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우정편지 편지 쓰는 작가들의 모임 서간집 시리즈
김다은 편저 / 생각의나무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작년 8월에 출간된 <작가들의 연애편지>에 이어, '편지 쓰는 작가들의 모임'은 <작가들의 우정편지>를 출간했다. 우리 시대의 작가, 시인과 소설가와 평론가와 에세이스트와 외국 작가들이 모두 모여 한판 일구어낸 우정편지들은 문학 습작시절의 우정, 작품의 영감을 위한 우정, 여행같은 삶의 우정, 갈등하고 위로하는 우정, 국경을 초월한 우정, 죽음을 초월한 우정이라는 항목으로 나뉘어 저마다의 삶과 작품과 우정을 이야기한다.

여기에 실린 32명의 편지에 보이는 형식은 참 다양하다. 작가가 되기 이전인 중학생때의 편지도 있고,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도 있고, 고인에게 보낸 편지들까지 시기와 대상과 내용은 천차만별이다.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이 함께 실려있는 경우에는 그들 사이의 분위기를 미루어 짐작하기에 더 쉬웠고, 그들의 작품에서 간접적으로 추측해야 하는 것보다 더 적나라하고 직접적인 목소리를 듣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책 표지에 쓰여있는 문구, '문학을 가로지르며 삶을 이어주는 편지 속을 걷다'는 말이 아주 정확하다고 할까.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이자 소설가인 편저자 김다은 님이 편지를 쓰고 받은 사람들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놓는 '김다은의 우체통' 코너는, 그들의 역사까지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공간이었다. 작가들이 책에서 걸어나와 실체로 우뚝 서는 순간이라고 할까. 같은 공간과 같은 시간을 사는 이들에 대한 친근감이 우러난다.  

일기가 혼자만의 비밀스럽고 자유로운 글이라면, 편지는 쓰는 이와 받는 이 두 사람간의 믿음과 추억을 전제로 하는 사적인 글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에서는 작가의 사망 후 그들이 다른 이들과 주고받은 편지가 바로 출간되는 문화가 있는 모양이지만, 아직 우리 나라에서는 그런 사적인 비밀스러움을 지켜주는 분위기 때문인지 그런 책을 본 적이 별로 없다. 그래서일까, 작가들의 우정편지를 읽는 내내 그들 둘만의 공간에 조용히 들어가 엿보는 듯한 묘한 기분과 함께, 마치 내가 편지의 수신자인 듯한 착각도 들었다.
이메일에 밀려, 이제는 문자 메시지에 밀려 손으로 쓴 편지가 사라지고 있는 요즘, 한번쯤 정성껏 손으로 쓰고 말린 나뭇잎을 곱게 끼워 보내는 편지를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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