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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6일 하멜른
케이스 매퀸.애덤 매퀸 지음, 이지오 옮김, 오석균 감수 / 가치창조 / 2007년 1월
평점 :
삼국유사(三國遺事)》에 의하면 신라 제31대 신문왕(神文王)은 아버지 문무왕(文武王)을 위하여 동해변에 감은사(感恩寺)를 지어 추모하였는데, 죽어서 해룡(海龍)이 된 문무왕과 천신(天神)이 된 김유신(金庾信)이 합심하여 용을 시켜 동해(東海) 중의 한 섬에 대나무를 보냈다. 이 대나무는 낮이면 갈라져 둘이 되고, 밤이면 합하여 하나가 되는지라 왕은 이 기이한 소식을 듣고 현장에 거동(擧動)하였다.
이 때 나타난 용에게 왕이 대나무의 이치를 물으니, 용은 “비유하건대 한 손으로는 어느 소리도 낼 수 없지만 두 손이 마주치면 능히 소리가 나는지라, 이 대도 역시 합한 후에야 소리가 나는 것이요… 또한 대왕은 이 성음(聲音)의 이치로 천하의 보배가 될 것이다…”라고 예언하고 사라졌다. 왕이 곧 이 대나무를 베어서 피리를 만들어 부니, 나라의 모든 걱정 ·근심이 해결되었다 한다.
-‘만파식적’에 대한 네이버 백과사전의 설명 중에서
며칠 전 중국의 양쯔강이 범람하면서 쥐들이 피해 나와서 30만 마리의 떼를 이루었고, 이를 퇴치하기 위하여 많은 사람들이 애를 쓰고 있다는 국제 뉴스를 보았다. 그 뉴스를 보면서 저절로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가 떠올랐다. 내가 어렸을 적 세계명작동화를 읽었던 옛날부터 내 아이에게 세계명작동화를 읽어준 요즘까지, ‘피리 부는 사나이’를 읽을 때마다 쥐들은 어디에서 왔으며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궁금해 하며 책을 덮어야 했다.
그래서 이 책, <6월 26일, 하멜른>을 읽는 동안은 잘려진 앞뒤가 맞아 들어가는 재미, 단순한 해충 퇴치가 아니라 계급 문제가 충돌하는 사회와 경제 문제, 정신을 다루는 마법 이야기까지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피리 연주자 길드의 피리는 위에 인용한 만파식적과도 일맥상통하는 기능을 가졌다. 어느 나라에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구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나 보다. 그러나 모든 기구는 쓰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는 것. 사람을 죽이는 칼이 있는가 하면 사람을 살리는 칼도 있다. 이처럼 같은 도구를 쓰지만 다른 마음을 가진 이들 사이의 경쟁과 갈등도 볼 만하다.
정의와 자비를 상징하는 다색 옷을 입은 요하네스, 정의와 자비가 대립할 때 무엇을 택할 것인가는 그에게 전적으로 주어진다. 위기 상황에서 권한보다 무거운 책임을 진 그가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이 다행스러웠으나, 앞으로도 그렇기는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힘을 가진 사람에게는 유혹이 끊이지 않을 것이고, 힘의 묘미를 맛본 이후에는 그 힘 자체에 빠져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요하네스는 어렸기 때문에 그처럼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우직함을 보였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수장이 같이 오는 대신 미숙한 요하네스 혼자 보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현실에서 보면 피리 연주자는 정치가, 피리는 언론으로 대치해서 생각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전반적인 인물의 심리 묘사는 괜찮았고 사회에 대한 서술도 좋았지만, 클라라는 비중에 비해 별다른 설명이 없는 것이 좀 아쉽다.
<피터팬과 그림자 도둑> 시리즈처럼 명작동화에 살을 입혀서 어른들이 읽도록 만드는 것이 요즘 유행인가 보다. 덕분에 아이들의 동화가 어른들의 소설로 한 단계 올라가 완성된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