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왕의 전설
라우라 가예고 가르시아 지음, 권미선 옮김 / 평사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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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천재작가 라우라 가예고 가르시아의 '엘 바르코 데 바포르 상 (스페인 아동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는 <떠돌이 왕의 전설>은, 황량한 모래언덕 저쪽으로 일곱 개의 탑이 있는 킨다 왕국의 닷트 카할을 배경으로 낙타 한 마리와 터번을 쓴 떠돌이 왕의 모습을 표지에 싣고 있다.
6세기 아라비아의 자힐리야 시대를 배경으로, 아랍시의 원형이자 진수로 평가받고 있는 카시다 '무알라카'를 지었고, 시인의 왕으로 칭송받았던 킨다 국의 왕자 '이므를 카이스'의 삶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설명이 지은이의 '마지막 말'에 실려 있다.

킨다 왕국의 왈리드 입븐 우이르 왕자는 태어날 때부터 사막의 정령에게 축복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얼굴과 몸 뿐만 아니라 영혼마저 아름다웠던 왕자는, 유카쓰의 시 경연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킨다에서 연 시 경연 대회에서 함마드 입븐 알 다드에게 3회 연속으로 우승을 빼앗긴다. 왕자의 카시다는 형식이 완벽하고 아름다웠으나 마음이 빠져 있었던 것.
함마드의 재능에 대한 시기와 질투로 왈리드는 함마드에게 왕실 서가 정리라고 하는 힘든 과제를 주었고, 그를 마친 후 세상의 모든 것들을 담은 양탄자를 짜라고 주문한다. 함마드는 몇 년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그 양탄자를 짜고 숨을 거둔다.
양탄자에는 정말 세상의 모든 것이 담겨 있었고 그 저주와 파괴력을 저어해서 창고에 숨겨 두었으나 왈리드의 부하였던 사람에게 도난을 당하고 이를 찾으러 간 사이 킨다 왕국은 다른 부족의 습격을 받아 멸망하고 만다.
왈리드는 그 길로 방랑하면서 양탄자를 찾아 다니고, 우연하게도 함마드 입븐 알 다드의 세 아들을 차례로 만나게 되면서 현실에 안주하려고 할 때마다 양탄자를 찾아야 하는 운명임을 깨닫는다. 많은 방랑과 고난 끝에 양탄자를 찾아서 함마드의 아들에게 간 왈리드는 자신의 운명을 담담하게 맞는다.

주인공이 여행하면서 많은 사건을 겪고 현명해지는 것은 많은 성장 소설들에서 볼 수 있는 구성이다. 양탄자를 짜면서 먹지도 자지도 않는 함마드의 모습과 더불어 사막의 정령 드진의 등장은 전래동화를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아주 황당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왈리드의 고민과 여행이 사실적이어서일까. 왈리드는 형식에 치중했던 삶에서 마음을 담은 삶으로 스스로를 바꾸어 나간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담은 양탄자는 마치 점쟁이의 수정구슬처럼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것을 담았다.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화가 되지만, 올바른 사용법을 아는 지혜로운 이에게는 앞으로의 지침이 된다.
킨다 왕의 유언에서 나타나듯 책임감은 왈리드의 남은 인생 전반을 좌우하는 화두가 되었다. 그를 충실히 따른 결과 왈리드는 드디어 자신이 바라는 바를 이룰 수 있었다. 왕자에서 베두인으로, 하인으로, 상인으로, 드디어 시인으로. 떠돌이 왕을 따라가며 우리도 인생과 선택과 책임과 운명에 대해 배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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