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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이 찾아오면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8
강은지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6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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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이 찾아오면. 강은지 장편소설. 미래인. 2026.
구원. 이 단어가 갖고 있는 뜻이 많다는 것을, 사전을 찾아보고서야 깨달았다. 당연히,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에도, 책을 읽으면서도 머릿속으로는 한 가지 뜻을 떠올리고 있었다. '어려움이나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하여 줌.' 아마 누구든 이 뜻을 제일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나처럼. 하지만, 사전에 나오는 구원의 다른 뜻은, '사람이 죽은 뒤에 그 혼이 가서 산다고 하는 세상, 아득하게 멀고 오래됨, 그리고 원한이 맺힐 정도로 자기에게 해를 끼친 사람이나 집단(=원수)'이었다. 순간 생각이 복잡해졌다.
나는 '구원'에 대해 생각했다. 어떤 불행한 삶을 구원할 수 있는 건 무엇일지 고민했다. 나는 구원받을 수 있을까. 구원은 유지될까. 그건 영원할까.(176쪽)
분명 '구원'은 처음 생각했던 뜻이 맞는 것 같긴 한데, 다른 뜻이라고 해도 설명이 가능했다. 궁금해졌다. 작가는 '구원'을 어떤 의미로 생각하고 소설을 썼을까. 물론, 여러 의미를 모두 생각해보라는 의도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소설의 소재가 어둡다. 공영우, 구원의 삶을 들여다보아도 그렇고, 이수호의 삶도 그렇다. 이들 모두 다른 선택을 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각자 자신이 살기 위한 방법을 나름의 방식으로 찾으려는 간절함은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각자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자신의 판단으로 최선을 다 하는 삶. 그들이 찾은 방법이 좋은 방법이었는지, 잘한 선택이었는지는 누구도 답을 내려줄 수 없다. 다만, 그들이 어떻게든 살기 위한 마음을 먹었다는 것, 그것만이 다시 이 아이들이 그 다음을 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중요한 힘이 될 테니까.
누구나 구원의 선택에 마음이 쓰일 것이다. 원이의 가정 환경과 주변의 태도를 두고 그 이유를 찾으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차분히 생각해보면 원이는 오히려 자신과의 싸움을 열심히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쉽게 생각하면 수호와 원이를 보며, 수호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주고 그 책임을 물으면 될 것 같다. 가해와 피해의 단어로 설명하면 쉬워질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 아이들은 이런 단어로만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아이들이 답을 찾아야했던 삶의 질문들이 너무 무거웠고, 그 무거운 숙제를 해내고 위해 안간힘을 썼던 것이니까. 이건 경우도 마찬가지다. 영우가 계단을 올랐던 이유와 원이가 계단을 올랐던 이유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난간에서 영우와 원이가 각자 다른 선택을 했어도 그 이유는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간절했다는 것, 모두 살기위한 선택이었던 거다.
나는 계단을 오르는 일을 멈추지 못했다. 매일매일 1층부터 17층까지 걸어 올라갔다. 그리고 옥상 문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옥상 난간에 서서 숨을 들이쉬는 것이 나를 다잡는 방법이었다. 모자란 숨을 몰아쉬는 거대한 창이었다. 내가 죽지 않고 살아가는 방식이었다.(98쪽)
이 아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을 찾았다. 이 아이들은 모두 다 거짓말을 잘 한다. 좋아도 싫다고 하고, 싫어도 좋다고 한다. 다 안다고 말하지만 모르는 게 맞고 또 모른다고 발뺌하지만 사실은 다 알고 있다. 이 아이들의 속이 검어서 그런 건 아니다. 모두 제각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패막으로 거짓말을 사용하는 것일 뿐이다. 이제 가르쳐주면 좋겠다. 거짓말은 나쁜 거라고. 이제 그런 나쁜 짓은 그만 하라고.
괜찮다는 말은 언제나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멈춰선 안 되는 거짓말도 있었다. 견디는 데 필요했다. 구원이 깨어나면 나의 괜찮음을 말하고 그애의 괜찮지 않음을 들으려 했다.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말자고. 괜찮지 않아도 된다고.(161쪽)
이제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친구인 것 같다. 아무래도 아이들에게 제일 소중한 건 가족 못지 않은 친구. 이들에게 가족은 일정 부분 늘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지점이었다. 그런 가족으로부터 아이들이 나아갈 문을 찾아야 한다면, 그건 친구이지 않을까.
의사는 구원에게 어떤 희망도 심지 않았다. 하지만 구원은 실망하지 않은 듯했다. 난 알았다. 구원은 이미 희망을 심었다.(176쪽)
나아진다는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런 마음은 어렸을 때 심어 두어야 했다.그러니 지금도 늦지 않았다. 나와 구원은 믿음을 심었다.(178쪽)
희망과 믿음은 저절로 오는 게 아니구나. 이 아이들이 정통으로 맞은 상황이 무척 아프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대차게 겪은 과정들이 이후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계기가 된다면, 지금부터 해야할 일은 이 아이들을 힘차게 응원해주는 것! 친구의 우정이 오래가도록 지켜봐주는 것!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