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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용돌이
전건우 지음 / 엘릭시르 / 2017년 8월
평점 :

소용돌이 - 전건우
(엘릭시르)
작가 전건우가 전하는 무서운 이야기 '소용돌이'
이 책의 표지에 그려진 소용돌이 바깥쪽에는 '히히히'라는 글자를 형상화 하는 집 모양이 있다.
처음에는 그저 이러한 센스에 반해 이 소설이 궁금했던 것 같다. 막연히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
그러나 막상 책장이 넘어가자 어둠속에서 두고 두고 떠오를 공포를 잔뜩 안겨 주었다.
시작부터 대놓고 죽음의 장면들을 그려내는 작가.
'솥뚜껑'이라는 다소 유쾌한 이름의 저수지에서는 끔찍한 죽음의 형체를 불러낸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육아를 해야 하는 엄마이기에 이 소설을 밤에 읽게 되었는데
주변의 어두운 곳곳을 수시로 두리번 거리며 읽었다.
이야기의 끝맺음이 어떠했든 간에 앞으로도 당분간은 어둠속에서 뒷목에 돋아나는 소름을 느끼게 될 것 같다.
내가 아는 어떤 분들은 이 소설을 꼭 밤에 읽으라 추천했지만
적으도 나처럼 겁이 많거나 예민하다면 낮에 읽기를...
어릴적 솥뚜껑에서 물귀신을 불러낸 '독수리 오형제'
25년 전 그 일이 있은 뒤 뿔뿔이 흩어져 죽음을 찍는 사진작가, 지방대학 시간강사, 조직폭력배, 술직 종업원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그들이
또 한 명의 친구 '유민'의 부고로 인해 솥뚜껑이 있는 광선리에서 다시 모였다.
그리고 과거에서부터 이어져 온 '그 일'이 더 큰 두려움과 공포를 동반한 채 다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더이상 세상의 무서움을 모르는 어린 아이가 아니기에
과거에 겪었던 사건에 대한 트라우마에 더해진 그 공포는 절대로 쉽게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
죽음을 찍던 사진사. 삶을 마주보다.
"
(본문중에서... p527)
죽음을 찍는 사진작가였던 민호는 죽음과 공포를 온몸으로 견뎌내고 삶의 모습을 찍게 되는데
그 과정 안에 담긴 그들의 모습에서 독자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물귀신을 불러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려했던 철없던 어린 시절의 그들.
그리고 25년이 지난 지금 자신의 복수에 물귀신을 이용하려던 그.
그들의 계획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은 채 마을이 붕괴되고 죽음을 마주하게 되는 재앙을 가져온다.
어린날의 그들은 어리석었고, 지금의 그는 오만했을 뿐이다.
"
어디어디 숨었니?
찾았다…….
"
(본문중에서...)
귀신이 부르는 소리가 내 귓가에도 들리는 것 같은 섬뜩함을 주는 이 소설은 읽고 난 후에도 어둠속에서 느껴지는 공포는 여전했지만
작가가 의도한 반짝임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의 우정. 분명 누구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고 싶었을텐데
그들은 모두 남았고, 서로를 구해냈고, 결국 이겨냈다.
어찌보면 그저 귀신 이야기일 수 있지만
작가가 의도한 구성과 장치들을 통해 커다란 공포 효과를 줌과 동시에
그 공포를 단순히 공포로만 두지 않고 그 안에서 빛을 발견하게 하여 더 긴 여운을 남게 했다.
이 소설을 통해 작가 전건우의 입담을 제대로 맛봤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 정말 빠르게 넘어간다.
인물들은 넘치는 능력을 갖고 있거나, 현실가 괴리감이 느껴질 정도로 오버하지 않기 때문에
독자들로부터 공감을 끌어내고 몰입할 수 있게 한다.
그 까닭은 소설의 소재와 내용보다는 작가의 필력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 전건우의 전작 '밤의 이야기꾼들'도 얼른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그의 다음 작품도 기다려진다.