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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아 - 세상에 하나뿐인 하얀 래브라도 레트리버
가사이 게이코.후치가미 사토리노 지음, 김석희 옮김, 사와타리 시게오 그림 / 작가정신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죽은 주인에 대한 사랑 때문에 검은 털이 하얗게 변해버린 래브라도 레트리버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만약 들어본 적이 없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봐도 좋겠다.
나이가 들어서 털이 자연스럽게 희끗해지는 것이 아니라, 눈썹 부근부터 점점 하얘져서 이제는 완전히 하얀 개가 된 이 개는, 생후 50일째 가사이 게이코씨 가족의 품에 들어왔다. 날씨가 좋을 때는 공놀이를 하고, 겨울에 눈이 쌓인 때처럼 공놀이를 하기 어려울 때는 원반 던지기를 하면서 게이코 씨의 남편인 주인 아저씨와 매일 2시간씩 산책을 하는 시간은 사람과 개 모두에게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던 듯하다. 하긴 요즘처럼 바쁜 때에는 같은 가족들 간에 매일 20분씩도 온전히 서로에게만 집중하여 시간을 보내기는 쉽지 않으니, 그들 사이의 정이 얼마나 깊어질 수 있었을까.
그러다가 갑자기 간암 말기로 판정받은 주인 아저씨가 길고 고통스러운 투병 생활을 하는 동안 고통 속에서도 계속 보고싶어 한 것은 소니아였다. 아저씨는 병실 안의 창가에서, 소니아는 병실이 올려다 보이는 바깥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도 그들에게는 소중했다.
아저씨가 향년 56세로 세상을 떠난 후 한달 정도 후부터 소니아는 하얗게 변하기 시작한다. 중간중간의 기록 사진이 없었다면 그 사실을 믿지 못할 뻔했다. 털색은 수정란이 생기면서 조합된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인데, 질병이나 사고 때문이 아니라 원인을 알 수 없이 털색이 변한다니...
아저씨가 떠난 지 3년이 넘었지만 소니아는 여전히 창밖을 내다보며 앉아있다. 창밖을 보면서 소니아가 무엇을 생각하고 기다리는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아마 아저씨와 함께 걷고 달리고 놀고 앉고 바라보던 그 모든 것들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애완동물은 이제 반려동물의 가치를 가지게 되었다. 일반적인 사람들 외에도 우울증 환자에게, 독거 노인에게 삶의 의미를 되돌려주는 존재가 되었다. 그것은 사람과 동물 간에 바람직한 유대 관계가 형성되었을 경우 주고받는 애정이 꾸밈없고 진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원래 내 몸 하나 관리하기도 힘들어하기 때문에 애완동물을 기를 생각이 없지만, 이처럼 착해 보이는 개의 동그란 눈을 들여다 보면 마음의 위안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마음이 좀더 힘들어지고 메말라갈 때 얇고 가벼운 이 책을 꺼내 찬찬히 읽어보게 되는 날이 오려나. 그리고 그 다음날 애완동물 가게의 진열장을 기웃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