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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높이, 깁슨 플라잉V
이토오 타카미 지음, 고정아 옮김 / 행간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록 밴드를 결성하기 위해 같은 반 친구 가케루를 찾아온 가쿠와 마로. 이들은 가케루보다 술취한 가케루의 할아버지를 먼저 만나게 되고 전쟁 이야기를 듣는다. 가케루에게 록 밴드 입단 이야기를 하면서, 책 제목에 등장하는 '깁슨 플라잉V'라는 가케루의 기타를 본다. 가쿠의 밴드는 '건즈 앤 로지즈'의 앨범을 듣고 충격을 받은 후, 이를 자신들이 소화하기 위하여 기타를 좀 친다고 소문난 가케루를 찾아오게 된 것.
지금까지 가쿠의 시점에서 전개된 이야기를 넘겨받아, 가쿠의 밴드 중 드러머인 홍일점 리리의 시점에서 이어진다. 리리가 보는 남자아이들의 세계는 여자아이들의 세계와 꽤 다르다. 밴드 안에서 가쿠와 편한 친구인 것은 좋은데 여자로 보여지지 않는 것에서는 왠지 속상한 마음이 드는 리리, 사춘기다.
밴드 멤버들 중에서 가장 마음고생을 하는 아이는 마로. 베이스를 맡고 있는데, 기타 실력이 뛰어난 가케루의 등장으로 가쿠의 관심을 뺏기는 바람에 소외감을 많이 느낀다. 굴러 온 돌이 박힌 돌을 밀어낼 때, 그 박힌 돌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이 아이들은 모두 중학교 2학년생들이니 지금 한창 사춘기인 아이들이다. 그렇지만 공부나 연애보다는 건즈 앤 로지즈의 음악을 제대로 자신의 것으로 하는 데에 온통 마음이 쏠려 있다. 자신만의 리듬과 강약으로 서로 화합이 되지 않던 아이들이 학교 문화제 공연에서 마침내 하나로 어우러진다. 그야말로 '하늘 높이, 깁슨 플라잉V'로 요약할 수 있을 모습은, 가케루와 마로의 갈등 해결에서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었던 결과이다.
가케루의 할아버지와 가케루네 집의 어려운 사정, 마로형과 학교 뒤편 막과자 가게인 오카자키 상점의 주인 아주머니, 음악을 하는 마로의 형 등이 간간이 등장하여 조연 역할을 한다.
등장 인물은 많지 않고 갈등도 그리 크지 않다. 커다란 사건이 없이 조용조용 이어지지만, 가쿠와 리리의 생각을 번갈아 들어볼 수 있기 때문에 너무 밋밋하지 않고, 간간이 피어나는 짝사랑 모드 덕분에 그들의 풋풋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으며, 전형적인 반항아 스타일인 가케루가 바뀌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런데 띠지에 나온 것처럼 '청춘예찬'이라고 하기에는 중학교 2학년생인 주인공들이 많이 어리기 때문에, 성장 소설이라는 것이 정확하겠다. 쉽게 읽히는 가벼운 소설, 앞으로는 중학생들이 다시 보이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