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 보자 인생그림책 38
공은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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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이고 행복인 만남. 그리고 그 만남은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사랑이 되고, 그 사랑은 주는 동시에 받게 된다. 서로 주고받는 가운데 얻게 되는 행복, 이건 행운이 맞다.

안는 행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내가 내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도 그랬지만, 학교의 아이들을 만나면서도 안아 준다는 것, 안긴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 봤다. 안는다는 건 서로에게 마음을 열지 않으면 불가능한 행위, 이 행위가 가능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마음을 서로에서 충분히 주고 있다는 것이며 동시에 서로를 내 안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신호일 것이다. 서로의 살이 닿고 체온을 느끼며, 그런 체온을 따라 마음도 전해진다. 그것이 안는다는 것.
너무도 속상해하고 아파하던 아이가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주루룩 눈물을 흘리곤 하던 아이. 그 아이의 속사정에 나도 같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부탁했다. 하루에 한번은 꼭 안아주라고. 내가 안아준다고 하지 않고 나를 좀 안아달라고 했다. 그 이후로 매일, 두 팔을 벌리며 나에게 다가오던 그 아이를 오래도록 잊을 수가 없다. 점점 표정이 밝아지고 말이 많아지고, 아이들 사이에서 재잘대던 그 아이.
지금도 매번 나를 기다리는 아이가 있다. 가만히 옆에 와 서서 안아주기를 바라는 아이가 있다. 그 아이를 한번 꼭 안아주면 그제서야 씨익 웃는다. 그리고는 지치고 힘들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속엣말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신호, 솔직하게 마음을 내보일 수 있게 만드는 행위구나, 하고 생각할 때가 많다. 이렇게 안아주면서 더 가까워지고 애틋해진다. 그리고 따뜻해진다.

"그러니까
우리"

"안아 보자"

혼자였다. 외로웠고. 하지만 서로를 알아봤고, 안아봤다. 그리고 주는 기쁨과 돌보는 행복을 느꼈고, 이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알게 되었다. 손에 들린 행복의 세잎 클로버. 세잎 클로버 사이에 간혹 보이는 행운의 네잎 클로버. 행복 가득한 가운데 행운이 반짝, 분명 쉽게 얻을 수 없는 행운이 맞다. 그러니 그만큼 더 소중하고 애틋하고, 벅차다. 그런 행운과 행복 사이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을 것이고, 덩달아 기분은 좋아질 수밖에 없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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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왜왜 동아리 창비아동문고 339
진형민 지음, 이윤희 그림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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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왜왜 동아리, 동아리 이름부터 남다르더니 아이들도 못지 않았다. 이런 아이들이라면 무엇이든 걱정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나 진취적이고 주체적이며 추진력을 갖고 있고, 쉽게 어른이나 다른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지 않으며 자신의 의견을 끝까지 주장할 줄 아는 아이들이라면, 우리의 미래는 밝다. 충분히 이 아이들에게 우리 사회를 맡겨도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밝은데 그런 아이들이 나갈 세상과 사회는 밝지 않아 보인다. 솔직히는 지금 현재부터도 밝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바로, 지구 환경 이야기다. 기후는 변화하다못해 이제는 마치 기후 변화라는 생명체가 빠른 속도로 초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환경은 날로 나빠지고 심각해지는데 이런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너무나 태평하다. 이게 참 말이 안 되는 지점인 것이다.

진경 언니는 언제든 또 산불이 날 수 있다고 했다. 누군가 운이 나빠서가 아니라 지구 온도가 올라가서 날이 계속 가물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후가 점점 이상하게 변하고 있는데, 그러든 말든 신경도 안 쓰는 사람들 때문이라고 했다.(97쪽)

사람들은 자신들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분명 눈에 띄고 피부로 느껴질 정도의 변화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짐짓 모르는 척을 하는 것인지 누구도 이런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 그저 변화로 인한 불편함만 짜증으로 분출할 뿐. 혹은 다 알고는 있지만 선뜻 나서기에는 용기가 안나고 또 눈치도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나도 어른이나 어떤 느낌인지는 잘 알 것도 같다.

역시나 어른들은 이것저것 따지는 게 많아서 용감해지기가 어려웠다.(151쪽)

그래서 이 문제는 어른들보다 아이들에게 더 유리하다.아이들은 한 가지만 생각하면 된다. 바로 지구 환경 문제에 대해서만. 다른 것은 재고 따지지 않아도 된다. 그저 우리가 살아갈 지구가, 환경이, 우리의 삶이 더 이상 망가지지 않을 수 있기 위한 행동과 실천만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 어른들보다 유리하다. 그리고 이 유리함은 지구에게는 무척 반가운 일이 될 것이다.

다시 동아리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면, '왜왜왜 동아리' 아이들이 이렇게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고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동아리 이름이 제대로 한몫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름에서부터 벌써 '왜'라는 질문을 하고 시작하니, 이보다 더 훌륭한 이름이 또 있을까 싶은 것이다. 아이들의 생각을 이끌어내기 위한 좋은 방법이 '왜'라고 묻는 것이다. 어떤 문제나 현상에 대한 이유를 묻고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그 문제의 근본적인 시작점을 알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하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동아리는 시작부터가 남다를 수밖에. 어떻게 생각을 확장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낼 것인가를 잘 알고 있는 좋은 질문을 던질 줄 아는 동아리 아이들이었다.

첫 번째 의문, 꼬리 하얀 개는 왜 교감 선생님 옆집으로 이사 왔을까?
두 번째 의문, 우리 학교 2학년 김땡땡의 아빠는 왜 명태를 잡지 않을까?
세 번째 의문, 우리 학교 4학년 최땡땡의 할아버지는 왜 사과나무를 땅에 파묻었을까?
네 번째 의문, 저쪽 중학교 3학년 조땡땡은 왜 장래 희망을 포기하려고 할까?
마지막 의문, 어른들은 왜 우리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미래의 일을 마음대로 결정할까?(117-126쪽)

이 질문들에 답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특히 어른들이 더욱 답을 찾아 그 답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실천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 절대 의문으로만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 아직도 이것저것을 계산하느라 고민만 하고 있어서도 안 된다. 지금 당장의 촌각을 다투는 시급한 문제로 인식하고 대비해야 한다. 이것이 아이든 어른이든 우리 모두가 함께 해내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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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아이
김성중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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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아이 #김성중 #문학동네 #서평단 #서평 #책추천

화성일까? 정말 지구에서 화성으로 간 존재들의 이야기가 맞을까? 이런 의문을 갖고 소설을 읽어 나갔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이런 질문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화성이면 어떻게 아니면 어떤가. 그곳이 어디인지가 중요하지 않았다. 그곳이 어디이든 누구와 함께인가가 더 중요했다. 그리고 그 마음이 더더욱 중요했다. 어떤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고 존재를 인정하며, 사랑의 마음으로 돌봄을 실천하고 있는지. 그 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 더 중요했던 소설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소설을 다 읽은 후 그냥 마음이 흐뭇해졌다. 피식 새어나오는 웃음도 참지 않았고 걱정스럽고 불안했던 마음도 모두 사라졌다. 콜린스가 그랬던 것처럼 모두들, 수많은 세기가 지나도 끄떡하지 않고 잘 살아남아 편안하게 잘 지내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어느 누구에게도 위협이 될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그래서 지금도 어디에선가 잘 지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내맘대로 했다.

"나, 꿈을 꾸었어. 아이를 낳는 꿈."(38쪽)

소설을 끝까지 다 읽은 후 제일 처음 '루'의 이야기를 다시 읽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루가 꾸었던 꿈과 연결되어 있었으니까. 처음엔 그저 단순히 루가 꿈을 꾸었구나, 하고 넘어갔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결국 이 공간에 오고간 모든 존재는 결국 다 이어져있는 인연으로 모두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떤 존재도 이유 없이 머물거나 스쳐지나치지 않는구나 싶었다. 이것이 곧 삶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그리고 이 소설은 참 위해하지 않은 소설이란 생각을 했다. 어느 누구도 악한 마음을 가지고 대하는 존재가 없었다. 누군가를 해치는 것으로 자신을 세우려 하거나 혹은 남의 것을 빼앗으려하는 것조차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알리체가 끔찍하게 지구인들을 다루는 장면이 있기는 했지만, 그런 알리체가 마야를 대하는 태도는 사뭇 다정하게까지 보였다.) 새로운 존재들의 등장은 분명 위협이 될 수 있고 위험 요소가 될 터인데도 불구하고 당황과 긴장은 오히려 변화에 대한 설렘과 기대로 이어졌다. 그래서인지 이곳 화성의 변화가 반가웠다.

그동안 이곳의 모든 것이 깊어지고 자라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나무들은 높이 올라가고 잎사귀는 넓어졌으며 꽃들의 색은 화려해지고 있었다.(168쪽)

결국 세상이 만들어지던 창세기의 모습이 이곳에 있었다. 새로운 생명들이 탄생하고 자라며 이전과 달라진 더욱 풍성한 세상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생명 가득한 세상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는지는, 이 소설 속 존재들의 이야기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존재들을 만날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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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든 분식 - 제1회 문학동네초승달문학상 대상 수상작 초승달문고 52
동지아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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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을 잃어버린 적은 없는 것 같다. 물론 우산만 그럴 뿐이지 사실은 물건을 잃어버린 적은 많다. 하지만 분명 잃었던 기억은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언제 왜 잃었는지를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한다. 가장 최근의 일 정도나 기억날까, 지금까지 살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잃고 혹은 잊고 살고 있나, 이 동화를 읽으면 생각해보게 됐다. 물론, 잃고 잊은 것들이 아직까지 아쉬워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되는 건 절대 아니다. 그저, 그랬구나, 하는 정도. 그런 경험이 있지, 하고 잠시 생각에 잠기는 정도. 딱 그 정도다. 그리고 그 정도가 썩 나쁘지 않다.

어린 시절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면 엄마가 계셨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잠시 엄마의 외출로 집에 비어 있으면, 그 자체가 공포스럽고 무서웠다. 긴장을 놓지 못하고 아주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던 아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 없는 집의 자유를 누릴 수도 있었을텐데, 왜 그랬을까 싶기도 하다. 헌데, 사실은 이런 마음이 어쩌면 진짜 솔직한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언젠가 이런 말을 들었다. 이 세상의 모든 아이는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고 싶어한다고. 그것이 너무도 정상적인 마음이고 사실이라고. 그래서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에 대한 갈망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하는 거라고. 그래서 부모는 그런 마음에 충분한 답을 해줘야 한다고. 이 동화를 읽으면서도 느꼈다. 우리의 닭강정, 강정인도 엄마의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구나. 그리고 엄마 역시 그런 정인이에게 사랑을 듬뿍 주고 있구나. 그런 마음이 서로에게 잘 느껴지지 않는다고해서, 쉽게 알아채지 못한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

"죄송해서 어째요. 이건 우리 둘째 딸 거라서 못 팔아요. 대신 순대 조금 포장해 드릴 테니 가져가세요."(71쪽)

가끔은 이런 마음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겉으로는 퉁명스러운 듯 비춰지지만 실은 그 사이에 분명한 마음과 감정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 공기의 흐름은 여간해서는 잘 알아채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잠시, 그 사람의 진짜 속마음을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을 써봐도 좋다. 가령, 변신 같은 방법! 정인이는 저주라고 했지만 이런 저주라면 한번쯤 걸려봐도 좋겠다. 이런 저주를 통해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마음을 알게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재밌기도 하고.

어떤 마음이 서로를 향하고 있는지, 그런 마음이 모여 얼마나 더 따뜻해질 수 있는지를 <해든 분식>이 말해주는 것 같다. 마치 <해든 분식>에 가면 지금까지 동동거리며 아쉽고 속상했던 마음이, 따뜻하게 올라오는 맛있는 냄새와 훈훈한 김으로 모두 한순간에 사라질 것만 같다. 이건 변신의 저주보다 더 환상적인 <해든 분식>만의 마법이지 않을까. <해든 분식>에 엄마가 있고, 엄마가 딸을 위해 남겨둔 닭강정이 있고, 이 모든 것을 알아챌 수 있게 해주는 판타지가 있으니, 정인이의 마음도 함께 펑! 하고 폭죽이 터지듯 예쁜 무늬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만 같다.

<해든 분식>에 가고 싶다. 정인이 엄마가 만들어주시는 떡볶이, 어묵, 김밥을 먹으며 그 따뜻한 기운을 느끼고 싶다. 비가 와도 좋겠다. 우산을 물기를 툭툭 털어 우산꽂이에 꽂아 놓고 먹는 사이 해가 반짝 나면 우산을 잊고 다시 빛나는 햇살이 빗물을 말려주는 축축한 거리로 가볍게 나가도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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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정치적인 시골살이 - 망해가는 세계에서 더 나은 삶을 지어내기 위하여
양미 지음 / 동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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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살면서, 현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 있을까를 이야기하다보면 '땅'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가게 된다. 지금의 지구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면, 그 답은 '땅'에 있을 거라고 결론을 내린 적이 있었다. 땅에서 그 땅을 일구면서 자급자족하는 삶. 그런 삶을 통해 우리의 삶을 지속해나갈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했었다. 그러려면 그런 땅을 가까이할 수 있는 곳으로 가야한다고. 그곳이 분명 도시는 아닐 거라고. 만약 도시에서 살아야한다면, 도시 텃밭이라도 일구면서 살아야한다고, 텃밭을 일구고 직접 손과 몸을 움직여 얻는 삶을 살지 않으면, 우리 지구는 점점 더 힘들어질 거라고, 한탄하면서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시골로 가자고. 시골에 희망이 있을 거라고.

이 책을 읽으며 시골에 희망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꺾였다. 우선은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기분이 나빠졌고 속상해졌다. 그리고 더 정확히는 화가 났다. 요즘 책을 읽으며 화를 내는 횟수가 늘고 있는데, 이 책이 또 한번 제대로 화를 돋우었다. 이런 식이라면 난 과연 어디에서 살아야 한단 말인가. 삶의 의욕이 뚝 떨어지는 시골 현실이었다.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것이 수도권과 도시를 중심으로 해석되고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나의 시골살이는 그 구조에 대한 저항으로 시작됐다. 흔히 시골살이라고 하면 '은둔'과 '자연인'을 상상하지만 나에게 시골살이란 치열한 저항이다.(20쪽)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런 식이라면 더욱 시골살이를 통해 본때를 보여줘야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우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 그런 현실은 결국 돈, 행정, 권력의 그림자 안에서 만들어지고 있으며, 그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존재감을 드러내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 도시보다 시골에 사람들이 더 많이 살게 되면 진짜 달라질 수 있을까 의문이 들다가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는 사람들 싹 다 모아 공동체를 만들고, 그런 공동체가 함께 공동의 텃밭을 일구면서 살아가게 되면, 이 책에서 말하는 <너무나 정치적인 시골살이>가 힘을 발휘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다. 물론 작가처럼, 꼭 실현됐으면 좋겠는 상상이긴 하지만 말이다.

'정치적'이란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정치에서 쓰는 수법대로이니 좋을 게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단어 뜻 그대로 생각해보면 마치 한 나라를 다스리는 것처럼 무언가를 다루기 위한 수법이 '정치적'이라는 말이니, 결국 내가 사는 삶과 그 삶이 이루어지는 세상을 '정치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꼭 나쁜 뜻으로만이 아니라 좋은 방향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정치적'인 방식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시골살이를 '정치적'으로 해나가고 있는 저자의 삶은 너무나도 당연한 방식인 거였다.
어떤 면에서 우리는 살아가는 모든 것에 대해 '정치적'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나는 평생 가난하게 살았고, 나에 대한 사람들의 호의와 선의로 살아남았다. 사람들의 선의와 호의는 내 일에 대한 지지였고, 그 일이 가진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정이었다. 나는 정치가 청년들에 대한 호의와 선의였으면 좋겠고 지지와 인정이어야 한다고 믿는다.(182쪽)

결국 이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호의와 선의, 그리고 지지와 인정이겠구나 싶다. 정치도 정치적인 일도 모두 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그런 사람이 하는 일을 또 사람이 봐주는 일인 것이다. 그러니 문서로 정책으로 사람을 대하지 않기를. 삶을 사는 사람으로 대해주는 것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으면 좋겠다. 결국 이 모든 것이 다 사람이 살자는 이야기일 테니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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