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꽃무늬 바지] 서평단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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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꽃무늬 바지 ㅣ 어린이작가정신 저학년문고 12
바버라 슈너부시 글, 캐리 필로 그림, 김수희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을 아이들에게 전달하고자 할 때는 책이 아주 효과적인 수단이 되기도 한다. 조리있게 이야기하기 어려울 수도, 그 느낌을 충분히 표현하기 어려울 수도, 아이의 수준에 맞추어 이야기하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그런 설명의 어려움을 느낀 것은 주로 헤어짐이나 질병, 죽음처럼 어려운 상황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할머니의 꽃무늬 바지>(2008, 바버라 슈너부시 지음, 어린이 작가정신 펴냄)에서는 치매에 걸리면서 변해가는 할머니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기가 태어나서 행동을 하나씩 배울 때마다 가족들은 매우 기특해 한다. 어제까지는 기던 아이가 오늘은 무엇을 잡고 일어서고, 또 어느샌가 혼자 걷는 것을 보면 대견하다. 나중이 되면 그 모든 것들이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말이다.
치매는 그 반대 과정이라고 하면 맞을 수도 있겠다. 어제까지 할 수 있던 일을 오늘은 더이상 할 수 없는 것. 이 책에서는 할머니의 손녀 리비가 화자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함께 책을 읽고 활짝 웃는 꽃 그림도 그리고 텔레비전을 보면서 리비만큼 많이 웃던 할머니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면서 조금씩 달라진다. 꽃무늬 잠옷 바지에 파란 줄무늬 셔츠를 입은 할머니, 어떤 단어를 잘 읽지 못하는 할머니, 가장 좋아하는 새 이름을 기억해 내지 못하는 할머니, 음식을 만든 뒤 불을 끄는 것을 잊어버리는 할머니.
엄마와 아빠는 리비에게 병의 원인과 앞으로의 진행 상황에 대해 대략적으로 이야기를 해 준다. 그리고 그럴 경우에 대해 할머니를 이해하고 감싸 줄 대비를 한다.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모든 걸 함께할 수 있는 가족의 모습은 가장 이상적이고 따뜻해 보인다.
이야기 뒤에는 '부모님께' 코너가 있어서 알츠하이머에 대처하는 방법들과 함께 도움이 될 인터넷 사이트를 알려준다.
작년엔가 청년 치매를 다룬 TV 미니시리즈 덕분에 알츠하이머에 대한 인식이 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즐비하게 들어선 노인요양병원에 죽 누워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보다, 가족과 함께 있는 리비의 할머니는 참 행복해 보인다. 나이든 부모님을 노인요양병원에 모시게 될 경우라도, 아이들에게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설명은 해 두어야 할 것이다. 이 책에서는 너무 이상적인 모습이 그려져 있어서 약간 아쉽기는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이 정도 설명이 좋을 듯하다. 포용과 사랑으로 환자를 감싸는 따뜻함, 참 보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