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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 저희 집으로 가입시더
윤문원 지음 / 밝은세상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세상이 각박해지고 삭막해질수록 우리가 돌아갈 곳은 가정이다. 그러나 어쩌면 사회보다도 더 빨리 변하는 곳이 가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이 혼자 벌어서는 집을 사고 아이들 가르치기가 어려워지니 아이 엄마까지 일을 해야 하는 집이 많아졌다. 남겨진 아이들은 알아서 등교하고 알아서 귀가하고 알아서 학원 다녀오고 알아서 놀면서 부모님을 기다려야 한다. 좀더 크면 학업에 치여 얼굴조차 보기 어렵고, 대학에 들어가면 바로 독립하여 더 멀어지게 되니, 가정의 따뜻함을 알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내가 자랄 때는 형제도 많았고 할머니까지 3대가 함께 살면서 엄마가 차려주시는 밥을 먹고 학교에 다녔는데, 지금 나는 회사에 다닌다는 핑계로 아이를 하루종일 어린이집에 맡겨두고 있으니 짧은 사이에 우리네 가족은 참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아부지, 저희 집으로 가입시더>라는 제목 아래에는 '각박한 세상인심에 멍울진 우리의 가슴을 따스하게 보듬어주는 뭉클한 감동의 가족 사랑 이야기'라는 설명이 아주 작은 글씨로 붙어 있다. 저자인 윤문원 님이 <<월간중앙>>이라는 잡지에 '작가 윤문원 에세이 내 마음의 가족 풍경'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글들을 모은 책이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통해 작가 자신의 가족 이야기도 조금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여기 실려 있는 20가지의 이야기에는 부모와 자식, 부부, 형제 자매간의 이야기들이 참 다양하게 들어 있고, 작가의 감정이 들어가지 않은 담담한 말투로 진행된다. 한국전쟁 전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시대 배경과 다양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가족들의 이야기는 천차만별이지만, 누가 아프거나 부모 한 분을 잃었거나 장애가 있거나 하여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대다수이다. 부족한 것이 없이 자란 사람들은 오히려 그 고마움을 알기 어려워서일까. 끊임없이 주어지는 시련과 고난에도 꿋꿋이 일어서서 대견하게 극복하는 가족이 있는가 하면 결국 스러지고 마는 가족도 있다. 그러나 모든 이야기는 해피 엔딩이다.
가족은 결국 용서와 사랑이라는 결말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기에는 충분했으나, 해피 엔딩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말라버린 감성 때문인지 현실감이 떨어지는 소설처럼 느껴진다. 주변에서 보고 듣는 것과는 너무나 다른 내용들 덕분에, 마치 '인간극장'이라는 TV 프로그램을 연달아 20편 본 것처럼, 그들만의 특별한 삶을 지켜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권선징악과 사필귀정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사람과 사회에 대한 믿음을 회복시킴으로써 우리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는 것처럼, 이 이야기들은 마음 깊숙히 남아서 조그만 온기를 지속적으로 전달해 줄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이였을 때 부모님의 은혜를 몰랐으나, 커서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부모님을 조금씩 더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이야기들이 더이상 소설처럼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따뜻하고 행복한 사회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