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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열대
해원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7년 7월
평점 :

슬픈열대 - 해원
(캐비넷/CAB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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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이 나라에서 데리고 나갈 거다. 총 같은 거, 안 들어도 되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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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열대 316p)
북한 첩보기관 35호실에서 특수요원으로 활약했던 권순이.
'장산범', '마운틴 타이거'로 불리기도 했던 그녀의 과거 임무 중 배가 침몰하는 일이 벌어진다.
당시 배에 타고 있던 소녀들을 결국 구하지 못했는데 바닷속에 수장되는 모습이 트라우마로 남았고,
그 소녀들이 공화국의 묵인 속에 자행된 인민매매 소녀들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공화국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콜롬비아 마약 조직 '메데인 카르텔'의 용병으로 살아간다.
실력만큼은 확실했던 그녀.
그녀는 용병으로서 맡은 임무를 수행하다가 구출한 소녀 '리타'를 억지로 떠맡게 되는데
예전 기억으로 인해 차마 그냥 버려둘 수 없었던 탓에 함께 지내며 돌본다.
그런 그녀에게 옛 동료인 성훈과 대한민국 대사관 직원이라는 덕진이 접근해 오고
마약조직 메데인 카르텔과 콜롬비아 결찰 특수부대 서치 블록의 전쟁 속에 무수히 위험에 빠지게 되는데...
그녀는 과연 스위스로 떠날 수 있을지!
소설을 읽기 전에는 북한 특수부대 공작원들의 이야기가 주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나에게는 낯선 콜롬비아의 막약 카르텔 전쟁을 배경으로 그린 작품이었다.
비록 작가가 꾸며낸 이야기라 하더라도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한 만큼 박진감이 남달랐고,
시대상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낯선 공간이지만 이야기 자체에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작가의 필력이 더해져 액션 영화의 한 장면같은 부분이 다수 연출되어 끝까지 속도감 있게 읽어내렸다.
전쟁의 여신같은 활약을 보여준 권순이.
역시 주인공답게 회복도 빠르고, 천하무적으로 그려진 면이 없지 않은터라 절대 유괘하지 않은 부분임에도
살짝 미소가 지어졌던 것 같다. 너무 어렵게만 꼬아내려 하지 않고 적절히 풀어준 장면 덕분에 읽기가 한결 수월했으니
권순이의 활약은 책 안에서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나보다^^
마약 카르텔 전쟁.
소설속에서 참 많은 사람들이 죽어간다.
범죄소설이나 어지간한 스릴러 소설에서는 한두 명의 죽음을 끔찍하게 그려내는데
이 소설에서는 수장당한 북한의 아이들 외에도 마약전쟁 중 수많은 사람들이 총포에 의해 희생된다.
한 소녀를 지키기 위해, 죽고 죽이는 이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조금은 아이러니 한 이야기.
그리고 전쟁에 휩쓸리지 않고 한 걸음 물러서서 판을 짜는 인물들.
죽음에 이골이 난 사람이지만 '리타'라는 한 소녀를 살리기 위해 발버둥치고,
이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 판의 말이 되어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그녀의 이야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모습 역시 일부 투영되는 듯 하다.
그런 부분에서 씁쓸함과 여운이 함께 밀려들었다.
작가 '해원'의 첫 작품이라고 하는데 굉장히 스펙타클 할 뿐 아니라
주인공들의 어투나 행동 하나하나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편집자의 말 말미에 적힌 것처럼 나 역시 드라마나 영화로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