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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 드려야 할까요? - 황우석 사태 취재 파일
한학수 지음 / 사회평론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황 우석 파문이 벌어지던 당시 나는 하도 답답해서 TV 뉴스를 애써 외면했다.
그토록 추앙받던 사람이, 더구나 사실을 생명으로 하고 결과로 말하는 과학자가 설마 사실을 왜곡하고 세계적으로 거짓말을 했을까 싶었다.
그런데 캐도 캐도 끝없이 달려나오는 고구마처럼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서 의혹이 시작되어 2004년 사이언스 논문, 국내 첫 복제소인 영롱이와 진이에까지 의혹은 퍼져 나갔고, 결과적으로는 아무 것도 만들어진 것이 없다는 결론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사실을 은폐하려는 황 우석 사단과 그 추종자들이다.
과학은 오직 사실에 의해 분명하게 결과가 판가름나야 하는데, ‘싸움의 성격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다투는 것인지 정확히 모르는 사람들이 엉겁결에 싸움판에 끼어들어, 링 위에 오른 선수들이 어떤 무기와 비책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 채, 그저 한순간의 인상이나 그동안의 관성에 의해 싸움에 참여했다.(409쪽)’는 저자의 말처럼, 서울대 수의대와 의대의 교수진과 관련 병원, 권위를 빌어 판을 띄우기 위해 영입된 미국의 교수, 청와대 서기관, 인터넷 까페 회원들까지 수많은 사람이 달려든 아비규환이었다.
자신이 아는 것이나 믿는 것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모든 정보를 해석하고, 범주하고, 판단하고 결정한다는 ‘믿고 싶은 정보 이론’ (미래의 결과가 불확실할 때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가 아니라 비합리적이고 편향된 사고에 의해 판단하고 결정한다는 이론, 498쪽)에 휘둘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한 사람은 임금님의 취향에 맞는 고급 옷이 있다고 허위로 이야기하고, 이에 부응하는 신하들은 줄에서 밀려날까봐 그의 비위를 맞춰주며, 임금님까지 속아넘어갔으나 양심적인 내부 고발자에 의해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서울대 수의대를 나온 우리 부서 사람 말로는 황 우석 박사의 연구실은 정말 쉬는 날이 없이 일했다고 했다. 그런 노력과 금전적 투자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안 나왔다면 안 나온 것으로도 의의가 있다. 경제라면 투자가 실패했다고 판단하겠지만 과학은 다르다. 그런데도 경제 논리를 적용했는지 면목이 없어서 그랬는지 명예를 진실보다 중요시했는지 그런 부적절한 판단으로 나라 전체를 들썩였으니 그는 과학자로서는 영 실격이다.
언제 실현될지 기약없는 기대치 때문에 국익 운운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더구나 진실을 가리고자 은폐하고 조작하고 방해한 행동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의 개인적 명예보다는 나라의 명예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끝나지 않은 이 싸움에서 부디 진실이 승리하는 모습을 보게 되길 바란다. 그리고 쉬운 길보다는 바른 길을 가고 있는 과학자들이 절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유전공학을 전공했지만 줄기세포는 최근의 동향이라서 제대로 알지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 황 우석 사단의 추악함 외에도 과학 공부를 많이 할 수 있었던 것은 가외의 소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