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의 해석 - 프로이트 최후의 2년
마크 에드문슨 지음, 송정은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표지의 왼쪽 아래에는 턱수염을 기르고 동그란 안경을 쓴 프로이트는 그의 분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시가를 왼 손에 들고 내 쪽을 바라보고 있다. 오른쪽 위에는 아돌프 히틀러가 옆모습의 실루엣으로 등장한다.
<광기의 해석>(마크 에드문슨, 2008, 추수밭)은 제2차 세계대전을 앞둔 1938년과 1939년, 급박한 오스트리아 일대의 상황과 맞물려 프로이트와 주변 인물들의 삶을 그렸다. 그러면서 프로이트가 말년에 연구했던 권력의 발생과 존재의 의미를 아돌프 히틀러에 대입하여 설명한 책이다. 원제는 [The Death of Sigmund Freud]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출간본에서는 '프로이트 최후의 2년'이라는 부제를 달아서 그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1909년, 오스트리아의 빈이라는 같은 하늘 아래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성공의 정점에서, 아돌프 히틀러는 구걸이라는 치욕에서 존재한다. 이 배경은 앞으로 1938년 독일의 권력을 장악한 히틀러가 오스트리아를 합병하는 것의 심리적 토대로 작용할 것이다.
1부 빈(1938년)은 나치 독일군들이 진군하는 군화 소리와 만자 십자장의 깃발로 살벌하게 시작된다. 하일 히틀러라고 하는 광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유대인인 프로이트는 이전부터 히틀러의 반감을 얻고 있었고, 그런 나치의 오스트리아 진군은 프로이트에게 엄청난 부담이 된다. 그런 공포의 전주곡으로서의 침입과 광기가 전파되는 열망, 또다른 광기를 향한 탈출이 1부의 이야기이다. 우여곡절 끝에 빈의 자택에서 영국의 런던으로 망명에 성공한다.
2부 런던(1939)은 망명에 따라 대대적으로 환영을 받은 것과 여러 인물들의 방문을 받은 것이 소개되고, 20년에 걸친 암 투병에도 불구하고 '모세'라는 인물에 대한 글을 통해 마지막까지 연구를 놓지 않았던 그의 노력과 끈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의 제목이 된 '광기'는 히틀러를 지칭한다. 본래 초자아는 폭력과 절도, 파괴를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반면, 특정하게 고정된 조건이기는 해도 새로운 초자아와 지도자는 이런 것들을 허용한다. 금지된 것을 하고 싶어하는 마음과 그렇지 않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불안을 모두 배출할 수 있다(119쪽)고 프로이트는 말한다. 이것이 히틀러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과 복종의 기저 심리로 분석하였다. 이 설명은 독재자 뿐만 아니라 가부장적 신에게도 해당된다. 그래서 무조건적 복종과 충성을 요구하는 무서운 구약의 하나님이 지금까지도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책 전반을 걸쳐서 프로이트의 개인적인 삶과 학문적인 성취와 주변의 국제 정세와 아돌프 히틀러의 행보가 날짜 단위로 세세하게 나온다. 때로는 과거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끼어들고, 등장 인물이 많기 때문에 이야기를 잘 따라가려면 정신을 차려야 한다.
정치와 학문, 삶을 나누어 설명했더라면 이해가 좀더 쉬웠을지도 모르겠다. 작년에 프로이트의 전기를 읽었는데도, 새로이 주변 정치에 대해 좀더 자세하게 읽다 보니 꽤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오 나치즘이 세력을 넓히고 있다는 뉴스가 가끔 들린다. 프로이트가 예언한 것처럼 열정을 분출할 대상으로 광기를 선택하는 두려움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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