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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진 균동이 ㅣ 생각쟁이가 읽는 저학년 동화 1
이명랑 지음, 김영호 그림 / 웅진씽크하우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웬 아이가 손바닥 위에 올라가 있지? <작아진 균동이>라는 책 제목처럼 균동이라는 아이가 작아진 걸까? 왜, 어쩌다가 작아졌을까? 거인국에 간 걸리버처럼 보이는 저 아이의 내막이 궁금하다.
<작아진 균동이>의 저자인 이명랑 님은 <삼오식당>으로 낯이 익은 작가인데, 이번에 보니 어린이책도 꽤 쓰시나 보다. 초등학생 아들을 둔 이명랑 님이 찜질방에 갔다가 아주 작은 남자아이를 꿈결에 보았고, 균동이라는 이름을 아들이 붙여 주면서 '작아진 균동이'가 쓰여지게 되었다고 한다. 월간 어린이 논술 잡지인 <생각쟁이>에 연재되면서 아이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균동이가 작아진 이야기를 들어 보자.
공부에 욕심이 많은 열성 엄마를 둔 균동이. 초등학교 2학년인데 공부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사하는 날조차 공부를 위해 균동이 방부터 먼저 정리를 해 달라는 엄마는, 아이에게 '투자'한다고 생각하고, 투자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을 참지 못한다. 균동이는 엄마가 실망하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오그라들고 가슴뿐만 아니라 몸 전체가 쪼그라드는 것처럼 느끼고, '나는 안 돼! 나는 어쩔 수 없어!'라고 늘 생각한다.
60점 짜리 시험지를 엄마에게 보여줄 엄두가 안 나서 차라리 작아지고 싶다고 생각하던 균동이에게 "작아지면 되잖아!" 하는 목소리가 들리면서 십 센티미터 정도의 작은 아이가 나온다. 균동이네가 이사오기 전에 살던 집의 아들이자,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 버린 영식이였다. 마법 지우개의 힘으로 균동이는 작아지고 영식이는 다시 커진다.
탐험가가 되고 싶던 균동이는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가기로 하고, 아빠의 장난감 무선 자동차를 타고 현관 밖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러다가 이상한 아저씨의 손에 들려 어느 집에 가게 되고, 그 집에서 우연하게도 아까 만났던 영식이를 만난다. 영식이와 균동이가 그 집에서 탈출하고, 균동이가 다시 제 키를 되찾기까지 많은 모험이 펼쳐진다.
주변을 보면 아이들이 초등학생일 때부터 정말 바쁘다. 내가 클 때에 비해서 배워야 할 것도, 알아야 할 것도 많다. 초등학교에서 시험이 없어지면서 공부 대신 인성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요즘은 예능까지도 경쟁의 수단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어른들도 평가받고 비교당하는 것을 싫어하면서 왜 아이들에게는 당연하게 평가와 비교와 강요를 일삼는 것일까? 그게 다 아이가 잘 되라고 하는 것이라고 어른들은 애써 강변하지만, 개구리 올챙잇적 생각을 못하는 것과도 같아 보인다. 아직 내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교육에 애써 눈을 감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을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1등을 했다는 이기자 엄마의 강요와 서슬에 못이겨 점점 작아지는 균동이, 균동이가 사라졌다가 돌아왔을 때에야 욕심을 버릴 수 있었던 엄마의 모습은 안타까우면서도 다행스럽다.
우리가 안타까워해야 할 또 한 명의 아이, 영식이. 맞벌이를 하는 바쁜 부모님 대신 일하는 아주머니가 주시는 초콜릿과 과자로 허전한 마음을 달래야 했던 영식이는, 원래 키로 돌아온 후에도 집에 가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 영식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마음에, 내 아이도 영식이처럼 허전해하고 있을까 하는 마음에 한 구석이 짠했다.
저학년 아이들이 보는 책답게 그림이 아주 많이 들어 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었고, 영식이를 다시 만나는 것처럼 부분은 우연이 좀 심하긴 했지만, 모험이 스릴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했다. 균동이를 자신처럼 생각하면서 흥미진진한 모험을 따라 스트레스를 풀어봐도 좋겠다. 그리고 스스로 판단해서 이기자 엄마처럼 아이에게 욕심을 내는 분들께도 아이들의 세계를 탐험할 기회를 가지시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