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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그네스 선생님 ㅣ 푸른동산 6
커크패트릭 힐 지음, 신상호 옮김 / 동산사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항상 다른 이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관심이 많고,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느끼는지 빨리 알아채서, 이야기를 쓰는 데 소질이 있는’ 프레드의 시선으로 도란도란 말해주는 아그네스 선생님의 이야기는 참 푸근했다.
알래스카는 미국의 한 주이기 이전에 이뉴잇 부족의 터전이기 때문에 상당히 독특한 곳이다. 생선을 주식으로 하고 계절마다 터전을 옮겨가며 사냥하는 것, 동물의 가죽을 가공하여 옷과 신발을 만드는 등의 부족 특유의 풍습이 다양하게 소개된다. 예전 우리의 농촌 학교들처럼 일이 바쁠 때에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대신 부모님의 일을 도와야 하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그러나 이런 문화 차이를 이방인인 선생님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쉽지 않아서, 1년을 겨우 채우고 선생님들이 바뀌는 통에 학습 진도는 지지부진하고 아이들은 학습 의욕이 떨어지고 왠지 주눅이 들어 있다. 그런 차에 ‘삐쩍 마른데다 바지를 입은’ 여자 선생님인 아그네스 선생님이 오신다. 틀에 박힌 교육보다는 자유로운 연상과 일대일 맞춤 교육, 상상력과 창의력을 중시하는 선생님의 교육 방침은 아이들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여서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들어 나간다.
아침마다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아서 뭉그적거렸던 기억이 나는데, 이처럼 아침이 오기를 기다리게 만드는 정겨운 학교의 모습이 참 부럽다. 거기에다 과목을 초월하여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생각을 하게 하고, 가족까지 교육에 끌어들이는 선생님의 방침은 마음에 든다. 학교에서만 배우고 끝나는 교육 대신 아이들의 삶에 체화된 지식은 일생동안 간직될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서양(아그네스 선생님)에 의해 동양(알래스카 사람들)이 개선된다는 이념을 은근히 주입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양은 독특하지만 서양에 비해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에 계몽하고 바꾸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은, 일본이 우리 나라를 강제로 개방하는 구실이었고 지금도 일본 덕분에 경제와 문화 발달이 빨라졌다는 주장에서도 엄연히 살아 있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내 피해의식이 심각한가 보다.
동산사의 ‘푸른동산’ 시리즈는 10대에게 권하는 삶의 발견을 위한 책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학교 교육이 붕괴되고 있고 모두들 학원을 다니면서 삭막해지는 지금, 아그네스 선생님과 같은 푸근한 삶의 멘토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나를 이해하고 공부에 대한 사랑을 전해주는 선생님을 한 분쯤 만나는 것은 일생의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