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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in 맨해튼 1
에밀리 기핀 지음, 안은주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결혼한 사람들이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은 선택일까 의무일까. DINK (double income no kids)족이 뜬다는 기사를 아주 예전에 읽은 기억이 난다. 우리 나라에도 아이 없이 둘만 사는 부부가 그렇게 드물지 않다.
나는 결혼하고서 아이 셋을 낳자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막상 아이를 낳고 보니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면 회사와 아이를 병행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뉴욕의 커리어 우먼은 그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까 하는 궁금증에서 <베이비 in 맨해튼> (2008. 지식의날개)를 읽게 되었다.
<베이비 in 맨해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아주 단순하다. '나'로 등장하는 클로디아는 유명한 출판사의 잘 나가는 편집자이고, 나의 가족들과 회사 동료가 전부이다. 자신의 사랑을 위해 가족을 버린 어머니 때문인지, 아니면 계획에 없던 임신으로 태어났음을 어려서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 나는 아이를 가지지 않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큰언니는 바람둥이와 결혼하여 낳지 말아야 할 아이들을 셋 낳았다. 작은언니는 성실한 남자를 만나 결혼했으나 아이가 생기지 않아 애태우고 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으나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이유로 이혼하게 된다. 나의 친구인 제스는 유부남과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임신이라도 하려고 한다.
이처럼 다양한 여자들은 모두 아이와 사랑이라는 문제에 아주 다양한 형식으로 얽혀 있다. 나는 그리 심각하지 않은 말투로 그 복잡한 이야기들을 이끌어 나간다. 아이는 두 사람의 사랑의 완성을 상징한다. 그러나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여자의 전적인 희생을 필요로 한다면, 더이상 사랑의 상징으로서의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클로디아는 결국 아이와 자유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은 사회를 구성하는 인구의 재생산이라는 필요에 따라 장려된다. 그러나 '선녀와 나무꾼'이라는 우리 전래동화에서처럼 아이가 가지는 족쇄의 역할은 꽤 극명하다. 그래서 딩크족 외에도 싱글이 점점 더 증가하는 추세인가 보다.
자기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클로디아의 열정이 마음에 든다. 책은 참 잘 읽혔지만, 그를 둘러싼 일들은 좋은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것이 약간 아쉽다. 선남선녀들만 나오고 모두 주인공을 사랑하는 순정만화 같은 분위기였다. 베이비옐로와 베이비그린 표지에다 같은 색의 책끈까지 화사하고 귀여운 분위기를 더한다.
아이와 자유를 바꿀 것인가. 클로디아의 선택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