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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사랑하거나 쿨하게 떠나거나
미라 커센바움 지음, 김진세 옮김 / 고려원북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수학의 순서도, 또는 전산학의 알고리즘을 보면, 어떤 조건을 제시하고, 대답이 yes면 아래로, No면 다시 위로 돌아가거나 다른 길로 가도록 한다. 이렇게 문제에 대한 답을 따라 가다 보면 자신에게 제일 알맞은 답을 얻게 된다. 이런 기법은 잡지의 심리 테스트에서도 흔히 사용되며, OX 문제나 사지선다형 객관식을 쉽게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유용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기법을 인생의 중대사, 지금 함께 하는 사람과 계속 함께 있을지 아니면 헤어질지 결정할 때 사용하면 어떨까?
처음의 불타는 사랑이 잦아들고 나면 그 자리를 공허와 회의가 채우기가 쉽다. 그래서 결국 관계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에 부딪히게 되는데, 사실 이처럼 관계를 지속하거나 끝내기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헤어진 후의 심리적, 경제적 어려움도 있지만 아직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짐과 관계 지속의 천칭은 팽팽한 균형을 이루게 된다. 이처럼 떠나기에는 너무 괜찮고 머물기에는 너무 힘겨운 상태를 저자는 심리학 용어인 양가감정, 즉 다른 사람이나 사물, 또는 상황 같은 하나의 대상물에 대해 서로 대립하는 감정과 태도, 경향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양가감정에 사로잡혀 있을 경우 관계 지속을 위해 노력하거나, 헤어지기 위해 결단을 내리는 것 중 어느 것도 실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관계는 더 악화될 뿐이다.
저자는 관계의 지속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36가지의 다양한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답변의 가부에 따라 관계의 지속 여부를 말해 준다. 이는 저자의 심리 치료사로서의 이력과 수많은 인터뷰 결과에 따른 보편적인 경향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심리에 정확히 들어맞지는 않더라도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방향은 제시해주고 있다고 본다. 여기에는 ‘테이블 치우기 기법’처럼 지금껏 생각하지 않았던 상황도 꽤 많았는데, 표면에 드러난 행동의 내면에 어떤 심리가 있는지 설명하기 때문에 사람을 이해하기 쉬웠다. 또한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서 지금 나와 배우자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었다.
아직까지 우리 나라에서는 부부가 함께 상담을 하거나 심리 치료를 받는 것이 보편화되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 따라서 이야기할 상대가 없어서 속앓이만 하고 있었던 사람이나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심리 치료사와 얼굴을 맞대고 상담하는 것처럼 자세하고 내면 깊숙한 설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뜨겁게 사랑하거나 쿨하게 떠나거나 둘 중의 하나를 결정해야 할 때, 성급하거나 머뭇거리지 않고 현명한 결정을 내리게 하는 지침서가 되어줄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