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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의 심리학 - 숨겨진 욕망을 자극하는 치명적인 유혹
크레이그 네켄 지음, 오혜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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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독이라는 단어를 자주 듣는다. 인터넷에 접속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두하는 인터넷 중독은 이제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흔한 정도이고, TV 중독, 홈쇼핑 중독, 니코틴 중독, 알콜 중독, 마약 중독까지, 도처에 우리를 유혹하는 것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중독의 심리학> (2008, 크레이그 네켄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은 '숨겨진 욕망을 자극하는 치명적인 유혹'이라는 부제를 달고서 중독의 정의에서부터 중독에 빠져들어가는 단계, 중독에서의 회복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저자인 크레이그 네켄은 사회복지석사학위, 임상사회복지사, 결혼 및 가족치료사 자격을 소지한 중독치료 분야의 전문가로서, 중독과 회복 분야에서 20여 년간 일해온 경력이 있다고 한다. 1988년에 초판이 발행되었고, 1996년에 발행된 2판이 이제 우리에게 소개되었다.
저자는 1부 치명적인 유혹, 중독에서 중독을 '인력으로 어쩔 수 없이 변화되는 행복감을 통제하려는 시도'라고 정의한다. '행복에 대한 갈망을 통제하고 충족시키려는 노력'인 중독은, '어떤 물질이나 행동과 관계를 맺으면서 온전한 행복, 평화를 무작정 추구한다는 특성'이 있다. 알코올이나 마약, 음식, 도박, 절도, 섹스, 쇼핑, 일 등이 흔히 중독의 대상이 된다. 기분을 긍정적이고 즐겁게 변화시켜 주는 대상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더 깊이 빠져들수록 행복보다는 고통과 외로움과 불행의 원천이 된다. 이런 중독의 진행을 2부 중독의 3단계에서 설명한다.
중독의 1단계는 내면 깊숙한 곳에서 변화가 시작된다. 가족이나 친구, 보다 높은 영적인 존재, 자아, 공동체 들로부터 지원, 보살핌, 안내, 사랑, 정서적, 영적인 성장을 구하지 못하는 이들은 대신 물질과 관계를 맺게 된다. 이것이 바로 중독의 시작이다. 중독을 유발하는 대상에서 도취를 처음 느낀 이후로, 그 도취를 다시 맛보기 위해 그 행동을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내면의 중독자'라는 중독 자아를 형성하게 된다. 2단계는 행동 통제력을 잃으면서 생활 방식이 변하는 단계이다. 내면에서는 자아와 중독 자아가 계속 투쟁을 벌이지만 중독 자아가 이기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인간 관계도 흔들리게 된다. 마지막 3단계는 실행과 중독 논리, 대응, 상호 작용이 무너지면서 삶이 무너진다. 이 때에는 자기 자신을 해칠 정도까지 중독에 매몰되어 스스로는 중독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외부에서 이들 중독자들에게 체계적인 도움을 준다면 이들 내부의 자아가 다시 회복할 수 있다. 이 과정을 3부 회복이 시작되다에서 보여주고 있다.
이런 회복은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자기 내면에 진실하기는 정말 쉽지 않지만 다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다. 사람에게는 유대와 힘, 쾌락, 의미의 욕구를 가지고 있다. 중독자들은 일반적으로 힘과 쾌락의 욕구에 빠져서 의미를 포기하고 유대를 잃는다. 이 욕구들 각각을 살펴봄으로써 중독자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회복의 전략을 짤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가정환경이 중독자를 만든다라는 챕터에서 유전적인 요인으로서의 가족, 환경으로서의 가정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대물림되는 불행은 참으로 섬뜩하다. 그런 중독에 쉽게 빠지는 가정을 알아봄으로써 우리는 그렇지 않도록 노력할 수 있다.
지금까지 나는 이런 중독에 빠지는 사람들은 의지력이 박약하거나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중독자를 대하는 주변의 차가운 시선과 재활에 대한 포기는 중독자들의 재생 의지를 꺾고 더 깊은 외로움에 빠지게 만듦으로써 중독에서 헤어나올 수 없게 한다는 것을 이번에야 알았다. 보다 초기에 개입하여 삶의 의미를 찾도록 돕는 것은, 중독자 자신 뿐만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사람들까지 모두에게 꼭 필요한 일이다.
사례보다는 이론 중심이고, 중독이라는 소용돌이로 더 깊이 들어가는 과정은 따라 들어가기 힘들었지만, 냉철한 중독의 심리학 덕분에 중독의 진행 과정과 더불어 중독이 치료할 수 있는 병이라는 것, 고통이 깊어지기 전에 치유해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욕망이 아니라 의미를 추구하는 삶, 멋지지 않은가~
욕망을 만족시키는 것은 참으로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 인도 불교학자 나가르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