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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퍼 1 (보급판 문고본) - 순간 이동
스티븐 굴드 지음, 이은정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뉴욕, 이집트, 런던, 내가 원하는 곳은 어디든지 순간 이동! 점프!"
이번에 개봉한 영화 [점퍼]의 원작 소설이라는 스티븐 굴드의 <점퍼 1 : 순간 이동>은 1992년에 쓰여졌고, 그 내용은 은회색 띠지에 위와 같이 간략하고 명쾌하게 나와 있다.
스파이더맨처럼 손에서 거미줄이 나가서 공간을 이동하는 것도 아니고, 슈퍼맨처럼 옷을 갈아입고 날아가는 것도 아니고, 생각만 하면 원하는 곳으로 순간 이동할 수 있다는 것,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가. 오랜 꿈을 책에서라도 이루고자 하는 열망으로 책을 펴 들었다.
술을 마시고 인색하며 아내와 아들을 습관적으로 때리는 아버지가 있었다. 어머니는 그 매를 견디다 못해 집을 나갔고, 남은 '나'는 온갖 집안일을 하며 학교를 다닌다. 책을 읽다가 잔디 깎으라는 말을 제때 수행하지 못한 나는, 아버지에게 로데오 버클이 달린 허리띠로 맞기 직전 스탠빌 도서관의 한 구석으로 '점프'한다.
그런 일이 생기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나는 연구와 실습을 통해 점점 더 점프의 가능성을 넓혀 간다. 신분증 없이는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얻지 못하는 미성년자로서, 나는 집에 돌아가는 대신 자립을 택하고 은행을 털어 100만 달러를 챙긴다.
책을 읽는 것 외에는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다가 밀리라는 여대생을 만나 사랑을 하게 되고, 일찍이 떠나간 어머니를 찾게 된다. 우연하게도 테러에 휘말려 어머니를 잃게 된 후, 테러를 방지하고자 노력한다. 그 와중에 그의 능력을 두려워하는 정부 조직과 부딪치게 되고 그 아슬아슬한 순간들을 겪으면서 나는 더 많이 성장한다.
판형이 작기는 하지만 56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나'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아주 생생하다. 풋내기 고등학생이 집을 나와서 자신의 삶을 책임지게 되기까지의 그 치밀함과 막막함은 심장 고동 소리가 들릴 정도로 잘 전해진다.
점퍼 능력 덕분에 아침은 런던에서 먹고 커피는 뉴욕에서 마시고 태국에서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생활. 마음먹은 것은 대부분 가지고 올 수 있는 생활. 그러나 나는 더 바르게 살고자 노력한다. 물론 처음의 은행털이는 미성년자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법 체계 때문에 벌인 생존의 몸부림이었다고 봐야겠다.
한없이 가벼워질 수도 있는 내용에 가정 폭력, 테러, 이슬람, 사회보장, 생명에 대한 존중, 사랑 등 많은 것들이 들어가서 좀 무거워진 점도 있다. 그러나 그게 없다면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나 아무 의미가 없는 삶이 되었을 듯하다. 성장기의 아픔과 외로움에도 불구하고 따뜻하게 성장한 내 모습이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