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두 - 2006 제6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구효서 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장편도 좋지만 단편, 그 중에서도 국내 유수의 평론가들의 검증을 거친 문학상 수상작품집은 내게 종합선물세트와 같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집이 그리 유복하지 않았기 때문에 크리스마스나 연말에야 겨우 구경할 수 있었던 종합선물세트는, 크리스마스에는 빨간 장화 모양 플라스틱 속에, 연말에는 상자에 들어 있던 기억이 난다. 작고 다양한 과자들과 사탕, 캬라멜이 들어 있어서 풀어보는 기쁨과 골라먹는 즐거움을 주었다. 그런 기쁨이 문학상 수상집을 대할 때 다시금 떠오른다.

 

요즘은 워낙 문학상들이 많다 보니 작가와 작품이 중복되기도 하고, 문학상마다 특유의 분위기를 찾기 어렵다. 이 작품집에서는 평론가가 우려한 것처럼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 있어서, 한 이야기가 끝나고 책을 덮었을 때 밀려오는 여운이 좀 덜하다. 이제는 사회와 이념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는가 보다. 하긴 단편이라는 제약에서 다루기 어려운 점도 있겠다. 창피하게도 우리 작가들의 장편을 읽은지가 워낙 오래된 탓에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겠다.

 

수상작인 구효서님의 명두는 당골네 역할을 하게 된 명두와 그 마을 사람들의 삶을 나무의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지지리도 못 살아서 낳은 아이를 죽여야 했던 사람들의 한과 설움을 대변하는 명두와 나무는, 이제는 없어진 보릿고개와 함께 기억 속으로 묻혀질 것이다. 그렇지만 국토 개발의 와중에서도 자리를 보전하게 된 나무의 모습에서, 요즘처럼 생명을 경시하는 사회에 대한 경종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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