재되었다는 <이누가미 일족> (2008,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시공사 펴냄)은, 요코미조 세이시가 만들어낸 일본의 국민 탐정,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하는 본격 추리 소설이다.

<이누가미 일족>은 말 그대로 이누가미 사헤 옹으로부터 시작된 일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떠돌아 다니다가 쓰러져서 노노미야 다이니에게 구조된 이누가미 사헤는 한 변두리였던 나스 시를 중소 도시로 키워낼 정도로 성공한 사업가가 되었다. 그러나 아내는 없이 세 명의 소실에게서 딸 셋을 두고 있고, 그 딸들에게서 손자 셋과 손녀 하나를 얻었다.
향년 81세로 이누가미 사헤가 사망한 후 발표된 유언장에는, 유산 상속에 관련하여 수수께끼 같은 복잡한 내용이 들어 있었으니, 손자 셋 외에도 은인인 노노미야 다이니의 손녀인 다마요, 또다른 아들인 아오누마 시즈마가 관여되어 있다. 이 다섯 명이 만들어내는 경우의 수에 따라 유산의 양과 상속자가 결정되는데, 다마요와 결혼하는 손자가 있을 경우 이들이 사헤 옹의 모든 유산을 물려받는 것이다. 이를 둘러 싸고 세 딸들 사이에서는 암투가 벌어지는데, 손자들이 하나씩 살해되면서 긴장은 더해간다.
긴다이치 코스케는 이누가미 일족 변호사의 조수에게서 불행한 사건을 방지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서 나스 시에 왔으나 의뢰자가 코스케의 면전에서 죽어 버리는 바람에, 아무런 단서 없이 이누가미 일족의 사건들에 참여한다. 그리고 맹점을 해결한 다음 사건의 재구성을 도움으로써 이누가미 일족의 불행을 정리한다.
 
<소년탐정 김전일>이라는 만화에 대해서는 많이 들었는데, 나는 웬일인지 김전일이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와서 보니 긴다이치(金田一)이라는 일본 성을 한자어 그대로 읽은 것이었다. 소년탐정 김전일의 할아버지가 긴다이치 코스케라고 하니, 긴다이치 코스케에 대한 일본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쓰여진지 벌써 60년이 다 되어가는 터라 말투 곳곳에서 오래된 느낌이 났다. 예전 무성영화 시절 변사가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전달하는 듯한 신파극 느낌이라고나 할까. 사건의 전개와 결말을 이미 다 아는 상태에서 현재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듯한 어투가 예스럽고, 요즘 같으면 복선으로 조용히 깔고 갈 것을 낱낱이 드러내는 것도 독특하다.
더구나 긴다이치 코스케는 머리 위의 참새 둥지를 벅벅 긁어대고 흥분하면 말을 더듬거리는 것 외에는 사건 종반까지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않는다. 수사도 주가 아니라 종으로, 다치바나 서장의 파트너 정도이다.
그렇지만 마지막의 결말 구조는, 이 글이 쓰여진 1950년을 기준으로 한다면 상당히 정교하고 위악적이다. 인간의 욕심은 얼마나 거대한지를, 겉으로 보이는 것은 결코 전부가 아님을 누누이 이야기한다.
긴다이치 코스케의 매력을 알기 위해서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또다른 책을 읽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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