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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유자 호랑이 ㅣ 백유연 지역 특산품 그림책
백유연 지음 / 웅진주니어 / 2026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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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유자 호랑이. 백유연 그림책. 웅진주니어. 2026.
솔직히, 호랑이와 토끼가 싸울 줄 알았다. 당연히 아기 호랑이들의 행동에 화를 내며 토끼가 호랑이들과 싸우려고만 할 거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이야기가 그렇게 전개되어야 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 그림책을 읽으며 반성했다. 내가 너무 이야기를 갈등, 대결, 경쟁 구도로만 읽으려하고 있었구나, 나의 세계관과 생각을 되돌아보았다. 이 다음에는 당연히 갈등이 있어야 해, 어떤 이야기에도 갈등이 없을 수가 없지, 그리고 그런 갈등은 당연히 서로 대립적인 관점에서 서로에게 날을 세우고 화를 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그림책을 읽으며 반성하게 될 줄이야. 싸우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따뜻해지는 관계라니. 내 마음이 너무 날카롭기만 했던 것은 아닐까, 너무 싸우는 것에만 익숙했던 것은 아닐까.
이 시고 떫은 열매가 제주 땅을 풍요롭게 한 감귤이 맞소?
오해가 있는 거 같구먼. 진정하시고, 일단 차나 한잔하시지요.
토끼 신령의 처신이 무척 훌륭했다. 화가 나서 찾아온 호랑 산군에게 상큼한 차 한잔을 내밀었다. 어느 누가 이 차에 안 넘어갈 수 있을까. 한번 향을 맡기만 해도, 한모금 마시기만 해도 단번에 호로록 마음이 녹아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토끼 신령의 마음이 얼마나 깊고 넓은지. 사실 아기 호랑이들의 멋대로 와서 가져간 것만도 화를 내기 마땅할텐데, 오히려 유자를 제대로 알 수 있게 해주고 또 도와주기까지 하니, 얼마나 넉넉하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갖고 있는지. 나만 잘 돼야한다는 욕심이나 남이 내 것을 건드렸을 때 분노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부족한 모습일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이 고을의 이름을 뭐라고 부르면 좋겠소?
고양이가 "어흥!" 했다니 고흥 어떤가? 허허.
근데 진짜 빵 터졌다. 작가님의 발상에 감탄했다. 보통 혼자 방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데, 그렇게 혼자 읽으면서 소리내며 웃기는 쉽지 않다. 헌데 소리내며 웃었다. 그리고 이렇게 각 지역마다 책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정도면 시리즈처럼 기다려질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물론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작가님의 기발함에 대단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실제 고이부곡의 '고이'가 방언으로 '고양이'있다고 해서 또 한번 감동했다. 이것이 작가님의 저력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단순히 상상의 아이디어만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실제 어원과 그 내력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아졌다. 단순히 흥미 위주의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진짜 이 지역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책을 읽는 묘미였다.
흥미롭고 재밌으면서, 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이들 모두가 무척 사랑스럽고 예뻤다. 단순히 그림만 예뻤던 것이 아니라 이들이 갖고 있는 마음이 무척 선해서 그 마음에 반했다. 호랑도 토끼도, 그리고 사람도. 모두 어느 하나 혼자 다 차지하겠다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오히려 서로 넉넉하게 배려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러니 반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날이 서늘해지다못해 차가워지고 있는 지금 이 때에, 고양이가 '어흥'해서 고흥인 이야기를 떠올리며 유자차를 홀짝홀짝 마시고 싶어졌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