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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한국 보고서
IBM BCS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7년 4월
평점 :
예전에 한국 경제에 관련된 책에서 이제는 ‘기업가 정신’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우리 나라는 한국전쟁에서 복구되면서부터 현대적인 의미의 기업 활동이 시작되었다고 본다. 현재의 재벌이 창업되던 시절에는 도전과 시장 개척, 새로운 부문으로의 확장 등이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맞물려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었으나, 재벌 2세로 경영권이 넘어가고 재벌의 독과점에 대한 반발과 부익부 빈익빈 심화에 따른 규제 강화 때문에 이제는 거의 현상 유지에만 급급하다며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를 냈다.
IBM의 컨설턴트들이 펴낸 이 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우리 나라는 모방을 선호하고 위험을 회피하는 경향이 상당히 높다고 진단한다. ‘미국과 일본은 부럽고 중국은 두렵다’는 소제목처럼 승자독식의 시대에 미국과 일본 같은 선도자가 되지 못하고, 재빠른 모방자, 혁신 전략이 없는 유지자로서도 중국을 비롯한 BRICs에게 조만간 추월당하게 생긴 상황에서는 혁신만이 살 길이라고 말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이 책에서는 1990년대 이후로 20년간 정체되어 있는 우리 나라 경제의 현 실태와 그 이유를 규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들을 설명한다.
이들이 우리나라의 혁신체계가 직면한 문제점이라고 꼽는 것은 창의적 혁신전략의 부재, 이익 성장을 위한 원천기술, 국제표준, 인재 등 무형자산의 창출과 활용 미흡, 서비스 산업의 낮은 혁신 수준, 벤처와 혁신클러스터라는 혁신 촉진 메커니즘의 부진, 정부의 정책 지원 미비와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규제였다.
이들은 수출 중심 기업과 내수 중심 기업, 서비스 산업 등으로 나누어, 여러 부처와 단체에서 펴낸 많은 정보들을 토대로 저간의 상황을 짚어보고 정체의 이유를 다각적으로 설명한다.
읽다 보면 정부, 대학, 기업 모두 따로 고립되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는 현실이 참 막막하다. 한 부분이 변한다고 해도 사회가 바뀌기 어려운데, 하물며 정부 안에서도 각 부처에서 부서 이기주의와 지역 안배가 상충하니 혁신의 길은 참으로 요원해 보인다. 제약회사는 위험성이 높은 신약보다 제너릭을 추구하고, 대학은 많은 고학력 인재에도 불구하고 기초연구보다는 성과를 얻기 좋은 응용 분야에 몰리며 연구 결과가 학문적인 수준에만 그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혁신을 향한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IBM은 이를 위해 7가지 사항, 즉 혁신형 경제 도약을 위한 전략적 제언, 혁신의 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새로운 관점 제시, 혁신 성과에 대한 보상 메커니즘, 원천기술과 국제표준 확보를 위한 방안과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논의 제시, 혁신인력 부족 해소를 위한 제언, 공공 정책의 기업 혁신 지원을 위한 제언, 국가 혁신체계의 개선 방향성 등을 제시한다. 이 사항들은 주로 혁신이 성공한 미국과 일본, 유럽의 사례들을 통해 우리 나라의 상황과 비교 설명된다.
이 책은 경제와 경영, 혁신에 관한 기존의 책들과 비교할 때 좀더 넓은 범위에서 우리 나라를 객관적으로 보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흔히 재벌에 대해 가지는 반감과 정부의 규제가 오히려 나라의 경쟁력에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는 말에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 새삼 생각했다. 이제는 좁은 집안에서 나눠먹기를 하는 수준이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 얼마나 더 성장하는가의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러 출처에서 발췌한 다양한 도표와 수식, 분석 자료들을 통해 세계 안에서 우리 나라의 구체적인 위치를 알 수 있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의 방향을 좀더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한미 FTA가 타결되고 현재 EU와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추천사의 말처럼 앞으로의 10년 안에 새로운 도약을 이뤄내야만 국가의 먼 장래가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에 대해 좀더 넓게 보고자 하는 사람들, 혁신의 이론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적용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은 한번 읽어보아야 할 책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