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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정치적인 시골살이 - 망해가는 세계에서 더 나은 삶을 지어내기 위하여
양미 지음 / 동녘 / 2024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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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살면서, 현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 있을까를 이야기하다보면 '땅'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가게 된다. 지금의 지구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면, 그 답은 '땅'에 있을 거라고 결론을 내린 적이 있었다. 땅에서 그 땅을 일구면서 자급자족하는 삶. 그런 삶을 통해 우리의 삶을 지속해나갈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했었다. 그러려면 그런 땅을 가까이할 수 있는 곳으로 가야한다고. 그곳이 분명 도시는 아닐 거라고. 만약 도시에서 살아야한다면, 도시 텃밭이라도 일구면서 살아야한다고, 텃밭을 일구고 직접 손과 몸을 움직여 얻는 삶을 살지 않으면, 우리 지구는 점점 더 힘들어질 거라고, 한탄하면서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시골로 가자고. 시골에 희망이 있을 거라고.
이 책을 읽으며 시골에 희망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꺾였다. 우선은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기분이 나빠졌고 속상해졌다. 그리고 더 정확히는 화가 났다. 요즘 책을 읽으며 화를 내는 횟수가 늘고 있는데, 이 책이 또 한번 제대로 화를 돋우었다. 이런 식이라면 난 과연 어디에서 살아야 한단 말인가. 삶의 의욕이 뚝 떨어지는 시골 현실이었다.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것이 수도권과 도시를 중심으로 해석되고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나의 시골살이는 그 구조에 대한 저항으로 시작됐다. 흔히 시골살이라고 하면 '은둔'과 '자연인'을 상상하지만 나에게 시골살이란 치열한 저항이다.(20쪽)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런 식이라면 더욱 시골살이를 통해 본때를 보여줘야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우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 그런 현실은 결국 돈, 행정, 권력의 그림자 안에서 만들어지고 있으며, 그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존재감을 드러내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 도시보다 시골에 사람들이 더 많이 살게 되면 진짜 달라질 수 있을까 의문이 들다가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는 사람들 싹 다 모아 공동체를 만들고, 그런 공동체가 함께 공동의 텃밭을 일구면서 살아가게 되면, 이 책에서 말하는 <너무나 정치적인 시골살이>가 힘을 발휘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다. 물론 작가처럼, 꼭 실현됐으면 좋겠는 상상이긴 하지만 말이다.
'정치적'이란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정치에서 쓰는 수법대로이니 좋을 게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단어 뜻 그대로 생각해보면 마치 한 나라를 다스리는 것처럼 무언가를 다루기 위한 수법이 '정치적'이라는 말이니, 결국 내가 사는 삶과 그 삶이 이루어지는 세상을 '정치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꼭 나쁜 뜻으로만이 아니라 좋은 방향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정치적'인 방식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시골살이를 '정치적'으로 해나가고 있는 저자의 삶은 너무나도 당연한 방식인 거였다.
어떤 면에서 우리는 살아가는 모든 것에 대해 '정치적'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나는 평생 가난하게 살았고, 나에 대한 사람들의 호의와 선의로 살아남았다. 사람들의 선의와 호의는 내 일에 대한 지지였고, 그 일이 가진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정이었다. 나는 정치가 청년들에 대한 호의와 선의였으면 좋겠고 지지와 인정이어야 한다고 믿는다.(182쪽)
결국 이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호의와 선의, 그리고 지지와 인정이겠구나 싶다. 정치도 정치적인 일도 모두 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그런 사람이 하는 일을 또 사람이 봐주는 일인 것이다. 그러니 문서로 정책으로 사람을 대하지 않기를. 삶을 사는 사람으로 대해주는 것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으면 좋겠다. 결국 이 모든 것이 다 사람이 살자는 이야기일 테니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