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의 그림책 - 오늘의 눈으로 읽는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
최석조 지음 / 아트북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단원 김홍도는 우리나라 풍속화의 역사에서 아주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있다. 그의 그림들은 미술 교과서 뿐만 아니라 국사 교과서에서도 만날 수 있었고, 조선시대와 관련된 많은 책들의 표지를 차지할 만큼 인기가 높다. 요 근래 발간된 책만 해도 <친절한 조선사>에서는 [훔쳐보기]에 나오는, 아이 업고 수탉이 든 봇짐을 진 남자를 표지 모델로 세우고 있고 <잡인열전>에서는 [무동]의 무동이가 모델이다.
화가는 대대로 중인 계급에서 나왔고 양반 계급에 눌려 있는 어려움이 있었으나, 단원은 조선시대 문화의 르네상스를 꽃피운 정조 시대에 임금과 함께 영화를 누리고 정조의 서거와 함께 몰락했다. 그가 그린 여러 분야의 그림들 중에서 풍속화를 모아둔 보물 제 527호 『단원풍속화첩』에는 25점이 실려 있다. 그 그림들을 보통 사람들에게, 그리고 어린이들에게 가까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자 한 것이 바로 이 <단원의 그림책>(2008, 최석조 지음, 아트북스 펴냄)이다. 이제 책을 열고 단원의 '그림책'을 통해 조선시대의 풍속과 해학을 즐겨 보자. 

교육대학원의 한국미술사 강좌를 듣다가 단원의 그림을 테마로 정했는데, 그려진지 2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렇다 할 해설서가 없었다는 것이 이 책이 쓰여진 이유이다. 저자는 단원의 그림을 소개하기 전에 전제를 세운다. 옛 그림을 감상할 때는 옛사람의 마음으로 봐야 한다는 절대 원칙을 깨고, 현대인의 마음으로 옛 그림을 보고자 하였다. 또한 단문과 외국어, 은어와 추임새를 풍부히 써서 읽는 재미를 주고자 했다. 그 효과는? 훌륭하다.
저자는 우선 그림책의 빅3로 무동, 씨름, 서당을 꼽았다. 이 그림들은 지금까지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들일 게다. 그 다음에는 여섯 개의 주제마다 두세 작품을 배정했다. 꽃밭의 침입자에서는 우물가와 빨래터의 이야기를, 큰물에서 놀다는 물과 관련된 고기잡이와 나룻배를, 짬의 즐거움에서는 새참과 고누놀이를, 노동의 현장에서는 기와이기와 대장간을, 농부의 해탈에서는 쟁기질과 타작을, 조선시대 카퍼레이드에서는 여러 탈것을 탄 사람들을 통해 다양한 상황을 말한다.
모든 꼭지들은 해당 그림을 가장 먼저 싣고 그 아래에 어떤 형식으로 그려졌는지와 작품의 크기, 실린 곳과 소장된 곳을 적어 두었다. 그림책에 실린 작품이 아닌 작품도 꽤 등장하기 때문에 이런 설명은 필수일 것이다. 그림에 대해 전반적인 상황과 분위기를 설명한 다음 그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하나하나 뜯어놓고 자세하게 설명한다. 복장부터 시작하여 표정, 자세, 그려진 선의 형태와 농담까지 뭐 하나 버릴 것이 없이 다 다룬다. 아는 만큼 볼 수 있다는 말처럼, 이 요소들에는 당시의 현실들이 많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겹치기로 등장하는 인물들 덕분에 그림책 안에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작품 뒤에 실린 '쉬어가기' 코너는 그림에서 사회로 확장하는 마당이다. 단원 외에도 신윤복, 윤두서, 강세황, 조영석 등 당시의 화가들이 나오고, 단원의 문인화와 어제화도 여러 점 소개된다. 단원이 일본에서 잠깐 관리 생활을 하며 일본 전통 그림인 우키요에를 그렸다는 설도 미확인인 채로 남아있는 것을 보면, 아주 짧은 사이에 그의 생애와 작품은 벌써 우리에게서 멀어져있다는 것이 아쉽다. 
 
단원풍속화첩을 한 자리에서 모두 볼 수 있었다는 것, 그림에 그려진 상황들을 하나하나 들을 수 있었다는 것, 결코 지루하거나 학문적이지 않고 재미있고 흥미로웠다는 것에서 책을 읽는 시간은 참 재미있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단원의 그림책을 통해 조선시대 서민들의 건강한 삶과 양반들에 대한 해학을 느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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