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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계급사회 ㅣ 우리시대의 논리 11
손낙구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8월
평점 :
우리나라가 100명이 사는 나라라면 27명이 사유지 기준으로 국토의 99%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이 소유하고 남은 1%의 땅에 33명이 발 디딜 틈도 없이 북새통을 이루며 살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나머지 40명은 서 있을 자리도 없어 바다에 빠진 상황이다 - 55쪽
위의 세 줄의 설명만으로 지금껏 막연하게만 느껴지던 우리나라의 부동산 소유 실태가 눈에 선하게 들어온다. 저자인 손낙구 님은 19년간 노동운동을 하고 5년간은 민주노총의 대변인으로 활동했으며, 4년간 심상정 국회의원의 보좌관을 지냈다. <부동산 계급사회> (2008, 손낙구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는 정부와 민간 기관의 통계들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의 부동산과 이데올로기 문제를 설명한 것으로, 그간 노동운동과 진보 운동으로 다져진 저자의 시각과 함께 객관적이고 복합적으로 부동산을 보는 눈을 틔워주고 있다.
책은 부동산, 무엇이 왜 문제인가, 부동산 때문에 한국 경제가 위험하다, 부동산이 삶을 다르게 만든다, 부동산 격차가 빈곤문제의 주범이다, 대한민국 부동산 100대 부자, 대안을 찾아서의 여섯 부분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개인은 내 집 장만이라는 목표를 향하여 달려가느라 큰 틀을 보기가 어렵다. 게다가 일반인들이 언론에서 접하는 통계는 정부나 기관이 부동산 이데올로기를 합리화하기 위하여 만들어낸 분석치이므로 그들만의 논리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저자는 심상정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국회도서관을 이용하고 정부 각 부처에 자료를 요구함으로써 복합적이고 객관적인 여러 통계를 확보했다. 통계치 확보는 시작일 뿐, 그 통계를 해석하고 의미를 찾아내는 것은 참 복잡한 과정이었을 것이다. 그런 저자의 노고 덕분에 우리는 다양한 통계치를 통해 겉으로 드러난 부동산 소유 현황 뒤에 있는 계급과 정치와 경제와 재벌의 권력을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이런 현실을 타파하기 위한 대안으로 책 뒷표지에 실린 주택 계급에 따라 맞춤형 주택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1가구 다주택인 1계급에 대해서는 택지 국유화와 임대 소득세, 보유세 강화로, 1가구 1주택인 2계급에 대해서는 보호와 주거 상향 지원으로, 집이 없는 이들은 보증금 수준에 따라 내 집 꿈 정책 또는 셋방 스트레스 푸는 정책으로, 주거 극빈층에게는 지하방을 탈출하는 '사다리' 정책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그 자세한 배경과 설명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부동산 평등화의 여지가 남아있음을 기대하게 한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단독 주택에서 주인집과 셋집이 함께 사는 것이 흔했다. 좀 못된 주인집 아이들은 그 위치를 확실하게 사용해서 셋집 아이들을 주눅들게 하기도 했단다. 아파트가 많이 보급되고 절대적인 집의 수가 늘어나면서 그런 '한 지붕 세 가족'은 많이 줄었을 것이다. 그러나 주택 보급율이 100%를 넘어선지 수 년이 지났음에도 세를 사는 가구는 전체의 40%가 넘고, 여전히 아파트가 수도 없이 지어지며 그린벨트마저 해제하여 주택을 보급하겠다고 말하는 우리나라. 근본적인 대책이 없이 널뛰는 집값에 울고 웃는 사람들의 대조가 극명하게 드러나서 참 안타까웠다.
더구나 부동산 재벌이자 대형 건설사 CEO였던 대통령의 취임과 '강부자' 내각에 의해,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증액되고 집값을 세대 합산에서 세대원 개인으로의 분할이 추진 중이라고 하니 종합부동산세는 사실상 폐지되었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겠다.
지금 자기 소유의 조그만 집을 한 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절대 안도해서는 안 된다. 상대적 빈곤도는 더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며, 내집 장만은 더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가 달린 계급의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빈익빈 부익부로의 부동산 계급사회는 무한 엔진을 달고 나락으로 진격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