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든 분식 - 제1회 문학동네초승달문학상 대상 수상작 초승달문고 52
동지아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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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을 잃어버린 적은 없는 것 같다. 물론 우산만 그럴 뿐이지 사실은 물건을 잃어버린 적은 많다. 하지만 분명 잃었던 기억은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언제 왜 잃었는지를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한다. 가장 최근의 일 정도나 기억날까, 지금까지 살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잃고 혹은 잊고 살고 있나, 이 동화를 읽으면 생각해보게 됐다. 물론, 잃고 잊은 것들이 아직까지 아쉬워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되는 건 절대 아니다. 그저, 그랬구나, 하는 정도. 그런 경험이 있지, 하고 잠시 생각에 잠기는 정도. 딱 그 정도다. 그리고 그 정도가 썩 나쁘지 않다.

어린 시절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면 엄마가 계셨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잠시 엄마의 외출로 집에 비어 있으면, 그 자체가 공포스럽고 무서웠다. 긴장을 놓지 못하고 아주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던 아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 없는 집의 자유를 누릴 수도 있었을텐데, 왜 그랬을까 싶기도 하다. 헌데, 사실은 이런 마음이 어쩌면 진짜 솔직한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언젠가 이런 말을 들었다. 이 세상의 모든 아이는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고 싶어한다고. 그것이 너무도 정상적인 마음이고 사실이라고. 그래서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에 대한 갈망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하는 거라고. 그래서 부모는 그런 마음에 충분한 답을 해줘야 한다고. 이 동화를 읽으면서도 느꼈다. 우리의 닭강정, 강정인도 엄마의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구나. 그리고 엄마 역시 그런 정인이에게 사랑을 듬뿍 주고 있구나. 그런 마음이 서로에게 잘 느껴지지 않는다고해서, 쉽게 알아채지 못한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

"죄송해서 어째요. 이건 우리 둘째 딸 거라서 못 팔아요. 대신 순대 조금 포장해 드릴 테니 가져가세요."(71쪽)

가끔은 이런 마음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겉으로는 퉁명스러운 듯 비춰지지만 실은 그 사이에 분명한 마음과 감정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 공기의 흐름은 여간해서는 잘 알아채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잠시, 그 사람의 진짜 속마음을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을 써봐도 좋다. 가령, 변신 같은 방법! 정인이는 저주라고 했지만 이런 저주라면 한번쯤 걸려봐도 좋겠다. 이런 저주를 통해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마음을 알게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재밌기도 하고.

어떤 마음이 서로를 향하고 있는지, 그런 마음이 모여 얼마나 더 따뜻해질 수 있는지를 <해든 분식>이 말해주는 것 같다. 마치 <해든 분식>에 가면 지금까지 동동거리며 아쉽고 속상했던 마음이, 따뜻하게 올라오는 맛있는 냄새와 훈훈한 김으로 모두 한순간에 사라질 것만 같다. 이건 변신의 저주보다 더 환상적인 <해든 분식>만의 마법이지 않을까. <해든 분식>에 엄마가 있고, 엄마가 딸을 위해 남겨둔 닭강정이 있고, 이 모든 것을 알아챌 수 있게 해주는 판타지가 있으니, 정인이의 마음도 함께 펑! 하고 폭죽이 터지듯 예쁜 무늬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만 같다.

<해든 분식>에 가고 싶다. 정인이 엄마가 만들어주시는 떡볶이, 어묵, 김밥을 먹으며 그 따뜻한 기운을 느끼고 싶다. 비가 와도 좋겠다. 우산을 물기를 툭툭 털어 우산꽂이에 꽂아 놓고 먹는 사이 해가 반짝 나면 우산을 잊고 다시 빛나는 햇살이 빗물을 말려주는 축축한 거리로 가볍게 나가도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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