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심리학 - 그 유쾌한 호기심들

괴짜 심리학 - 생각의 오류를 파헤치는 심리학의 유쾌한 반란
리처드 와이즈먼 지음, 한창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저자가 괴짜 심리학이라고 이름붙인 quirkology는 아직 사전에 등재되지 않았을 정도로 새로운 개념이다. '각종 거짓말과 속임수, 미신과 초자연 현상, 암시가 선택에 미치는 영향' 등 주류 심리학에서 다루지 못했던 독특한 주제들, 이런 신기한 것(quirk)들을 다룬 것이 괴짜 심리학이라고 이들은 설명하고 있다. 우리 나라의 병원에는 죽을 사死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4층 대신 F층이 있거나 아예 4층이 없는 경우가 많고, 이사할 때는 손 없는 날을 받아서 하며, 궁합과 사주팔자를 보고, 특정 지역의 사람들을 차별하는 등 다양한 속설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처럼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개념들은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정확히 판명나지 않았으면서도 대단한 영향을 누리고 있는데, 저자와 같은 괴짜 심리학자들은 대규모의 실험과 결과 분석을 통해 그런 현상들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판정하고 있었다.

과학은 주장하고자 하는 가설을 설정하고, 이의 진위 여부를 판정하기 위해 객관적인 실험을 수행해야 한다. 충분하게 의미가 있을 정도의 실험군과 대조군을 선택하여야 하고, 얻어진 결과를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유의한 차이가 있을 경우에만 그 가설이 성립한다고 판정할 수 있다. 이런 과학적인 방법이 심리학과 결합되어 괴짜 심리학이 탄생했다.

이 책에서는 시간과 날짜의 심리학, 거짓말과 속임수의 심리학, 미신과 초자연의 심리학, 암시와 선택의 심리학, 유머와 웃음의 심리학, 이타성과 인간관계의 심리학의 여섯 부분으로 나누어, 다양한 속설들의 진실을 이야기한다. 저자가 영국인이기 때문에 서양에서만 통용되는 징크스나 미신이 선택되는 경향이 있었으나, 그런 일부를 제외하고는 우리에게도 알려진 속설들이 많았다. 
만화나 코미디에서 힌트를 얻은 주제들은 방송국, 과학 축제 등과 연합하여 수천 수만명의 대규모로 실험이 실시되었다. 실험에 따라서는 실험 대상자들의 일생에 걸친 추적 조사가 있을 정도로 방대하다. 이들이 직접 한 실험 외에도 다양한 실험의 결과와 그를 반박하는 실험의 결과들이 비교되는 것도 있어서, 초자연과 암시, 거짓말과 이타성 등 과학으로 판정하기 어려운 속설들이 과학을 만나 그 자리를 잡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2007년 8월호 리더스 다이제스트에는 이런 괴짜 심리학과 비슷한 흥미로운 실험 결과가 실려 있다. 세계 32개 도시에 휴대폰 30개를 슬쩍 떨어뜨려 두고 몇 개가 주인에게 돌아오는지 지켜보는 실험이었다. 서울은 30개 중 27개가 돌아와서 당당하게 3위를 차지하고 있었으니, 아직까지는 그 정직도가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괴짜 심리학에 관한 시도들이 꾸준히 행해지고 있다. 책 맨 앞에 실려 있는 것처럼 그런 괴짜 심리학에 관한 연구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 하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행동이든지 그 행동이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새로운 발상에 자극을 주며, 세상을 새롭게 보는 눈을 준다면 가치 있기 때문'이라는 스탠리 밀그램의 말처럼 괴짜 심리학을 받아들이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