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이 찾아오면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8
강은지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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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이찾아오면 #강은지 #미래인 #서평 #책추천

구원이 찾아오면. 강은지 장편소설. 미래인. 2026.

구원. 이 단어가 갖고 있는 뜻이 많다는 것을, 사전을 찾아보고서야 깨달았다. 당연히,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에도, 책을 읽으면서도 머릿속으로는 한 가지 뜻을 떠올리고 있었다. '어려움이나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하여 줌.' 아마 누구든 이 뜻을 제일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나처럼. 하지만, 사전에 나오는 구원의 다른 뜻은, '사람이 죽은 뒤에 그 혼이 가서 산다고 하는 세상, 아득하게 멀고 오래됨, 그리고 원한이 맺힐 정도로 자기에게 해를 끼친 사람이나 집단(=원수)'이었다. 순간 생각이 복잡해졌다.

나는 '구원'에 대해 생각했다. 어떤 불행한 삶을 구원할 수 있는 건 무엇일지 고민했다. 나는 구원받을 수 있을까. 구원은 유지될까. 그건 영원할까.(176쪽)

분명 '구원'은 처음 생각했던 뜻이 맞는 것 같긴 한데, 다른 뜻이라고 해도 설명이 가능했다. 궁금해졌다. 작가는 '구원'을 어떤 의미로 생각하고 소설을 썼을까. 물론, 여러 의미를 모두 생각해보라는 의도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소설의 소재가 어둡다. 공영우, 구원의 삶을 들여다보아도 그렇고, 이수호의 삶도 그렇다. 이들 모두 다른 선택을 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각자 자신이 살기 위한 방법을 나름의 방식으로 찾으려는 간절함은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각자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자신의 판단으로 최선을 다 하는 삶. 그들이 찾은 방법이 좋은 방법이었는지, 잘한 선택이었는지는 누구도 답을 내려줄 수 없다. 다만, 그들이 어떻게든 살기 위한 마음을 먹었다는 것, 그것만이 다시 이 아이들이 그 다음을 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중요한 힘이 될 테니까.
누구나 구원의 선택에 마음이 쓰일 것이다. 원이의 가정 환경과 주변의 태도를 두고 그 이유를 찾으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차분히 생각해보면 원이는 오히려 자신과의 싸움을 열심히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쉽게 생각하면 수호와 원이를 보며, 수호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주고 그 책임을 물으면 될 것 같다. 가해와 피해의 단어로 설명하면 쉬워질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 아이들은 이런 단어로만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아이들이 답을 찾아야했던 삶의 질문들이 너무 무거웠고, 그 무거운 숙제를 해내고 위해 안간힘을 썼던 것이니까. 이건 경우도 마찬가지다. 영우가 계단을 올랐던 이유와 원이가 계단을 올랐던 이유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난간에서 영우와 원이가 각자 다른 선택을 했어도 그 이유는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간절했다는 것, 모두 살기위한 선택이었던 거다.

나는 계단을 오르는 일을 멈추지 못했다. 매일매일 1층부터 17층까지 걸어 올라갔다. 그리고 옥상 문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옥상 난간에 서서 숨을 들이쉬는 것이 나를 다잡는 방법이었다. 모자란 숨을 몰아쉬는 거대한 창이었다. 내가 죽지 않고 살아가는 방식이었다.(98쪽)

이 아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을 찾았다. 이 아이들은 모두 다 거짓말을 잘 한다. 좋아도 싫다고 하고, 싫어도 좋다고 한다. 다 안다고 말하지만 모르는 게 맞고 또 모른다고 발뺌하지만 사실은 다 알고 있다. 이 아이들의 속이 검어서 그런 건 아니다. 모두 제각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패막으로 거짓말을 사용하는 것일 뿐이다. 이제 가르쳐주면 좋겠다. 거짓말은 나쁜 거라고. 이제 그런 나쁜 짓은 그만 하라고.

괜찮다는 말은 언제나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멈춰선 안 되는 거짓말도 있었다. 견디는 데 필요했다. 구원이 깨어나면 나의 괜찮음을 말하고 그애의 괜찮지 않음을 들으려 했다.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말자고. 괜찮지 않아도 된다고.(161쪽)

이제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친구인 것 같다. 아무래도 아이들에게 제일 소중한 건 가족 못지 않은 친구. 이들에게 가족은 일정 부분 늘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지점이었다. 그런 가족으로부터 아이들이 나아갈 문을 찾아야 한다면, 그건 친구이지 않을까.

의사는 구원에게 어떤 희망도 심지 않았다. 하지만 구원은 실망하지 않은 듯했다. 난 알았다. 구원은 이미 희망을 심었다.(176쪽)
나아진다는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런 마음은 어렸을 때 심어 두어야 했다.그러니 지금도 늦지 않았다. 나와 구원은 믿음을 심었다.(178쪽)

희망과 믿음은 저절로 오는 게 아니구나. 이 아이들이 정통으로 맞은 상황이 무척 아프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대차게 겪은 과정들이 이후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계기가 된다면, 지금부터 해야할 일은 이 아이들을 힘차게 응원해주는 것! 친구의 우정이 오래가도록 지켜봐주는 것!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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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유자 호랑이 ㅣ 백유연 지역 특산품 그림책
백유연 지음 / 웅진주니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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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유자호랑이 #백유연_그림책 #웅진주니어 #웅진주니어티테이블

고흥 유자 호랑이. 백유연 그림책. 웅진주니어. 2026.

솔직히, 호랑이와 토끼가 싸울 줄 알았다. 당연히 아기 호랑이들의 행동에 화를 내며 토끼가 호랑이들과 싸우려고만 할 거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이야기가 그렇게 전개되어야 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 그림책을 읽으며 반성했다. 내가 너무 이야기를 갈등, 대결, 경쟁 구도로만 읽으려하고 있었구나, 나의 세계관과 생각을 되돌아보았다. 이 다음에는 당연히 갈등이 있어야 해, 어떤 이야기에도 갈등이 없을 수가 없지, 그리고 그런 갈등은 당연히 서로 대립적인 관점에서 서로에게 날을 세우고 화를 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그림책을 읽으며 반성하게 될 줄이야. 싸우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따뜻해지는 관계라니. 내 마음이 너무 날카롭기만 했던 것은 아닐까, 너무 싸우는 것에만 익숙했던 것은 아닐까.

이 시고 떫은 열매가 제주 땅을 풍요롭게 한 감귤이 맞소?
오해가 있는 거 같구먼. 진정하시고, 일단 차나 한잔하시지요.

토끼 신령의 처신이 무척 훌륭했다. 화가 나서 찾아온 호랑 산군에게 상큼한 차 한잔을 내밀었다. 어느 누가 이 차에 안 넘어갈 수 있을까. 한번 향을 맡기만 해도, 한모금 마시기만 해도 단번에 호로록 마음이 녹아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토끼 신령의 마음이 얼마나 깊고 넓은지. 사실 아기 호랑이들의 멋대로 와서 가져간 것만도 화를 내기 마땅할텐데, 오히려 유자를 제대로 알 수 있게 해주고 또 도와주기까지 하니, 얼마나 넉넉하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갖고 있는지. 나만 잘 돼야한다는 욕심이나 남이 내 것을 건드렸을 때 분노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부족한 모습일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이 고을의 이름을 뭐라고 부르면 좋겠소?
고양이가 "어흥!" 했다니 고흥 어떤가? 허허.

근데 진짜 빵 터졌다. 작가님의 발상에 감탄했다. 보통 혼자 방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데, 그렇게 혼자 읽으면서 소리내며 웃기는 쉽지 않다. 헌데 소리내며 웃었다. 그리고 이렇게 각 지역마다 책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정도면 시리즈처럼 기다려질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물론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작가님의 기발함에 대단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실제 고이부곡의 '고이'가 방언으로 '고양이'있다고 해서 또 한번 감동했다. 이것이 작가님의 저력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단순히 상상의 아이디어만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실제 어원과 그 내력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아졌다. 단순히 흥미 위주의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진짜 이 지역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책을 읽는 묘미였다.

흥미롭고 재밌으면서, 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이들 모두가 무척 사랑스럽고 예뻤다. 단순히 그림만 예뻤던 것이 아니라 이들이 갖고 있는 마음이 무척 선해서 그 마음에 반했다. 호랑도 토끼도, 그리고 사람도. 모두 어느 하나 혼자 다 차지하겠다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오히려 서로 넉넉하게 배려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러니 반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날이 서늘해지다못해 차가워지고 있는 지금 이 때에, 고양이가 '어흥'해서 고흥인 이야기를 떠올리며 유자차를 홀짝홀짝 마시고 싶어졌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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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랭이는 억울해! 1 -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ㅣ 작은책마을 65
노수미 지음, 한연진 그림 / 웅진주니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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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랭이는억울해 #노수미_글 #한연진_그림 #웅진주니어 #웅진주니어티테이블

호랭이는 억울해. 노수미 글/한연진 그림. 웅진주니어. 2026.
_1.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아, 호랭이 눈에서 눈물이 찔끔 나온다. 손에 마늘과 쑥을 잔뜩 들고 있고. 옆에서 박박이가 유지를 뽑아 호랭이에게 건네주고 있다. 그리고 꼬미가 그런 호랭이를 지켜보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표지 그림이 잘 눈에 들어오지 않았었다. 제목을 읽었고, 호랭이가 표지 그림이구나 하고 바로 책장을 넘겨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으니까. 표지를 눈여겨 볼 생각을 못 했던 것 같다. 오히려 책을 다 읽고나니 표지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도 아주 잘!
예전에 드라마 '도깨비'에그런 장면이 있었다. 저승사자가 도깨비를 놀린다고 도깨비 빤쓰 이야기를 했던. 그때 도깨비가 어찌나 억울하고 기분 나빠하던지. 그 장면이 연상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는 모두들 다 억울하고 속상하고 또 그게 아니라고 꼭 얘기해주고싶어질 것이다. 이건 꼭 도깨비나 호랭이여서만은 아닐 것이다. 누구나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당연하다, 그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나였어도 그랬을 것 같다. 호랭이만큼 용감하지 않으니 그저 속으로만 끙끙 앓고 지나갔겠지.
그런 면에서 호랭이가 참 대단하다. 감히 엄두를 못 낼 것 같다. 내가 억울한 일이 있다고 직접 찾아가는 용기는 쉽게 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꼭 꼬미를 찾아내야겠다는 마음이라기보단, 자신과 관련한 억울한 소문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해명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더 크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추궁하거나 또 복수하려는 마음이 아닌, 순수하게 자신에 대한, 사실이 아닌 이야기가 오래 사람들에게 진짜인 것처럼 남아있는 것에 대한 억울함의 마음인 거니까. 이걸 풀어줄 수 있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줄 수 있는 누군가만 있다면 이 모든 억울함을 풀고 속이 시워해질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과연 호랭이의 계획은 제대로 실행되고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미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생각을 잘 바꾸려 하지 않으니까.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생각, 특히 오래된 생각일수록 그 힘은 남다르다고 생각하고는 진위여부 따위에는 관심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아마 지금같이, 검증 없이 남아 사람들 사이에 진실인양 퍼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랭이가 대단한 것이다. 진실이 왜곡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니까.
솔직히 굳이, 호랭이가 나서서 자신과 관련한 이야기를 바로잡으려하지 않아도 된다. 진실이 아니라고해서 크게 그 이야기로인해 직접적으로 손해보거나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니, 그러려니해도 된다. 굳이 힘든 길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호랭이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서 잘못된 이야기가 정정되기를 바랐다.

그냥 재밌다고만 생각하며 이 책을 읽을 수도 있다. 물론, 재미가 있기는 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를 뒤집어 생각해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이야기가 당연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발상은 모든 생각에 의문을 만들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근데 진짜일까? 하고 한번 더 생각해보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이야기와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그 점이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수 있는 시작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이 재밌다. 헌데 재미만이 이 책의 전부는 아닌 것 같다.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 어떻게 해야하지? 어떻게 하긴, 호랭이처럼 정면돌파! 당장에 찾아가 억울한 부분을 해결하고 가벼운 마음이 되면 된다. 물론, 일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쉽게 포기하거나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될 때까지 노력하면 된다. 누군가의 의도대로 되게 가만히 있기만 하면 안 될 거 같다.
앞으로 호랭이가 어떤 일들을 만나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지 기대된다. 특히 호랭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함께 해줄 친구가 생겼으니, 더욱 흥미진진해질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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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누군가를 돌볼 수 있을까? - 청소년을 위한 첫 돌봄 수업 ㅣ 사계절 1318 교양문고
최유나 외 지음 / 사계절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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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누군가를돌볼수있을까 #최유나_조기현_이해령_오현아 #사계절출판사 #사뿐사뿐 #서평

나도 누군가를 돌볼 수 있을까?. 최유나 조기현 이해령 오현아. 사계절출판사. 2026.
_청소년을 위한 첫 돌봄 수업

'청소년을 위한'이 붙어 있는 책은 더 한번 눈길이 간다. 이 말은 청소년을 위해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다는 뜻이면서, 청소년이 꼭 알아야한다는 의미도 함께 담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에게 다가갈 때는 나름 조심스러운 지점이 있다. 무작정 어른의 입장에서 어른의 말이 다 맞다고 다그칠 수가 없다. 또 너희의 이야기가 다 옳다고 덮어놓고 두둔할 수도 없다. 어떨 때는 맞지만 어떨 때는 고민이 깊어지기도 하고, 생각보다 바른 방향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때에 따라서는 그 방향에 조언이 필요할 때도 있다. 고지식하게 밀어붙이는 말이 전부가 아닌, 오히려 다양한 여러 관점을 두루 살필 줄 아는 안목을 키워주는 것이 더욱 중요한 때가, 청소년 시기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늘 청소년을 앞에 놓고는 말을 고른다. 생각을 입으로 바로 뱉지 않고, 어떤 단어와 문장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더 나을지 늘 고민하게 된다.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책이면서도 쉽지만은 않았다. 어쩌면 돌봄에 대해 처음 접하는 청소년은 생소하고 어려우면서도 개인에 따라 놀라운 내용일 수 있을 것이다. 돌봄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거나, 특히 경험이 없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는 분명,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 속 '나'가 자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보지 못했다면, 이 이야기가 돌봄에 대해, 나에 대해, 가족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돌봄은 공적이고 사회적인 것이며,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중요한 행위라는 점에서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간은 본래 취약한 존재여서 생존을 위해서는 반드시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합니다.(161쪽)

나의 돌봄에 대한 관심은 코로나19의 팬데믹 때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당시는 사회의 가장 약한 지점에서부터 문제가 발생될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런 가장 약한 지점에 돌봄이 있었다. 그러면서 내내 외쳤었다. 아무도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지 않아도, 늘 이야기하곤 했다. 돌봄이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되어서는 안 된다고. 아직도 여전히, 돌봄의 책임이 가족, 여성을 향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는 그런 가족과 여성에서 책임과 의무라는 단어로 족쇄를 채운다. 당연히 그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지점은 없다. 마치 자신에게까지 그 영향이 미치지 않기를 바라며 거리를 둔다.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돌봄의 무임승차권'(89쪽)을 쥐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는 돌봄 시민 교육을 제안합니다. 돌봄 시민 교육은 나도, 타인도, 세상도 더 잘 돌볼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돌봄은 그저 이타심이나 선의에 의한 행위로 보지 않고,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덕목으로 바라보자는 뜻에서 돌봄 '시민' 교육이라는 이름을 붙여 보았습니다.(129-130쪽)

몰라서 생기는 문제라면 알면 된다. 시민 교육이 필요하다는 말이 전적으로 동의다. 청소년에게만 국한된 교육이 되어서도 안 된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시민 교육,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갖춰야하는 태도, 사회적 합의로서의 돌봄 시민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교통규범과 질서를 잘 지켜야 사람과 차가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는 것처럼, 돌봄이 인식이 바르게 정립되어야 '돌봄 제공자'에 대한 인식의 폭이 확대될 수 있고, 이 사회가 안전하게 움직여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때 필요한 것이 '돌봄 역량'이고 말이다.

'돌보는 역량'과 '돌봄받는 역량'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돌봄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영 케어러가 해내고 있는 돌봄 또한 오롯이 영 케어러만의 역량은 아니겠지요?(...) 돌봄을 주고받는 사람의 역량이 서로 멋진 하모니를 이룬다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183쪽)

그래서 '자기 돌봄'이 중요한 시작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을 먼저 들여다보고 돌봐야 하고, 이 모든 것들이 자연스레 연결될 수 있기 위한 '돌봄의 대화'가 중요하겠구나 싶었다.

이처럼 서로의 마음을 함께 조율하며 연결되는 것이 좋은 관계입니다. 저는 이런 연결을 도와주는 말을 '돌봄의 대화'라고 부르고 싶어요.착하고 다정한 말이라기보다는 내 마음을 지키면서도 상대의 마음을 함부로 침범하거나 섣불리 짐작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대화에 가깝습니다.(...) 서로가 적절히 숨 쉴 수 있는 거리에서 마음과 마음을 잇는 말이 바로 돌봄의 대화입니다.(266쪽)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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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뿌리 - 제2회 주니어김영사 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정은경 지음, 임나운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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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뿌리 #정은경_글 #임나운_그림 #주니어김영사 #가제본서평단

공기뿌리. 정은경 글/임나운 그림. 주니어김영사. 2026.

공기뿌리가 무슨 뜻일까 궁금했다. 어떤 맥락에서 나오는 말일까. 분명 뿌리니 나무나 식물과 관련된 내용일 것 같았는데, 이야기를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이게 식물과 관련된 게 뭐야, 하는 궁금증이 더 커지기만 했다. 그러다 알게 됐다. 아, 공기뿌리. 음, 나무에도 그리고 사람에게도 공기뿌리가 필요하겠구나. 공기뿌리 덕분에 또 살아갈 수 있겠구나. 마음이 정비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가질 수 있겠구나. 힘들어도, 지치고 어려워도 잠시 숨고르기 할 수 있겠구나. 한결 마음이 단단해질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겠구나. 혼자 생각하며 크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낙우송은 겉과 속이 다릅니다. 잎이 뾰족해서 소나무처럼 사계절 내내 푸를 것 같지만 가을이면 낙엽이 집니다. 또 물가에서 자라지만 물 때문에 숨을 쉬려면 뿌리를 땅 밖으로 내밀어야 합니다. 그러니 겉만 보고 괜찮을 거라 여기지 말아요. 공기뿌리가 필요해요.(82쪽)
"궁금해서 더 찾아봤는데 낙우송은 말고도 공기뿌리를 가진 식물이 있더라. 숨 쉬려고 공기뿌리를 만들기도 하고 줄기를 지탱하려고도 만든대. 맹그로브도 있고 인도고무나무랑 담쟁이덩굴도. 아, 담쟁이덩굴은 공기뿌리를 다리처럼 쓴대. 벽이나 바위에 붙어서 자라는 거지. 이것도 알았어?"(85쪽)

나는 몰랐다. 그런데 이렇게 알아보고 설명해주고, 또 대화할 줄 아는 풍경이가 대견하고 기특했다. 나도 다 하지 못하는 걸 풍경이는 이미 벌써 할 줄 아는구나, 나 자신은 부끄러우면서도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풍경이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과 성장 과정이 납득이 안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분명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당연하다. 다른 친구들과 다른 환경에 놓이게 되면 처음에는 이해보단 의문이 먼저 들고, 자신만 이상하다고 생각하기 쉬우니까. 그럼에도 잘 이겨내고 견뎌왔다.
공기뿌리. 다른 면으로 생각해보면, 어떻게든 살아내기 위한 몸부림의 흔적이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으니까. 물론 이 모든 전제에는 살아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바탕에 깔려있는 것이다. 살기 위해 자신을 세우기 위한 방식, 공기뿌리. 나무나 식물이 보여주는 공기뿌리는 이렇게 뿌리니 줄기의 형태로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에게 있어서의 공기뿌리는? 겉으로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드러나지는 않지만 각자 자신만의 공기뿌리를 꼭 쥐고 살아낼 방도를 찾는 것이다. 풍경이도 또 낙우도.
분명 견디기 힘든 순간이 찾아온다. 풍경이에게는 그런 순간이 여러 번 찾아왔다. 그리고 이럴 때 이 순간들을 견디기 위해 필요한 것은? 누구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대화나눌 수 있는 존재. 할머니, 호일이, 사랑그룹홈 시설장 김쌤, 그리고 다정이 소미 해강이, 낙우까지. 어쩌면 아빠도 그런 존재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지금 풍경이 주변에 있는 모두가 풍경이에게는 매우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들이다. 그리고 그런 존재들 덕분에 풍경이가 그 다음을 살아낼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컸다.

"내가 져 준 거야. 져도 괜찮다는 걸 배우는 중이거든."(88쪽)

물론 앞으로 자신이 얼마나 많은 상황에서 스스로 자신을 돌봐야하는지, 어느 누구도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분명 풍경이에게도 또 다른 어려움이 닥쳐오게 될 것이다. 그럴 때마다 웅크리고 앉아 울고만 있을 수는 없다. 각자 살아내기 위한 공기뿌리를 만들어, 스스로 자신의 문제에 맞서면 된다. 늘 옳은 결정만을 내리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설 줄 아는 용기만 있다면 충분히 최선의 결정들이 될 것이고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밑바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풍경이에게서 한 수 배웠다. 나도 나의 공기뿌리를 쥐고 힘차게 그 다음으로 나아갈 준비를 해야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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