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소녀시대 지식여행자 1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학교 다닐 때 국사와 세계사, 사회 같은 암기 과목을 싫어했던 터라 내신 등급을 깎이지 않을 정도로만 공부했던 것이 이제서야 슬슬 후회가 된다. 어떤 책을 읽어도, 심지어 만화책을 읽을 때에도 역사와 철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소련이 무너지기까지의 공산주의 국가들에 대한 기본적인 흐름에 대해 먼저 알아야 그들의 분위기를 좀더 이해할 수 있겠다.

 

저자 요네하라 마리가 체코슬로바키아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를 다니던 1960년에서 1964, 그리고 마리가 다시 옛친구들을 찾아나서는 1995년 사이는 소련을 맹주로 한 공산주의의 부흥과 몰락이 펼쳐지는 격동의 시대였다.

이러한 시대 상황과는 별개로 다민족 다국가의 공산주의자 자녀들이 모여 펼치는 소비에트 학교의 학창 시절은 자본주의 국가와 별로 다를 것이 없이 천진난만하고 자유롭다. ‘리차가 본 그리스의 창공에서는 천연덕스럽고 공부를 제외하면 모든 것을 다 잘 하는 그리스인 리차, ‘거짓말쟁이 아냐의 새빨간 진실에서는 거짓말을 잘 해야 했던 루마니아 특권층의 유대인 아냐, ‘하얀 도시의 야스나에서는 자신의 도시 베오그라드를 사랑하는 보스니아인 야스나를 이야기한다. 학창시절에서 그들의 인생역정까지 죽 이어보면서 공산국가의 사람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그들 개인의 역사가 나라의 역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배웠다.

 

공산주의자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의 내용이 생소하면서도 흥미로왔는데, 민족과 국가, 종교와 이념, 계급과 계층이 어우러진 복잡한 인간사 안에서 피어나는 소녀들의 우정이 참 보기 좋았다. 또 대화를 중심으로 사람을 설명하는 저자의 묘사력과, 이를 자연스럽게 번역한 번역가의 노력이 만나 프라하의 소녀시대를 멋지게 장식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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