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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당신이 희망입니다. - KBS 박선규 기자가 대한민국의 선생님들께 띄우는 희망 메시지
박선규 지음 / 미다스북스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신영복 선생님의 낯익은 글씨가 눈에 반갑게 들어오는 이 책, ‘선생님 당신이 희망입니다’는 KBS의 중견기자인 박선규 기자가 쓴 사회 전반에 걸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예전에는 ‘군사부일체’라는 말처럼 스승이 존경을 받았으나, 이제는 학원 선생님보다 학교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대접이 줄어든 세상이 되니 참 개탄스럽다. 저자는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낸 데에는 선생님들의 노력이 가장 큰 원인일 거라고 말하면서, 선생님들이 자부심을 되찾고 학생들 앞에 당당하게 설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 선생님들이 그만한 자격을 갖추고 노력을 해야 하고 사회와 현실을 외면하거나 왜곡하지 않아야 한다고 요구한다.
학교는 현실과는 어느 정도 괴리가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아이들의 목적은 좋은 성적을 얻어서 대학에 가는 것이고, 선생님들의 목적은 당신이 가르치는 아이들을 더 좋은 학교에 더 많이 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현실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이처럼 현실을 모르고 자기만을 주장하도록 가르칠 경우, 가장 필요한 인간적인 덕목을 배우지 못함으로써 사회에 나와서도 자립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저자의 어렸을 적 기억부터 시작한 선생님에 관한 이야기는, 중반부터는 사회 현상과 정치에 대한 생각과 견해로 발전한다. 종군기자에서부터 미국 정치가의 인턴 보좌관까지 다양하고 폭넓은 그의 경험 덕분에 많은 이야기들이 더 심도있게 전개된다. 기자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의 예리한 지적과 넓은 시각이 감탄스럽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소신이 뚜렷한 만큼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듯한 분위기도 꽤 풍긴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보다는 사회 전반에 관한 이야기가 많아서, 제목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듯하다. 물론 선생님이 사회와 사실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교생 시절의 일화에서처럼 저자는 진실을 실천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그 목소리도 당당하다. 그러나 아이 셋을 키우는 학부모로서 선생님들께 바라는 점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 주었다면, 쉽게 접할 수 있는 사회평론에 비해 차별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약간 든다.
나는 이전에 조기숙 전 청와대 대변인이 쓴 ‘마법에 걸린 나라’와, 천성산 도롱뇽 등 인간의 생존 때문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다룬 ‘이것은 사라져야 할 생명의 목록이 아니다’를 읽었다. 그 책들에 나온 이야기와 박선규 기자의 이야기는 꽤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래서 우연한 기회지만 같은 사항을 두고 서로 다른 관점에서 봄으로써, 좀더 균형잡힌 시각을 가질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제 눈을 뜨고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선생님들이 좀더 당당하게 그 길잡이 역할을 맡아 주셨으면 하는 것이 저자와 나의 공통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