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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삼국지 1 - 삼국의 태동 주몽의 고구려 건국
임동주 지음, 김종선 그림 / 마루&마야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내가 어릴 때부터 우리 역사를 배경으로 한 사극이 거의 항상 있었다고 기억된다. 요 근래에는 일본의 역사 왜곡과 중국의 동북공정까지 포함하여 고구려의 역사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고, 그런 트렌드에 맞추어 주몽과 을지문덕, 연개소문, 대조영, 서동요 등 삼국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들도 많이 나온다. 우리 역사를 바로 알고 위인들의 삶을 배움으로써 주체성과 애국심을 기르고자 하는 배경에서일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삼국을 다룬 이야기가 나온 것은 많이 늦었지만 참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삼국지 전 10권 중 1권 ‘삼국의 태동’에서는 부여에서 갈라져 나와 고구려가 건국되고, 여기에서 백제가 다시 파생되는 이야기이며, 고구려를 주류로 하여 고구려의 시선에서 주변 나라들의 역학 관계를 이야기한다.
올 여름에 ‘주몽’ 책을 읽을 때 놀랐던 것은, 하늘의 신 해모수와 물의 신 하백의 딸 유화 부인이 만나 알을 낳았고 그 알에서 주몽이 태어났다는 고구려 건국보다 공자와 맹자가 살았던 시대가 더 이르다는 점이다. 남의 나라 사람인 소크라테스와 공자, 맹자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지고 저작도 많이 남아있음에 반해, 고구려의 건국을 난생 설화로 시작한 것은 건국 이후의 구체성에 비해 어울리지 않아 보여 약간 아쉽다. 온라인 게임에서는 온갖 황당한 상황에 익숙해진 청소년들이지만, 역사에서 신화를 대하면 경외심을 가지기보다는 외면하기 쉽기 때문이다.
많은 전쟁과 정치에 등장하는 장수와 기발한 전략, 심리전 등은 중국의 삼국지와 비교하여 손색이 없고, 간간이 나오는 사랑 이야기도 각박한 현실에 온기를 더해 준다. 그리고 한자어 일부는 괄호 안에 한자를 병기하여 이해를 도우면서 한자 공부도 가능하도록 하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책의 삽화가 중국의 고전이나 무협지 냄새를 풍기는 점이다. 고전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우리 고유의 화법인데 중국 고전에서만 보아서 그들의 문화라고 잘못 생각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인문학 책을 읽으면서 철학과 세계사를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데, 이를 위해서는 먼저 우리 역사부터 알아야겠다. 학교다닐 때는 지겨운 암기과목으로만 배웠던 우리 역사를 이처럼 이야기로 읽음으로써 따로 놀던 역사적 사실들을 한데 갈무리할 수 있었다. 흡인력 있고 소설로 믿어질 정도로 드라마틱하고 약육강식의 긴장감이 넘치는 우리나라 삼국지. 역사를 배운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나 10권까지 모두 읽어낸다면, 고구려, 백제, 신라가 서로의 땅을 탐하면서도 독자적인 문화를 누리며 공존하던 그 시대의 일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될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